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을 넘어서면 상품·서비스 가격이 함께 오르는 동조 현상이 급격히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늘어난 소득이 소비 확대로 이어질 경우 근원물가 상승률을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8월 경제전망보고서의 '수요주도 물가압력이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수요 압력이 높을 때 국내총생산(GDP)갭률이 1%포인트 확대되면 근원물가 상승률은 약 0.1~0.4%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GDP갭률은 실질GDP와 잠재GDP 간 격차를 잠재GDP로 나눈 백분율 값이다.
한은은 2000년 이후 국내에서 수요 측 압력과 2.5% 이상의 높은 근원물가가 동시에 나타난 시기가 총 네 차례 있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카드사태 이전인 2002년 1~4분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2분기~2008년 3분기 △금융위기 회복기인 2011년 2~4분기 △팬데믹 충격 회복기인 2022년 1분기~2024년 1분기다.
이 시기에는 임금과 자산가격 상승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확충된 뒤 소비와 물가가 시차를 두고 함께 상승했다. 수요가 회복되자 기업들이 그동안 떠안았던 원가 인상 부담을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전가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특히 근원물가 상승률이 2.5% 안팎을 넘어서면 동조성이 급격히 강화됐다. 개인서비스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최근에는 여행·숙박·음식 등 경기상황에 민감하고 동조성이 높은 개인서비스가 근원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어 과거에 비해 물가상승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또 반도체 수출가격 상승 등 교역조건 개선을 통한 국내총소득(GDI) 기반 수요충격은 GDP 기반 충격보다 근원물가에 더 큰 상승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GDI 증가가 소비 확대로 이어지면 근원물가 상승률에 약 0.05~0.2%포인트의 추가 상방압력이 더해질 수 있다. 수입가격 하락보다 수출가격 상승에 따른 소득 증가가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늘어난 소득이 저축이나 자산 취득, 수입 소비에 머물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된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 전반에 경기 개선의 온기가 퍼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용이 양호하고 민간 경제주체의 심리가 좋은 상태로 이어져야 소득 증가가 소비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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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최근 근원물가 상승률이 이미 2%대 중반에서 오름세를 보이는 만큼 가격 상승이 광범위한 품목으로 번지며 고착화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 관계자는 정책 대응과 관련해 "선제적인 대응이 중요하다"며 현재 상황은 과거 수요주도 고근원물가 국면과 "상당히 비슷한 측면이 많다"고 평가했다. 이어 "비용 충격의 전이 조짐이 상반기에도 일부 나타났고 수요 압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