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국고채 경쟁입찰 과정에서 입찰금리 및 가격정보를 사전에 공유하고 담합한 혐의를 받는 증권사 10곳과 은행 5곳의 제재에 착수했다.
이들 회사의 담합으로 영향을 받은 국고채 입찰 규모가 약 76조원에 달해 법률상으로는 최대 15조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다만 공정위는 최종 과징금 수준이 시장 상황 및 파급 효과, 피심인 재무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것이란 입장이다.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르면 이달 말 15개 국고채 전문딜러(PD) 사업자들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전원회의는 피심인 숫자 등을 고려해 여러 차례에 걸쳐 열릴 예정이다.
15개 PD사는 교보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증권사 10곳과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하나은행, 산업은행 등 은행 5곳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3월 행위 사실, 위법성 및 조치 의견 등이 담긴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15개 국고채 PD사에 송부한 바 있다. 심사보고서는 공정위 심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위법성 및 그에 대한 조치 의견을 기재한 문서다. 단, 위원회 최종 판단을 구속하진 않는다. 향후 독립된 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이 이뤄진다.
국고채는 채권 중 가장 거래가 활발하고 시장금리를 민감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시중 자금사정을 나타내는 주요한 지표로 사용된다. 대부분 경쟁입찰 방식으로 발행된다.
재정경제부는 특정 사업자에 입찰 참여 권한을 독점적으로 부여하고, 이들에 호가 제시의무 등 시장 조성의무를 부담하는 '국고채 전문딜러(PD)' 제도를 운용 중이다.
공정위는 PD사들이 2020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국고채 입찰에 참여하며 입찰 담합 및 정보교환 담합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국고채 입찰을 앞두고 금리와 가격, 입찰 물량 등 정보를 공유하고 특정 수준에 금리가 형성되도록 담합했다는 것이다. 관행적 소통으로 볼 수 없는 금리 관련 구체적이고 빈번한 담합과 정보교환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담합으로 영향을 받은 입찰 규모가 약 76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공정위는 15개 PD사의 담합 행위를 '매우 중대한 위법행위'로 판단했다. 관련 법령에 따라 담합 사건의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는 관련매출액의 10.5%~20%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최대 15조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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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일각에선 8조~11조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언론에 보도된 (과징금 예상) 숫자는 추정을 토대로 한 것"이라며 "구체적 조치 수준은 전원회의 심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며, 심의 과정에서 시장 상황과 파급 효과, 피심인 재무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관련매출액 재산정이 이뤄질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공정위는 입찰담합과 같은 구매담합은 법령상 구매금액, 즉 낙찰금액을 기준으로 관련매출액으로 산정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반면 PD사들은 실제 영업수익을 기준으로 관련매출액을 잡아야 한다고 맞선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고채 담합은 구매담합행위로, 낙찰금액을 기준으로 관련매출액을 산정하는 게 법령상 원칙"이라면서도 "최종판단은 위원회에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