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콩은 남는데 콩이 부족하다…국산콩 정책의 '불편한 역설'

[농담]콩은 남는데 콩이 부족하다…국산콩 정책의 '불편한 역설'

세종=정혁수 기자
2026.09.14 06:0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국산콩 재고 늘어도, 중소 두부업계 수입콩 부족 호소
-가격·품종·수율·설비 제각각…"같은 '콩 1톤' 아니다"
-생산 확대 넘어 가공·소비까지…국산콩 정책 '후반전'

[편집자주]  농업의 큰 변화는 때로 아주 작은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한 그릇의 밥, 한 알의 씨앗, 농부의 한마디, 연구자의 오랜 기다림 속에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농업의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농담(農談)'은 그런 이야기들을 찾아 사람과 농업, 정책과 삶을 잇는 공간입니다. 작은 농업의 이야기를 담아, 더 큰 농업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지난 5일 충남 아산 연세유업 아산공장에서 두부 생산 원료로 사용되는 정부 수매비축 국산콩이 보관돼 있다. /사진=이수현
지난 5일 충남 아산 연세유업 아산공장에서 두부 생산 원료로 사용되는 정부 수매비축 국산콩이 보관돼 있다. /사진=이수현

같은 콩을 두고 정부와 가공현장의 온도차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시장에 공급되는 콩의 '총량'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반면 중소 두부업체들은 당장 공장을 돌릴 수입콩이 부족하다며 생산 중단까지 우려하고 있다.

어느 한쪽의 계산이 틀린 것일까.

1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두부업계의 주장을 살펴보면 이번 논란의 본질은 단순한 콩 부족에 있지 않다.

정부가 쌀 대신 콩 생산을 적극적으로 늘린 뒤 수입콩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종의 '전환비용'에 가깝다.

농식품부는 최근 중소 두부업계의 '수입콩 대란' 우려가 확산되자 설명자료를 내고 올해 가공용 식용대두 수입량이 평년보다 약 3만톤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수입콩 감소분을 그대로 방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수입콩을 사용하던 가공업체들이 국산콩으로 원료를 전환할 수 있도록 국산 비축콩 2만1000톤을 할인 공급하고 정부가 보유한 수입콩 재고 1만3000톤도 추가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풀무원 음성 두부공장 직원이 완성된 두부 제품을 최종 검수하고 있다. /사진제공=풀무원
풀무원 음성 두부공장 직원이 완성된 두부 제품을 최종 검수하고 있다. /사진제공=풀무원

수치만 놓고 보면 3만톤의 수입 감소분에 3만4000톤을 추가로 공급하는 셈이다. 정부가 "총공급량은 평년 수준"이라고 설명하는 근거다.

하지만 가공업계의 셈법은 다르다.

중소 두부업계는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매년 최소 25만톤의 수입대두가 필요하지만 올해 정부 공급계획은 22만톤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정해진 TRQ(저율관세할당) 물량을 넘어 민간이 직접 식용대두를 수입하려면 487%의 높은 관세가 적용되는 만큼 중소업체가 시장에서 부족분을 자체 조달하기도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TRQ는 일정 물량까지 낮은 관세로 수입을 허용하는 제도다. 할당 물량을 넘으면 높은 관세가 적용돼 사실상 추가 수입이 어려워진다.

정부는 "콩이 있다"고 말하고, 업계는 "쓸 콩이 없다"고 불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의 계산에서는 수입콩 1톤과 국산콩 1톤이 모두 '콩 1톤'이다. 그러나 두부공장의 생산라인에서는 반드시 같은 원료가 아니다.

가격부터 다르다. 국산콩을 할인해 공급하더라도 수입콩보다 원료비 부담이 높은 경우가 많다.

대기업이라면 국산콩 프리미엄 제품으로 가격 차이를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지만 학교·군부대·복지시설이나 음식점 등에 저가 두부를 납품하는 중소업체는 사정이 다르다.

콩의 크기와 품종 특성, 두부 수율도 문제다. 수입콩에 맞춰 선별·불림·분쇄 공정을 운영해온 업체가 국산콩으로 원료를 바꾸면 기존 공정을 조정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설비까지 손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총공급량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공급량' 사이에 차이가 생기는 셈이다.

경제용어로는 이를 '조정비용(adjustment costs)'으로 볼 수 있다. 정책이나 가격 변화로 기업이 기존 생산방식을 바꿀 때 설비 변경, 원료 조달처 변경, 공정 조정, 숙련 축적 등에 비용이 발생한다는 개념이다.

이번 논란을 더 눈여겨볼 이유는 국산콩 정책이 중대한 전환점에 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쌀 과잉생산을 줄이고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2023년 전략작물직불제를 도입하는 등 논콩 생산 확대를 적극 추진해왔다. 그 결과 최근 몇 년간 논콩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빠르게 늘었다.

2025년 국내 콩 생산량은 15만6000톤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지난해보다 정부 비축물량을 1만톤 늘린 6만톤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책을 추진했던 정부 스스로도 올해 들어 신호를 바꾸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5월 논콩 생산량 증가 폭이 수요 확대 속도보다 커지면서 정부 비축재고가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2025년에도 "논콩 재배면적은 지속 증가하고 있으나 수요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정책의 과제가 바뀐 것이다.

그동안의 질문이 '논에 콩을 얼마나 더 심을 것인가'였다면 이제는 '늘어난 국산콩을 누가,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가 더 관건이 됐다.

농식품부 입장에서 국산콩 자급률을 높이고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식량안보 측면에서도 국산콩 생산기반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수입콩을 줄이면 그 자리를 자연스럽게 국산콩이 채울 것이라는 접근도 현실과 거리가 있다. 가격과 품종, 수율, 생산설비와 최종 소비시장까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산콩 정책도 이제 '생산 장려'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중소 두부업체의 국산콩 전환을 유도하려면 원료 가격 차이를 어떻게 줄일지, 국산콩에 맞는 가공설비 개보수 비용은 누가 부담할지, 가공적성이 높은 품종은 어떻게 안정적으로 공급할지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수입콩 감축 역시 가공업체가 적응할 수 있는 속도와 맞물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농민이 생산한 국산콩은 창고에 쌓이고, 정작 두부공장은 원료가 없다고 호소하는 역설이 되풀이될 수 있다.

농식품부도 가공업계와 농업인단체가 참여하는 '상생 협의체'를 구성해 생산자·가공업자·소비자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협의체가 풀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국산콩 확대에 필요한 '전환비용'을 과연 누가, 어떻게 나눠 부담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쌀 대신 콩을 심게 하는 것까지가 정책의 전반전이었다면, 이제 후반전은 그렇게 생산한 콩이 공장으로 가고, 제품이 돼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게 만드는 일이다.

국산콩 정책의 성패는 더 이상 논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늘어난 콩을 받아낼 산업의 그릇을 얼마나 제대로 만들어 놓느냐에 달렸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혁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에서 농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저널리즘스쿨에서 1년간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201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를 출입하며 한국 농업정책과 농업현장의 이야기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농업분야에 천착해 오는 동안 '대통령표창'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한 것은 개인적으로 큰 기쁨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농업의 무한변신'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