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중소기업 상생,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돼야

[기고]대·중소기업 상생,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돼야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2026.03.12 04:30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 3월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상생 실천 기업인들과의 대화'는 대·중소기업 협력의 중요성과 앞으로의 방향을 동시에 가늠하게 해준 자리였다. 상생협력 우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10개 팀이 한자리에 모여 '상생협력의 씨앗, 모두의 성장으로 꽃 피우다'라는 슬로건 아래 상생의 가치를 공유하고 실천 의지를 새롭게 다졌다. 이는 단순한 격려 행사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 간담회가 우리 경제에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상생협력은 그동안 제조업 공급망을 중심으로 한 대·중소기업 간 거래 공정화 문제로 인식돼 왔다. 납품대금 연동제, 기술 보호, 공동 연구개발(R&D) 지원 등 일련의 제도적 성과는 협력 중소기업의 기술 역량을 높이고 제조업 생태계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경제 환경은 이 같은 패러다임만으로는 충분히 대응하기 어려운 복합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고금리·고물가의 장기화, 첨단 기술을 둘러싼 국제 경쟁의 심화 속에서 어느 한 기업이나 특정 관계망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상생은 더 이상 '선의의 지원 관계'가 아니라 상호 성장 기반을 함께 구축하는 전략적 협력 체계로 재정립돼야 한다.

상생의 변화는 이미 현장에서 시작되고 있다. 플랫폼·방산·지역·스타트업 지원 등 이번 간담회에서 소개된 사례들은 새로운 영역으로 상생의 외연이 넓어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런 흐름이 상생 생태계로 널리 확산되도록 체계화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상생 생태계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해야 한다. 제조업 공급망에 집중되어 온 논의를 금융·방산·플랫폼 등으로 넓혀야 하며 각 업종의 구조와 혁신 방식에 맞는 상생 모델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상생금융지수 도입, 방산 스타트업 챌린지 개최, 플랫폼 실태조사와 상생협의체 운영 등 변화된 산업현장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또 상생 생태계의 참여자도 더욱 다양하게 확대해야 한다. 그동안 거래기업 중심의 협력에서 벗어나 비거래 중소기업·스타트업·소상공인·사회적 경제 주체까지 상생 생태계의 구성원을 폭넓게 확대해야 한다. 산업 생태계의 혁신은 공급망 안팎의 다양한 주체가 함께 성장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방식이 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우수사례 발굴을 넘어 제도·정책·인센티브와 연계해 지속 가능한 확산 모델로 구축하는 것이다. 개별 기업의 실천이 업계 표준이 되고 특정 분야의 성공이 인근 분야로 파급될 때 상생은 비로소 공고한 구조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은 협력의 지평을 넓히고 정부는 우수사례가 제도로 정착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혁신의 주체로서 동반 성장해야 할 것이다.

큰 기업이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 작은 기업이 더 튼튼하게 자립하기 위해서도 서로의 성장이 전제돼야 한다.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다는 원칙이 이제 우리 경제의 피할 수 없는 방향이 되고 있다. '상생협력의 씨앗'이 현장 곳곳에 뿌려졌다면 이제는 그것이 생태계 전반에서 '모두의 성장'으로 꽃피울 수 있도록 넓고 깊게 가꾸어 나가야 할 때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