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원유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최근 5년간 8600억원이 넘는 운임 환급액을 집행했지만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여전히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동산 비중이 낮아지고 미국산 등 비중동산 원유 도입이 늘었지만, 업계에서는 단순한 운임 지원을 넘어 정유사의 원유 처리 능력까지 뒷받침해야 구조적인 수입선 다변화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실이 산업통상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비중동산 원유에 대한 운임 환급액은 871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중동산 원유를 들여올 때보다 운임이 더 많이 드는 비중동산 원유에 대해 추가 운임의 일부를 환급하는 방식으로 수입선 다변화를 지원하고 있다. 석유수입부과금(리터당 16원)을 재원으로 한다.
최근 5년간 환급액은 2021년 1284억원, 2022년 1055억원, 2023년 2834억원, 2024년 1991억원, 2025년 1449억원으로 총 8613억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환급액만 지난해 연간 환급액의 약 60% 수준이다.
그럼에도 원유 수입 구조에서 중동산 비중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62.3%로 지난해 상반기 68.7%보다 6.4%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미국산 원유는 전체 수입량의 20.5%를 차지하며 상반기 기준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미주 지역 전체 비중도 26.5%까지 높아졌고 아프리카산 비중 역시 5.6%로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운임 환급 자체의 효과를 부정하기는 어렵지만, 운임만으로 원유 도입선을 획기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정유사가 원유를 선택할 때는 원유 가격뿐 아니라 운임과 보험료, 정제 과정에서 어떤 제품을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는지까지 종합적으로 따지기 때문이다. 비중동산 원유를 들여오기 위해 운임 부담을 낮추더라도 정유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중동산 원유와의 경제성 차이가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정유설비는 오랜 기간 중동산 원유를 중심으로 운용돼 온 만큼 원유의 성상 변화도 변수다. 미국산 원유 등 비중동산 원유는 중동산과 성상이 다른 경우가 있어, 비중을 크게 늘리려면 정유공장의 설비 운용 방식이나 일부 시설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설비를 개조하거나 새로운 처리시설을 갖추는 데 상당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업계에서는 대규모 설비 변경에는 최소 조 단위 이상의 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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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관계자는 "이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도가 있기 때문에 다른 원유를 들여올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고, 없었다면 지금도 중동산 비중이 70~80%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존도를 더 획기적으로 낮추려면 설비 투자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실제 정부도 운임 지원과 함께 비중동산 원유 도입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나서고 있다.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비중동산 원유의 초과 운임 환급률을 한시적으로 100%까지 높이는 등 지원을 확대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중동 정세가 안정된 이후에도 비중동산 원유 도입 확대와 수송로 다원화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조지연 의원은 "지난 5년간 8600억원이 넘는 재원이 투입됐지만 여전히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며 "중동발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지원을 확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수입선 다변화 성과를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