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사가 2027년도 최저임금액 심의에서 1410원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노동계는 물가 상승을 고려해 14.4% 인상한 1만1800원을 3차 수정안으로 제시한 반면, 경영계는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 한계를 내세우며 0.7% 인상한 1만390원을 내놨다.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제11차 전원회의에서 노사는 최저임금액 심의를 진행했다. 당초 법정 시한은 6월 말까지였지만 합의에 실패하고 7월까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전년 대비 14.4% 인상을 요구한 노동계는 실질 임금 하락과 양극화 심화를 지적하며 물가 상승률을 대폭 상회하는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난 몇 년간의 최저임금 정책은 산입범위 확대와 낮은 인상률로 인해 물가상승률을 겨우 턱걸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며 "인상 효과마저 매년 가중되는 생계비 부담에 상쇄되면서,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적인 삶의 질은 나아지지 못했고 최저임금과 실제 생계비 간의 격차는 오히려 더욱 벌어지는 가혹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류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은 결코 '최저 비용'이라는 수치적 개념으로 함몰돼선 안 된다"며 "적어도 최저임금을 통해 이 땅에서 자립할 수 있다는 최소한의 신뢰를 사회가 보장해 줘야 한다. 생계 위기에 직면한 노동자들이 기댈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보루인 만큼, 전향적이고 과감한 인상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논의의 출발선은 생계비와 직결되는 물가 상승률에서 시작해야 한다. 노사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첫걸음은 최저임금 삭감과 같은 몇십 원씩 인상이 아니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상승률 2.7%를 상회하는 수준에서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위원장은 "노동자들은 지난 8년 동안 산입범위가 확대되면서 최저임금 인상액을 액면 그대로 받아보지 못했다. 해외 사례보다 턱없이 넓은 산입범위 탓에 시급이 올라도 기존 수당이 최저임금 안으로 묶여버려 인상 효과는 완전히 무력화됐다"며 "우리 사회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라는 허상에 갇혀 있을 때, 노동자들의 가슴에는 깊은 '박탈감'만 새겨졌다"고 말했다.
반면 0.7% 인상안을 내놓은 경영계는 경제 지표 이면에 가려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한계 상황을 강조하면서 최소 폭 인상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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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지금 경제 상황이 반도체 호황이라는 착시에 가려져서는 안 된다"며 "폐업이 100만개에 가까운 높은 수준이고, 자영업 대출 잔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연체율도 10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류 전무는 "노동계의 2차 수정안은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만4000원을 넘어선다. 최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하는 실제 인건비 부담은 연간 500만원이 늘어난다"며 "경영 한계에 놓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큰 고통이다. 내년에 실제 지급 주체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노후 준비가 안 된 고령층 은퇴자들이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자영업으로 몰리지만, 최저임금과 각종 법적 책임, 수당, 퇴직금 부담으로 사람을 쓰지 못하고 혼자 과다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사장님이란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최저임금, 최소 생활비보다 못한 금액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자영업자의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양 본부장은 "인건비는 한 번 올라가면 내려가지 않는 하방경직성이 있어 누적 영향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인상이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며 "더 이상 높이지 말아 달라는 근로자를 만나기도 하는데, 이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본인이 잘 다니는 일터를 잃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막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익위원들이 일정 범위의 '심의 촉진구간'을 제시해 절충을 유도하거나 최종 표결을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된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최종 고시하도록 규정돼 있어, 최임위는 이의제기 등 행정 절차를 고려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장관에게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올해 최임위 첫 회의는 4월21일에 열렸으나, 위원장 선출과 도급제·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파행과 공전이 거듭됐다. 논의가 지연되면서 최저임금액 협상의 출발점인 노사 최초 요구안은 법정 시한을 불과 일주일여 앞둔 6월23일에야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