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상생 실천 기업인들과의 대화'는 대·중소기업 협력의 중요성과 앞으로의 방향을 동시에 가늠하게 해준 자리였다. 상생협력 우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10개 팀이 한자리에 모여 '상생협력의 씨앗, 모두의 성장으로 꽃 피우다'라는 슬로건 아래 상생의 가치를 공유하고 실천 의지를 새롭게 다졌다. 이는 단순한 격려 행사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 간담회가 우리 경제에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상생협력은 그동안 제조업 공급망을 중심으로 한 대·중소기업 간 거래 공정화 문제로 인식돼 왔다. 납품대금 연동제, 기술 보호, 공동 연구개발(R&D) 지원 등 일련의 제도적 성과는 협력 중소기업의 기술 역량을 높이고 제조업 생태계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경제 환경은 이 같은 패러다임만으로는 충분히 대응하기 어려운 복합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고금리·고물가의 장기화, 첨단 기술을 둘러싼 국제 경쟁의 심화 속에서 어느 한 기업이나 특정 관계망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상생은 더 이상 '선의의 지원 관계'가 아니라 상호 성장 기반을 함께 구축하는 전략적 협력 체계로 재정립돼야 한다.
상생의 변화는 이미 현장에서 시작되고 있다. 플랫폼·방산·지역·스타트업 지원 등 이번 간담회에서 소개된 사례들은 새로운 영역으로 상생의 외연이 넓어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런 흐름이 상생 생태계로 널리 확산되도록 체계화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상생 생태계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해야 한다. 제조업 공급망에 집중되어 온 논의를 금융·방산·플랫폼 등으로 넓혀야 하며 각 업종의 구조와 혁신 방식에 맞는 상생 모델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상생금융지수 도입, 방산 스타트업 챌린지 개최, 플랫폼 실태조사와 상생협의체 운영 등 변화된 산업현장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또 상생 생태계의 참여자도 더욱 다양하게 확대해야 한다. 그동안 거래기업 중심의 협력에서 벗어나 비거래 중소기업·스타트업·소상공인·사회적 경제 주체까지 상생 생태계의 구성원을 폭넓게 확대해야 한다. 산업 생태계의 혁신은 공급망 안팎의 다양한 주체가 함께 성장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방식이 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우수사례 발굴을 넘어 제도·정책·인센티브와 연계해 지속 가능한 확산 모델로 구축하는 것이다. 개별 기업의 실천이 업계 표준이 되고 특정 분야의 성공이 인근 분야로 파급될 때 상생은 비로소 공고한 구조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은 협력의 지평을 넓히고 정부는 우수사례가 제도로 정착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혁신의 주체로서 동반 성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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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업이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 작은 기업이 더 튼튼하게 자립하기 위해서도 서로의 성장이 전제돼야 한다.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다는 원칙이 이제 우리 경제의 피할 수 없는 방향이 되고 있다. '상생협력의 씨앗'이 현장 곳곳에 뿌려졌다면 이제는 그것이 생태계 전반에서 '모두의 성장'으로 꽃피울 수 있도록 넓고 깊게 가꾸어 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