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두고 전문가들은 "상당히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실리를 챙기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명분을 세워줬다는 의미다. 다만 자동차 산업의 부담과 향후 추가 협상 리스크는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상당히 선방했다"고 말했다. 대미투자액을 2000억달러로 낮춘 것을 두고 호평했다. 조선업 프로젝트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대미 투자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다. 일본이 약속한 5500억달러의 36% 수준이다.
또 "LNG(액화천연가스) 1000억달러 구매도 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할 만한 투자금액을 내세워 명분을 세워주면서도 실리를 챙겼다는 게 박 교수의 평가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일본과 유럽연합(EU)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협상 결과를 받았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농축산물 시장도 개방하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일본 대비 대미 무역 흑자 규모도 다르지 않은데 대미 투자 규모도 적었다"고 설명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15%는 우리같이 대미 흑자 규모가 큰 국가의 마지노선이었다"며 "예상했던 목표치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구기보 숭실대 교수는 "농산물은 국내 저항이 큰 민감 분야인데 양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동차 관세는 공통된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구 교수는 "자동차 관세를 15% 받은 것은 일본이나 유럽연합(EU)에 비하면 손해"라고 밝혔다. 기존 자동차 관세 2.5%가 있었던 일본·EU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관세가 0%였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자동차 관세는 12.5%여야 하지만 일본·EU와 같이 15% 관세를 적용받은 것은 상대적으로 손해라는 분석이다.
박 교수도 "12.5%가 적정 수준이었지만 15%로 합의됐다"고 지적했다. 장 원장 역시 "FTA 효과 상실로 자동차 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업 프로젝트와 관련해선 평가가 다소 엇갈렸다. 구 교수는 "좀 많은 금액을 양보한 느낌"이라며 "농축산물을 지키기 위해 조선을 많이 양보한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박 교수는 "그 돈을 다 쓰고 싶어도 못 쓴다"며 "미국에 여전히 존슨법(미국 조선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조선 관련한 대외 투자나 합작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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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관세 이슈가 마무리된 게 아니며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중요한 것은 이런 협상이 앞으로도 계속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협상에서 방위비 등 안보 이슈는 연계가 안 됐다"며 "향후 정상회담이 큰 고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단장도 "이번 합의는 큰 틀에서 마무리된 것일 뿐, 실무 협상과 추가 협상 변수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