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1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이 지난달 소비자물가를 최대 0.8%p(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는 국책연구기관 분석이 나왔다. 정부의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는 물가를 약 0.2%p 낮추는 효과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2일 이같은 내용 등이 담긴 '중동전쟁 대응 TF(태스크포스) 긴급 현안자료'를 공개했다.
KDI는 회귀식을 이용해 최고가격제가 없었을 경우 가상 가격을 추정한 뒤 실제 가격과의 차이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1차 최고가격제가 적용된 마지막 주인 3월 4주차 소비자가 누린 가격 인하 효과는 리터(ℓ)당 △휘발유 약 460원 △경유 약 916원 △실내등유 약 552원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1차 최고가격제가 3월 소비자물가를 0.4~0.8%p 낮춘 것으로 분석됐다. 주유소 판매가격이 해당 주의 국제유가에만 영향을 받은 것으로 가정할 때는 0.8%p, 시차가 존재한다고 가정할 경우엔 0.4%p 인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KDI는 또 정부의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가 소비자물가를 0.2%p 낮출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가 3월 말부터 적용된 만큼 그 효과는 4월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봤다.
앞서 재정경제부는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5월 말까지 연장하며 인하폭을 추가 확대했다. 유류세 인하율을 △휘발유 7%→15% △경유 10%→25% 등으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ℓ당 휘발유는 65원, 경유는 87원 추가 인하 효과가 발생했다.
KDI는 최근 중동 전쟁에 따른 소비 영향도 살펴봤다. 한국 경제는 대외개방도가 높고 에너지 수입 비중이 커 유가 충격이 기업의 생산 비용을 상승시키고 가계 실질 소득과 소비를 제약해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속보성 지표상으로는 유의미한 소비 감소가 나타나진 않았다. KDI가 올해 1~3월 신한카드의 신용카드 이용금액을 과거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카드 이용금액은 전쟁 발발 이후에도 과거 수준을 유지했다.
독자들의 PICK!
다만 세부 항목별로는 차이가 나타났다. 음식 및 음료서비스업 이용금액이 전쟁 발발 이전 소폭 감소한 것이다.
이승희 KDI 연구위원은 "고유가로 국내 전체 이동자 수가 소폭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까지는 감소세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으나 향후 감소세가 지속되는지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KDI는 저소득 가구의 유가 충격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득이 낮을수록 에너지 지출 비중이 높아지는 역진적 구조가 뚜렷해서다. 실제 국가데이터처의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한 결과 2022~2025년 평균 기준 소득 1분위의 경상소득 대비 에너지 지출 비중은 5분위의 3배 이상 높았다.
특히 동일 소득분위 내에서 비수급가구의 에너지 지출 비중이 수급가구보다 높게 나타난 만큼 기초생활보장 수급 여부에 따른 차등 지원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고유가 피해 지원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가구특성별 에너지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여름철 저소득층의 주거광열비 부담 증가를 감안해 그냥드림센터를 통한 폭염 대비 생필품 지원, 폭염 특보 연동 긴급에너지지원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