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주회사 규제를 피하려 국외 계열사를 우회로로 쓰는 '꼼수'가 여전하다. SK와 원익, LX, 동원 등이 대표적이다. 총수일가가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지배하며 사익 편취 규제 대상에 오른 계열사도 절반이 넘었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3일 발표한 '2025년 지주회사 소유출자 현황 및 수익구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환집단의 지주회사 등이 국외 계열사를 거쳐 국내 계열사로 간접출자한 사례가 32건 확인됐다. 전년과 같은 수준이다.
현행법상 지주회사의 자회사는 손자회사가 아닌 국내 계열사 주식을 가질 수 없다. 하지만 중간에 국외 계열사를 끼면 규정을 피할 수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공정거래법)상 행위제한 위반은 아니지만 명백한 우회 출자다. 공정위가 감시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다.
그룹별로는 SK가 8건으로 가장 많았다. 원익(5건), LX(3건), 동원(3건) 등이 뒤를 이었다.
총수일가가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가 아닌 체제 밖 계열사를 통해 지주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많았다.
43개 전환집단 소속 384개 계열사를 총수일가가 체제 밖에서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약 60.4%(232개)에 달하는 회사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었다.
특히 26개 회사는 지주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 회사가 보유한 지주회사 지분율은 평균 9.97%로 나타났다.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회사는 △총수일가 보유지분 20% 이상 국내 계열회사 △해당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한 국내 계열회사 등이다.
체제 밖 계열사가 지주회사의 상단에서 지분을 보유하는 '옥상옥(屋上屋)' 구조는 지주회사 체제가 지향하는 수직적이고 투명한 소유·출자 구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외 계열사를 통한 법상 행위제한 규정의 우회 가능성과 체제 밖 계열사를 통한 사익편취 유인이 존재한다"며 "이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총수 있는 전환집단의 국내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12.35%를 기록했다. 2016년(16.0%) 이후 최근 10년 간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다. 지주회사 제도가 전환집단의 계열사 간 거래건전성 유지에 일부 기여하고 있단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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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시집단에 새로 편입된 LIG와 빗썸을 제외한 기존 41개 전환집단 중 국내 내부거래 비중이 많이 증가한 집단은 반도홀딩스(+7.12%포인트)로 나타났다. 셀트리온의 경우 국내 내부거래 비중이 61.54%포인트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국외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58.5%포인트 증가했다.
전환집단 대표지주회사의 매출액 중 배당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51.5%로 배당수익이 지주회사의 주요 수입원이었다. 배당 외 수익으로는 상표권 사용료(1조4040억원)가 가장 컸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주회사들은 배당수익 이외에도 상표권 사용료 등 다층적이고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정확한 가치 측정이 곤란할 수 있는 무형자산을 이용해 계열사의 이익을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지주회사로 손쉽게 이관하는 부당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진 않은지 지속적인 사회적 감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