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돼지 살리려 돼지 묻었던 7년…ASF 잔혹사, 이제 끝이 보인다

[농담]돼지 살리려 돼지 묻었던 7년…ASF 잔혹사, 이제 끝이 보인다

세종=정혁수 기자
2026.09.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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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경기 파주서 시작된 7년 전쟁…살처분 보상 추정액만 1269억원
-올해도 7개 시·도서 24건 발생…농장 넘어 도축장·사료까지 '전 주기 방역'
-국산 백신 상용화·현장시험 단계…DIVA·재조합 바이러스가 마지막 관문
-농식품부·검역본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백신개발' 국제심포지엄

[편집자주]  농업의 큰 변화는 때로 아주 작은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한 그릇의 밥, 한 알의 씨앗, 농부의 한마디, 연구자의 오랜 기다림 속에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농업의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농담(農談)'은 그런 이야기들을 찾아 사람과 농업, 정책과 삶을 잇는 공간입니다. 작은 농업의 이야기를 담아, 더 큰 농업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화성=뉴시스] 김종택 기자 = 8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 화성시 한 양돈농가에서 방역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방역당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해당 농장에 초동방역팀·역학조사반을 파견하고 사육중인 돼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 등에 따라 살처분을 실시하고 있다. 2026.02.09. jtk@newsis.com /사진=김종택
[화성=뉴시스] 김종택 기자 = 8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 화성시 한 양돈농가에서 방역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방역당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해당 농장에 초동방역팀·역학조사반을 파견하고 사육중인 돼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 등에 따라 살처분을 실시하고 있다. 2026.02.09. [email protected] /사진=김종택

돼지를 살리기 위해 돼지를 죽여야 했다. 지난 7년간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싸워온 대한민국 양돈산업의 역설이다.

2019년 9월17일 오전 6시30분. 경기 파주의 한 양돈농장에서 폐사한 어미돼지 5마리를 검사한 결과 ASF 양성이 확인됐다. 국내 첫 발생이었다.

정부는 즉시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리고 전국 돼지농장과 도축장, 사료공장 등에 48시간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내렸다. 발생농장과 농장주가 소유한 농장의 돼지 3950마리도 살처분됐다.

그날부터 대한민국 축산현장은 달라졌다. 농장 입구에는 생석회가 깔렸고, 도로에는 소독차량이 달렸다. 돼지가 이동하는 길에는 통제초소가 세워졌다.

ASF는 사람에게 감염되지는 않지만 돼지에서는 치사율이 100%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당시 상용 백신이 없었던 만큼 방역당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감염된 돼지와 주변 위험축을 없애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16일 서울 한 마트에서 고객이 돼지고기를 고르고 있다. 2026.03.16. myjs@newsis.com /사진=최진석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16일 서울 한 마트에서 고객이 돼지고기를 고르고 있다. 2026.03.16. [email protected] /사진=최진석

첫 발생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아 파주 5건, 강화 5건, 김포 2건, 연천 2건 등 14건이 발생했다. 살처분 보상 대상 농가는 234호, 당시 정부가 추산한 보상금은 1269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피해도 컸다. 텅 빈 축사와 끊어진 출하, 언제 다시 돼지를 들일지 모르는 기다림이었다. 농민에게 돼지는 가축인 동시에 생계였다. 오랜 시간 쌓아온 역사였다. ASF는 돼지만 앗아간 게 아니라 축산현장의 시간도 멈춰 세웠다.

충격은 식탁까지 번졌다.

첫 발생 당일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당 4403원에서 5828원으로 하루 만에 32.4% 뛰었다. 이동중지로 물량이 부족해질 것이란 우려에 시장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반면 2019년 연평균 돼지가격은 전년보다 12% 하락했다. 생산량 증가와 함께 ASF에 대한 소비자의 기피 심리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ASF는 그렇게 시장의 심리까지 흔들었다. 공급 부족에 대한 공포는 가격을 끌어올렸고, 질병에 대한 불안은 다시 소비를 끌어내렸다.

방역은 해마다 더 촘촘해졌다. 살처분과 이동통제에서 시작해 야생멧돼지 관리와 농장 방역시설 강화로 이어졌고,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 입국부터 농장·도축장·사료제조까지 관리하는 '전(全) 주기 방역'으로 확대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백신의 해외수출 지원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검역본부 해외전염병과 연구원들이 연구자료를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검역본부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백신의 해외수출 지원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검역본부 해외전염병과 연구원들이 연구자료를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검역본부

그럼에도 2019년 이후 국내 양돈농장에서 ASF는 모두 79건 발생했다. 특히 올해 1~3월에는 7개 시·도에서 24건이 집중 발생했다.

하지만 이제 그 끝이 보인다. 7년을 끌어온 ASF와의 싸움에 새로운 선택지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바로 백신이다.

그 변화의 현주소를 보여준 자리가 지난 15일 경북 김천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열린 'ASF 백신 개발 국제심포지엄'이었다.

농식품부와 검역본부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ASF 백신 개발: 연구에서 현장 적용까지'를 주제로 마련한 행사에는 중국 하얼빈수의연구소, 베트남수의축산연구소, 필리핀 농업부 동물산업국 전문가와 국내 백신기업·연구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내 백신 개발의 현주소도 공개됐다. 중앙백신연구소는 'SuiShot ASF-X'를, 코미팜은 필리핀 상업농장에서 실시한 대규모 현장시험을 발표했다. 검역본부는 백신을 맞은 돼지와 실제 ASF에 감염된 돼지를 구별할 수 있는 'DIVA' 기능을 갖춘 Vero 세포 적응 백신 후보 연구를 소개했다.

경북 김천 검역본부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최정록 본부장(사진 오른쪽에서 6번째), 이동식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사진 오른쪽에서 7번째) 등 국내외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사진제공=농림축산검역본부
경북 김천 검역본부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최정록 본부장(사진 오른쪽에서 6번째), 이동식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사진 오른쪽에서 7번째) 등 국내외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사진제공=농림축산검역본부

검역본부는 앞서 2021년 ASF 백신 전문 연구조직을 만들고 2022년부터 국내 전문가 네트워크를 운영해 왔다.

최정록 검역본부장은 "국내 기업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ASF 백신의 상업화가 가까워졌다"며 "이제 실험실이 아닌 현장에서 성과를 확인할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아직 승리를 선언할 때는 아니다. 백신 바이러스의 병원성 복귀와 전파, 임신돈 안전성 등을 검증해야 한다. 유전자형Ⅰ과 Ⅱ가 결합한 재조합 ASF 바이러스도 새로운 변수다.

중국 연구진은 이번 심포지엄에서 일부 기존 백신이 재조합 바이러스에는 충분한 보호효과를 보이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해 졌다. 지금까지 해온 방역이 바이러스가 찾아온 뒤 돼지를 없애는 싸움이었다면, 백신은 앞으로 바이러스가 오기 전 돼지를 지키는 싸움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ASF 잔혹사가 정말 끝날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

그 끝은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날이 아니라, 돼지를 살리기 위해 돼지를 죽여야 했던 방역에 '백신'이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더해지는 순간부터 시작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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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에서 농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저널리즘스쿨에서 1년간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2013년부터 농식품부를 출입하며 한국 농업정책과 농업현장의 이야기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농업분야에 천착해 오는 동안 '대통령표창'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한 것은 개인적으로 큰 기쁨이지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발전하는 '농업의 무한변신'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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