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현철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DN오토모티브 노동자 납 노출·킬레이션 주사 논란과 관련해 작업환경 개선 없이 노동자의 혈중 납 수치만 낮추려 한 기업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킬레이션 과정의 위법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노동자 건강 보호와 납 취급 사업장 관리 강화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류 본부장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사안은 작업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노동자의 혈중 납 수치만 낮추려 한 왜곡된 기업 행태가 분명하다"며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진단 제도의 기본 취지 자체를 몰각한 측면에서 기업의 문제가 크다. 이런 취지에 공모한 기관이 있다면 엄중하게 보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 3월 DN오토모티브 울산 1·2공장을 감독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입건·송치하고 과태료를 부과했다. 납 노출 공정에는 설비 사용중지 명령을 내렸으며, 부실 측정이 확인된 작업환경측정기관에는 업무정지 처분을 했다. 이후 배터리 관련 사업장 14곳으로 기획감독을 확대해 추가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킬레이션 자체를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직접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킬레이션은 약물을 투여해 체내 중금속을 배출하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노동부는 킬레이션을 통해 혈중 납 수치를 낮추는 과정에서 의료법 등 다른 법률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검토해 지난 8월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류 본부장은 "행정조사만으로는 관련 기관과 기업의 공모 여부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며 "경찰에 관련 정황을 설명하고 자료를 제출하는 등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안전보건법뿐 아니라 다른 법률상 범죄 혐의까지 최대한 규명할 수 있도록 경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노동자 건강 보호를 위해 임시건강진단을 명령했고, 작업환경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안전보건진단도 추진하고 있다. 노사정이 추천한 전문가위원회를 통해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개선 조치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류 본부장은 대응 과정에서 아쉬움이 있었던 점을 인정했다. 노사 간 협의와 합의가 이뤄지도록 전문가 참여와 일정 조정 등을 지원했어야 했지만 예상보다 지체됐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 절차를 진행했다고 해서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신속한 절차 진행과 노사 간 합의 도출을 지원하는 것도 부처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노조가 납 노출 공정에 대한 작업중지 조치가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한 데 대해서는 노출 수준과 건강 영향을 평가해 조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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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본부장은 "더 급박한 문제가 있었다면 당연히 조치했을 것"이라며 "노출 수준과 건강 영향을 고려해 대응했다"고 밝혔다. 다만 행정 절차를 진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사 간 협의와 조율을 지원하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노동부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납 취급 사업장 전반에 대한 감독과 제도 개선도 추진할 방침이다. 류 본부장은 "전국 150여개 납 취급 사업장을 철저히 감독하고 유사 사례 신고 체계도 운영하겠다"며 "일부 기관의 일탈을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화학물질을 포함한 일터의 보건관리 시스템 전반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