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반도체 경기 호조세를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3.2%로 상향했다. 기존 전망치보다 0.7%포인트(p) 높여잡았는데, 이중 0.6%p가 반도체와 반도체 파급에 의한 상승이라는 분석이다.
KDI는 19일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제시했다. 지난 5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2.5%)보다 0.7%p 높은 수치다.
KDI는 성장률은 상향 조정한 배경으로 반도체 경기 호황을 꼽았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그 영향이 올해 수출과 설비투자로 파급된단 분석이다. 특히 내년엔 민간 소비로도 일부 확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미루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대략적으로 상승분의 0.6%p 정도는 반도체와 그 반도체 파급에 의한 상승이라고 보면 된다"며 "작년 GDP(국내총생산) 대비 성장분(3.2%)의 반 이상을 반도체가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목성장률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지만 직접적으로 연관된 GDP디플레이터도 반도체 가격 상승에 힘입어 상당히 높이 상승한 수준"이라며 "지금 전망 자체로는 정부 명목성장률 수치(12.3%)보다 저희가 더 높은 수준이라는 정도만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수출(총수출·물량기준) 증가율은 올해와 내년 각각 8.7%, 5.0%로 내다봤다. 미국의 관세조치와 중동 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도 글로벌 AI(인공지능) 관련 투자 호조세가 반영되면서다.
특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크게 상회했다. 원유수입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수출가격이 급등하면서 교역조건(수입가격 대비 수출가격)이 대폭 개선된 결과다.
이에 경상수지도 올해와 내년 모두 3600억달러로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의 흑자를 예상했다. 지난해(1231억달러)보다 3배 정도 더 높은 수준이다. 기존 전망(5월)보다도 각각 1200억달러, 1400억달러 높여잡았다.
설비투자는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올해와 내년에 각각 7.9%, 7.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는 실질총소득 증가로 올해와 내년에 각각 2.3%, 2.0% 증가하지만 반도체 부문에 편중되면서 개선세가 다소 완만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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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글로벌 반도체 수요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구조는 문제로 지적된다. KDI는 각각 상반된 두 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먼저 글로벌 AI 투자 수요가 위축되거나 반도체 생산국과의 경쟁 심화로 국내 반도체 기업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하락할 경우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될 가능성이다.
반대로 AI 투자 수요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국내 기업의 반도체 공급 능력이 생각보다 빠르게 확충되면 경제성장률이 전망을 상회할 가능성도 남겨뒀다.
불확실한 대외 상황도 변수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원자재 수급 차질과 생산비용 상승을 초래할 경우 경기 개선세가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부장은 "우리나라 거시경제 전체가 반도체 의존도가 과거에 비해 높아진 상황이고 반도체 업황에 따라 거시경제 전망 자체가 크게 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