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달 10일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세부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지만 시행 초기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 노조법의 핵심인 사용자성 판단, 노동쟁의의 대상, 교섭단위 분리 기준 등에서 모두 노사 양측이 시각차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개정 노조법은 사용자의 범위와 노동쟁의의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기존에는 하청 노동자의 근로여건 등에 원청 기업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더라도 하청 노동자는 원청을 대상으로 권리요구를 할 수 없었다. 이에 개정 노조법은 하청 노동자라 해도 원청이 지배력을 갖고 있으면 교섭요구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근로자의 기본권을 강화하는 조치지만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청 노동자의 교섭 대상이 되는 사용자의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할지, 쟁의의 대상은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 사례가 없다보니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노사 양측 모두 각자 유리한 방식대로 법을 해석하다보면 갈등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격화할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부는 현장에서 개정법이 구체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시행령과 시행지침 등 세부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사 양측의 불만은 여전하다. 노동계는 각종 가이드라인이 노동자의 실질적 기본권을 확대하는 개정법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고 반발한다. 반면 경영계에서는 개정법 시행으로 인한 무차별 파업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서로 반대하는 이유는 다르지만 법 적용의 '회색지대'에 대한 불만이라는 점은 비슷하다.
개정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은 원·하청 노조의 교섭단위 분리를 허용하면서도 교섭단위별 창구단일화 원칙을 명시했다. 하청의 교섭권을 보장하면서도 경영계에서 우려하는 '무제한 교섭' 우려를 줄이기 위함이다. 하지만 노조측은 개별 교섭이 어렵다는 점에서 교섭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경영계는 교섭에 대한 부담이 여전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용자와 노동쟁의의 범위를 판단하는 해석지침도 마찬가지다. 개정 노조법에서 명시한 사용자성에 대해 해석지침에서는 핵심 판단기준으로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를 제시했다. 예를들어 하청 노동자라도 원청 사업장에서 일하면서 원청 기업의 근로시간과 근로조건 등에 실질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면 해당 원청을 사용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쟁의의 대상에 포함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대해서는 인수합병(M&A)나 공장 이전 등 사업상 결정 그 자체만으로 쟁의의 대상이 되진 않는다고 봤다. 다만 그 결정으로 인해 정리해고 등 근로자의 지위에 영향을 미친다면 단체교섭의 대상이 된다는 게 해석지침의 판단이다.
독자들의 PICK!
이 처럼 각종 경우에 따른 법 해석의 예시를 들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훨씬 다양한 사례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지침만으로는 모든 갈등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각 사안에 따라 노사 양측은 각자가 유리한 방식으로 해석하기 마련이다.
소모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는 사용자성 판단이나 교섭단위 분리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나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에서 판단하도록 했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수없이 발생하는 모든 갈등을 중재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위는 노조간 이해관계나 직무 특성에 따라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결정하고 그 과정에서 사용자성 일부를 판단할 수 있다.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교섭 진행이 가능하다. 판단위는 사용자 여부 등에 대한 유권해석을 제공하는 전문가 자문기구다. 중재 기구로서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지만 각종 갈등에 대한 판단 요청이 밀려들 경우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