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7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노사 간 1680원의 격차를 쉽게 좁히지 못하고 평행선을 그렸다. 노동계는 치솟는 물가와 생계비를 이유로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한 시급 12000원을 고수한 반면 경영계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 한계를 내세워 10320원(동결)을 주장했다.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0차 전원회의에서 노사는 최초 요구안에 대한 입장 차를 재확인하며 2027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액 심의를 진행했다.
먼저 경영계는 현행 최저임금이 이미 한계치에 달했다며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인상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10320원이지만 주휴 수당을 고려하면 이미 12000원을 넘었다"며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중위임금 또는 평균임금 대비 수준으로 비교해도 G7 국가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류 전무는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현장에서는 신규채용은 엄두도 못 내고 있고 기존 고용 유지조차 버겁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여기에 부담이 더 가중된다면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고용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리는 것을 넘어 사업 축소나 폐업까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노동계가 제시한 16%대 인상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현장의 고용 유지 능력을 통째로 흔드는 경제적 충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본부장은 "오히려 우리 경제의 양극화 최말단에서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 현장에서 가장 큰 박탈감을 느끼는 경제 주체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라며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속에서 악전고투하며 우리 사업장과 일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을 위해서 최저임금 동결 또는 이에 준하는 수준으로 결정함으로써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노동계는 침체된 내수 경제를 살리고 저임금 노동자의 생존을 위해 대폭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맞섰다.
독자들의 PICK!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언론 보도들은 최저임금을 오로지 비용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단기적인 시각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며 "최저임금법에는 노동의 가치와 소득분배의 원칙, 그리고 복지의 관점이 함께 담겨 있다"고 반박했다.
류 사무총장은 "과감한 최저임금 인상 없이는 지금의 침체된 내수 경제를 다시 움직이기 어렵고, 결국 소비 주체는 노동자"라며 "최저임금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소득을 보장하고, 이들이 보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시길 거듭 요청드린다"고 주장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 역시 "살인적인 고물가 속에서 지금의 최저임금으로는 생계비 감당은커녕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극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위원장은 "물가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경영계의 고질적 '동결' 주장은 사실상 삭감"이라며 "실질임금을 보장해달라. 최저임금 대폭인상으로 노동자가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생존권을 열어달라"라고 호소했다.
2027년도 최저임금 법정 심의 기한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일로부터 90일인 6월 말이지만 올해도 기한을 넘겨서 7월 이후까지 협상을 이어가게 됐다. 1988년 최저임금제 시행 이후 법정 기한을 지킨 사례는 9차례에 불과하다.
최임위는 남은 행정절차 등을 고려해 7월 중순까지 최저임금안을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노동부 장관은 이를 토대로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