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나흘째인 16일 기름값이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전년 대비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정부 안팎에선 유류가가 전체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농축수산물 등 오름세가 둔화된 품목들이 있는 만큼 추후 경과를 지켜보며 종합적인 물가상황을 고려해 대응하겠단 입장이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을 포함한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평균 1800원대에 안착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정유사의 공급가를 제한한 영향이다.
최고가격제로 가격이 다소 안정됐다곤 하지만 전년 대비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3월 평균 휘발유 가격은 1688.9원, 경유는 1555원이었다. 연간으로는 휘발유 1680.2원, 경유 1552.8원이다. 이날 오후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834.1원인 것을 고려하면 약 200원 차이다.
국제유가가 널뛰면서 고유가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이날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의 심장부인 '하르그섬'을 공격하면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101달러를 돌파했다. WTI가 100달러를 돌파한 것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이다. 국제유가 기준인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106달러까지 치솟았다.
유가는 물가에 치명적이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458개 품목 중 석유류(휘발유, 경유 등 6개 품목)의 가중치는 46.6으로 이는 농산물(38.4), 채소류(14.3) 등보다 높다. 단일 품목 기준 휘발유는 전체 4위, 경유는 7위를 차지한다. 실제로 2022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외환위기 당시 1998년(7.5%)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2022년 3월 31.6%, 4월 34.8%, 5월 35.0%, 6월 39.9%, 7월 35.2% 등으로, 이 기간 석유류가 전체 물가를 1.32∼1.74%포인트 상승시켰다. 유가 상승이 없었다면 물가상승률이 2~4%에 그쳤을 것이란 얘기다.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올해 물가를 장담하긴 어렵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최근 "기조적 물가상승세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면서도 "유가 상승으로 소비자물가의 상방 압력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경계했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넘나들며 물가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국제유가 불안으로 환율이 급등하는 데다 물가까지 자극하는 연쇄 충격을 줄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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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하며 중동 전쟁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가공식품 물가 오름세가 둔화되면서 물가를 종합적으로 봐야한단 입장이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2.1%로 2024년 12월(2%)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가데이터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민생물가 관련 담합 조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했다.
정부는 지난 12일 체감물가 안정을 위해 23개 특별관리품목을 우선 선정해 집중 관리하겠단 계획도 밝혔다.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으로 관리하겠단 취지에서다. 여기엔 민생 핵심 먹거리 13개(돼지고기·냉동육류·계란·가공식품 등), 민생 핵심 서비스 5개(석유류·아파트 관리비·집합건물 상가 관리비·통신비 등), 민생 핵심 공산품 5개(교복·생리용품·필수생활용품 등) 등 품목이 담겼다.
그럼에도 '국제유가 상승으로 정부의 물가 관리 목표치(2% 수준)를 유지할 수 있냐는 지적이 이어진다. 재경부 관계자는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품목은 458개로 석유류가 올라가더라도 농축수산물 등 (물가상승률은) 좀 더 나은 편이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가 민생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만큼 추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