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경제형벌 개선안을 내놓은 배경은 모호하고 억압적인 규정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배임죄다. 배임죄 외에도 다수의 경제형벌이 기업과 소상공인의 '형사처벌 리스크'를 높여왔다.
기획재정부가 30일 발표한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에 따르면 형법상 배임죄는 폐지 수순을 밟는다. 정부·여당은 배임죄를 없애되 영업비밀 유출 등 중대범죄를 다룰 수 있는 대체 입법을 마련한다. 주체와 행위 요건을 구체화해 적용 범위를 줄이는 방식이다.
배임죄 폐지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30일 "배임죄가 남용되면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는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제도적 개선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며 경제형벌 합리화 TF(태스크포스) 구성을 지시했다. TF는 이 대통령 지시 후 두 달 만에 개선안을 마련했다.
배임죄처럼 선의의 사업주를 보호하는 장치도 들어간다. 최저임금법도 그 중 하나다. 사업주가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거나 임금 지급 주기에 관한 취업규칙을 바꿀 때 노조 의견을 듣지 않으면 법 위반인데, 현재 양벌규정에 면책 조항은 없다. 정부는 양벌규정에 면책 규정을 도입한다.
이밖에 다수의 경제형벌이 개선된다. 정부가 파악한 경제형벌은 약 6000개다. 경제형벌은 경제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의무 위반 등에 대한 징역·벌금 등의 형벌을 의미한다. 정부는 1년 이내에 경제형벌의 30%를 정비한다는 목표다. 이번에는 110개 경제형벌을 우선 개선한다.
정부 개선안을 보면 지금까지 과도한 규정들이 적잖다. 가령 현행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르면 숙박업, 미용업, 세탁업 등 공중위생영업에서 상호 등이 바뀔 때 신고하지 않으면 최대 6개월 징역이나 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정부는 관련 형벌을 폐지하고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 처분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
자동차 튜닝 규정도 마찬가지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소유자가 단체장의 승인을 받지 않고 적재함을 튜닝하면 최대 1년 징역과 1000만원 벌금을 물린다. 정부는 이를 과태료 최대 1000만원과 원상복구 명령으로 대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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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업자가 사고 차량 대차 서비스를 위해 정비업자나 견인업자에게 알선 수수료를 주면 최대 1년 징역을 부과하는 여객자동차법 규정도 폐지된다. 대신 최대 500만원 과태료를 물린다.
정부는 이처럼 경미한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68개 경제형벌을 과태료 체제로 전환한다. 정부 관계자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의 경미한 행정상 의무위반에 대해 광범위하게 형벌을 적용해 전과자를 양산하고 사법행정 비용이 과도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현장 체감형' 합리화 방안으로 규정했다. 다만 전체 6000개 중 30%를 정비하려면 1800개를 손봐야 하는 만큼, 스스로도 '도전적 목표'라는 평가다. 입법 절차까지 마무리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6000여개가 모두 검토 대상인지는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며 "작업이 벅차지만 시한 내에 최대한 달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