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빠르게 확산되며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지만, 아직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I 활용으로 업무시간은 줄었지만 절감된 시간이 실제 생산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 이른바 '생산성 단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이 8일 발표한 'AI 도입은 생산성을 높이는가? 초기 3년의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AI 사용 근로자는 업무시간이 평균 3.8%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주당 약 1.5시간이 절감된 셈이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5~6월 전국 취업자 55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계조사를 바탕으로 챗지피티(ChatGPT) 출시 이후 약 2년 반 동안의 AI 활용 효과를 분석한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의 51.8%가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절감된 시간이 모두 생산 활동에 재투입된다고 가정할 경우 잠재적인 생산성 향상 효과를 약 1.0% 수준으로 추정했다. 특히 저숙련 근로자와 AI를 많이 활용하는 근로자일수록 시간 절감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오삼일 한은 고용연구팀장은 "챗지피티 출시 이후 약 2년 반 동안 국내총생산(GDP)은 3.9% 성장했다"며 "AI의 잠재적 생산성 향상 효과 1.0%가 모두 실현됐다면 성장률은 4.9%가 될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숫자는 작은 숫자가 아니고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는 잠재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무시간 단축이 실제 생산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근로자별 업무시간 절감률과 업무처리량 증가율 간 상관계수는 0으로 나타났다. AI가 개별 작업의 효율성을 높였음에도 절약된 시간이 고부가가치 업무로 재배치되지 못하면서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지 못한 것이다.
반면 자영업자와 전문직, AI 고강도 사용자 등 성과 보상과 업무 자율성이 높은 집단에서는 업무시간 절감이 실제 업무처리량 증가로 이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AI의 생산성 효과가 기술 자체보다 작업 구조와 유인 체계에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현재 AI가 개별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단계에는 진입했지만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 구조 변화로 확산되지는 못했다고 진단했다. AI 활용 효과가 특정 작업 수준에 머물고, 조직 내 업무 흐름의 경직성이나 의사결정 과정의 병목, 성과 보상 체계의 한계 등이 생산성 향상을 제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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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팀장은 "시간을 크게 절약하는 분야에서는 이미 조직 변화가 진행되고 있겠지만 평균적으로는 전환 속도가 느린 단계에 있다"며 "앞으로 어떤 조건과 유인체계를 만들어 AI의 잠재력을 생산성으로 연결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이를 범용기술 도입 초기 단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J-커브' 현상 또는 '솔로우 역설'로 해석했다. 향후 AI의 생산성 효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술 확산뿐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 △조직 구조 개편 △성과 기반 유인체계 구축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