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요합니다."
한국전력을 비롯한 전력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전기요금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 '인상' 보다는 '현실화'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현실화가 곧 인상을 의미한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인상이라는 말을 직접 입에 올리기 부담스러운 탓이다.
전기요금이 국민의 일상과 서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다보니 전기요금을 올리자는 얘기를 꺼내긴 쉽지 않다. 특히나 전기는 공공성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요금에 시장 원리를 그대로 적용하기도 어렵다.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정부는 국민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고 공기업은 적자가 나더라도 불만을 얘기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전력업계가 '현실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그만큼 현 요금구조가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의 일반원칙 중 하나가 원가주의 원칙이다. 전기요금 산정에 적정원가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적정원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연료비다.
연료비가 오르면 전기 생산원가가 오르고 그만큼 요금도 올려야 한다. 하지만 2022년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3~4배 급등했어도 전기요금은 그대로였다. 원가 상승분 만큼 적자로 반영되면서 한전은 2022년에만 약 33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 도입된 전기요금 연료비연동제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후 전기요금 인상도 산업용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산업용 전기가 주택용보다 비싸진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졌다. 미국이나 유럽을 비롯해 대부분 국가에서는 주택용 전기요금이 더 비싸다. 주택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변전소·배전망 등의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다. '현실화' 주장은 원가라도 제대로 반영해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중동 사태로 인해 다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전력업계는 불안에 떨고 있다. 그만큼 현 시점에서 전기요금 현실화 논의의 필요성도 커진다. 정치적 부담이 있더라도 언제까지 비현실적인 요금 구조를 방치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주택용 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최하위에 속한다. 물론 요금 인상으로 인한 서민경제 부담 등 우려는 최소화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전기요금에 대해 솔직히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