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PIA 몽골센터 추진 '몽골 적응벼 재배기술 개발사업' 결실
설산 찬물·짧은 생육기간 넘어…등숙률 30%에서 올해 70%
오명규 소장, 맞춤 재배법 결실…한국산 콤바인 첫 수확 시연

지난 달 28일, 벼 수확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찾은 몽골에는 눈이 내렸다. 한국에서는 반팔과 반바지 차림이 여전했지만 몽골에는 이미 영하의 추위가 찾아와 있었다. 기온은 영하 5~6도까지 떨어졌다.
한국에서는 벼가 여물고 추수가 한창일 시기에, 이곳 사람들은 겨울을 걱정해야 했다. 겨울철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나라에서 '벼를 심고 쌀을 거두겠다'는 'K-농업의 도전'이 새삼 무겁게 다가왔다.
그러나 그 추위가 다가오는 땅에서 한국 벼가 여물었다. 지난달 30일 수도 울란바트로에서 차로 꼬박 24시간 거리인 몽골 서부 홉드 지역의 벼 시험재배지에서는 한국산 콤바인을 투입한 수확 시연이 열렸다.
농촌진흥청과 코피아(KOPIA·해외농업기술협력사업) 몽골센터가 '몽골 적응 벼 재배기술 개발사업'을 통해 현지에 맞는 품종과 재배법을 개발해 온 성과였다. 지난해 첫 결실에 이어 올해는 낟알이 여무는 비율인 등숙률을 약 30%에서 70%로 높였다.

몽골 벼농사가 맞서야 하는 것은 짧은 생육기간과 일찍 찾아오는 추위다. 이삭을 내는 데 성공해도 낟알이 충분히 여물기 전에 기온이 내려가면 수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벼를 심어 이삭을 보는 것과 밥을 지을 수 있는 쌀을 얻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몽골 정부가 2023년 농진청에 벼 재배시험을 공식 요청한 뒤 연구진은 수확 시기가 빠른 극조생 품종 '진부올벼' 등을 시험했다. 모를 기르는 육묘 기간도 40일로 늘렸다. 추위가 오기 전에 농사를 마치기 위한 선택이었다.
몽골의 추위를 견딜 품종을 찾아도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었다. 벼에 공급할 물부터 한국의 논과 달랐다. 눈 덮인 설산에서 내려오는 물은 농업용수였지만 동시에 생육을 늦추는 찬물이었다.
오명규 KOPIA 몽골센터 소장은 "설산 물을 이용했는데 너무 차가워 초기 생육이 지연됐고, 이 때문에 이삭이 나오는 기간도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벼가 자라는 데 쓸 수 있는 시간이 짧은 곳에서, 초기 생육 지연은 수확을 위협하는 문제였다.
연구진은 물을 받아 데운 뒤 논에 공급하는 온수지를 만들었다. 육묘 과정에는 빛을 차단하는 암막처리를 적용해 이삭 형성을 유도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이삭이 나오는 기간이 짧아졌다. 씨앗이 가진 가능성을 실제 수확으로 바꾸려면 물과 재배 방법까지 현지 조건에 맞춰야 했다.

지난해 홉드 지역 볼강군에서 벼를 거둔 데 이어 올해는 보인트군의 새로운 농지에서 시험했다. 한 번 벼농사를 지은 땅에서 얻은 경험이 처음 논을 만드는 곳에서는 그대로 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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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논이라는 것이 쉽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한 번 농사를 지은 곳과 한 번도 안 지은 땅은 차이가 큽니다."라고 했다.
물을 대도 빠져나갔고, 모를 심는 과정에서는 이앙기가 논에 빠져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초기 모의 생육도 좋지 않았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물 빠짐과 생육 상태가 나아졌다. 오 소장은 이런 문제가 없었다면 생산성이 더 높았을 것이라고 봤다.
한국에서는 익숙한 논 한 필지가 몽골에서는 새로 만들어야 할 생산 기반이었다. 물을 붙잡아두고, 모가 뿌리내리게 하고, 농기계가 움직일 수 있도록 땅을 다지는 일부터 필요했다. 올해 등숙률 70%는 그 과정을 거쳐 얻은 결과다.
수확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다. 농진청은 한국산 콤바인을 처음 투입해 현지 활용성을 점검했다.
국립식량과학원 농기계 전문가가 수확을 시연하고 몽골 정부 협력기관 연구원에게 운영·관리 방법을 교육했다. 벼를 길러내는 기술에 거둬들이는 기술을 더한 셈이다.

몽골이 벼농사에 관심을 갖는 배경에는 '식탁의 변화'가 있다. 몽골은 최근 쌀 소비가 늘었지만 쌀은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자국에서 쌀을 생산할 수 있다면 식량을 확보하는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다. 작은 시험포장의 결실이 몽골 식량안보와 연결되는 이유다.
코피아 몽골센터에 따르면 이번에 수확한 한국 품종 쌀은 오는 11월 울란바토르 중심부에 위치한 이마트 매장에 입점할 예정으로, 현지 소비자에게 품질을 알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올해 성과가 곧바로 몽골의 쌀 자급을 뜻하지는 않는다. 현재 시험재배 규모는 0.4㏊다. 두 해의 수확은 현지 생산 가능성을 확인하고 기술을 개선한 성과다. 이를 농업인이 지속할 수 있는 농사로 넓히려면 재배 안정성과 생산비를 더 검증해야 한다.
오 소장은 이를 위헤 5~10㏊ 규모의 논과 저수지, 농기계를 갖춘 기반 조성을 제안했다. 부처 협업 등을 통해 재배 규모를 넓혀 성과를 검증하고, 이를 토대로 몽골 정부가 본격적인 생산 기반 구축에 나서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논 조성과 관개 기술, 농기계·농자재가 함께 들어가야 벼농사가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수확 시연은 지난 7월 한·몽골 정상회담 당시 체결된 축산·식량안보 분야 농업기술 협력 업무협약의 후속 조치 가운데 하나다.
이승돈 농촌진흥청장은 당시 몽골 대통령실 부비서실장과 식량농업경공업부 장관을 만나 축산·벼 재배 기술 협력 확대와 농자재 수출 연계 방안을 논의했다.
오 소장이 강조하는 기술협력의 원칙은 현장에서 출발한다. 그는 "몽골 농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첨단기술이 아닙니다. 어떤 기술이든 몽골 현장에 맞는 단계적 도입이 필요합니다."라고 했다.
한국에서 잘되는 기술을 가져왔다고 농사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차가운 물을 데우고, 물이 빠지는 땅을 논으로 만들고, 현지 연구원이 장비를 다루도록 돕는 일까지 이어져야 한다. 농진청이 표준 재배기술서 보급과 농기계 적용성 검증을 추진하는 것도 지원 이후의 농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이승돈 농진청장은 "몽골이 스스로 안정적인 벼농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재배기술의 자립 기반을 다지고, K-농기계 등 우리 기업의 해외수출을 위해 현지 실증과 협력을 더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