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역에 따른 전기요금 차등제를 추진하면서 지방의 기업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송전망 건설·운영 비용을 거리에 따라 전기요금에 반영하면 수도권과 지방의 전기요금은 최대 10% 이상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수도권에 입지한 기업들은 전기요금 상승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지방 기업 유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송전비용 등을 고려한 지역별 전기요금 도입방안이 올해 안에 발표될 예정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가급적 전기 공급과 가가운 곳에서 기업을 할 경우 전기요금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공론을 거쳐서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용 전기요금에 송전망 구축·운영비용을 반영해 발전소와 가까울수록 요금을 낮추고 멀수록 높은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통상 발전소가 지방에 분포해 있음을 감안하면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전기요금 혜택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 체계는 지방의 대형 발전소에서 대량으로 전기를 생산해 대규모 송전망을 통해 전국으로 송배전하는 방식이다. 효율성은 높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을 심화시키고 대규모 송전망 건설로 지역갈등을 유발한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전기를 생산하는 곳에서 전기를 소비하는 '지산지소'형 모델이다. 발전소 근접도에 따라 전기요금에 차등을 둬 지방 소재 기업에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지방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가 점차 확대되면서 지방에서 남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잉여 전력을 수요가 많은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망을 구축하거나 지역에서 전기를 소비할 기업들을 유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용인 반도체단지의 지방 이전 논란이 불거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전력이 남는 지방으로 대규모 산업단지를 유치하면 잉여전력 문제와 송전망 구축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지역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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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부분 기업들이 인재 유치와 인프라 등의 문제로 수도권을 선호하고 있어 강제적인 지방 이전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달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용인 산단의 지방 이전 논란에 대해 "정부 방침으로 정한 것을 뒤집을 순 없다"며 일축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충분한 유인책을 제공해 기업이 스스로 지방에 내려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역균형발전은 전기가 생산되는 곳에서 쓰이게 해야한다는 것이 대원칙"이라며 "기업이 (수도권 아닌) 다른 데 가서 사업을 해도 지장이 없거나 이익이 되도록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지역별 전기요금제를 도입하면 지역에 따라 수도권과 전기요금 차이가 10% 이상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발전소에서 먼 지역과 가까운 지역 간 전기요금 차이가 얼마나 날 것인지에 대한 이 대통령의 질문에 김 장관은 "대략 1kWh(킬로와트시) 당 10~20원"이라고 답했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이 1kWh당 평균 180원대임을 감안하면 5~10%대 요금감면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가 1분기에 도입할 예정인 계시별 요금제까지 포함하면 지방 기업의 전기요금 부담은 더 줄어들 수 있다. 계시별 요금제는 계절·시간대에 따라 전기요금을 달리 책정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생산이 많은 낮 시간대 요금을 낮춰 잉여 전력 소비를 유도하는 방향이다.
하지만 지역요금제 도입으로 수도권 기업들의 전기요금 부담을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수도권에는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첨단 제조업이 몰려있다는 점에서 산업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도입할 경우 수도권 제조업의 연간 전력비용은 6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협은 "대규모 전력수요 분산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인프라 확보와 지자체별 전력수급 균형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