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김정희·박수진 3인 체제 완성…행시 36·38·40회 농식품부 선후배
-내년 한국축산진흥공사 출범 본격화…초대 통합기관장 인선 향방에 관심 집중

드디어 세 사람이 모두 기관장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몇 개월 뒤면 세 기관이 하나로 합쳐져 수장의 자리는 하나로 줄어든다.
한때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행정고시 선후배들이 공공기관 통합이라는 예상치 못한 인사 변수 앞에 나란히 서게 됐다.
27일 농식품부와 축산업계에 따르면 김종훈 전 농식품부 차관이 최근 제4대 축산환경관리원장에 취임하면서 통합 대상인 축산 관련 3개 공공기관의 기관장 인선이 모두 마무리됐다.
앞서 박수진 축산물품질평가원장이 올 3월 취임했고, 김정희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장도 지난 9월 업무를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세 사람은 모두 농식품부의 고위 관료 출신이다. 김종훈 원장은 행시 36회, 김정희 본부장은 38회, 박수진 원장은 40회다.
두 기수씩 차이가 나는 선후배들로, 각자 농정의 핵심 보직을 거쳐 공공기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종훈 원장은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과 차관을 지냈고, 이후 전북특별자치도 경제부지사를 맡았다. 세 사람 가운데 유일한 차관 출신이다.
김정희 본부장은 농식품부 최초의 여성 1급 공무원으로 기획조정실장과 식량정책실장, 농림축산검역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박수진 원장 역시 식량정책실장과 기획조정실장을 거친 정통 농정관료다.
이들은 현직 시절 농식품부의 주요 정책을 함께 추진했던 선후배 사이지만, 이제는 세 기관 통합이라는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축산물품질평가원,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축산환경관리원을 통합해 가칭 '한국축산진흥공사'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년 출범을 추진하는 가운데 구체적인 조직개편과 법률 제정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세 기관의 정원을 단순 합산하면 1845명이다. 축평원 502명, 방역본부 1286명, 축산환경관리원 57명으로, 통합이 이뤄지면 1800명이 넘는 대규모 축산 공공기관이 탄생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조직이 하나로 합쳐질 경우 기존 기관장들의 거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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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 기관은 각각 독립된 기관장이 운영하고 있지만, 통합기관이 출범하면 새로운 수장 한 명을 선임한다. 기존 기관장 가운데 한 사람이 새 조직을 맡을 수도 있고 외부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도 있다.
누가 통합기관을 이끌 것인지, 나머지 기관장들의 임기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특히 김정희 본부장과 김종훈 원장은 통합방침이 확정된 전후에 각각 3년 임기를 시작했다. 정부가 조직 통합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개별 기관장을 새로 임명한 것이다.
이 때문에 향후 통합기관장 인선 과정에서 세 사람의 행보가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각자의 이력과 전문성도 서로 다르다. 김종훈 원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두루 경험한 정책조정 능력, 김정희 본부장은 가축방역과 조직운영 경험, 박수진 원장은 농정 기획과 축산물 유통·데이터 활용을 중심으로 기관을 이끌고 있다.
앞으로 통합 과정에서 누가 조직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현장 성과를 만들어내느냐도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수 있다.
다만 기존 기관장들이 실제 통합기관장 공모에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부가 외부 인사를 포함해 새로운 인선 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다.
이번 통합의 명분은 분산된 축산 현장지원 기능을 하나로 묶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관마다 조직문화와 사업 특성, 인력 규모가 달라 통합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새 공사는 축산물 품질평가와 가축방역, 축산환경이라는 서로 다른 세 분야를 하나로 아우를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정부가 어떤 기준으로 통합기관장을 선임할지도 주목되는 이유다.
한때 같은 부처에서 정책을 논의했던 선후배 세 사람. 이제 각자 기관을 이끌면서 동시에 자신의 조직이 사라지는 변화를 준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축산업계 한 관계자는 "조직은 하나가 되지만 기관장 자리는 셋에서 하나로 줄어들게 됐다"며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개혁이 세 사람에게는 공직 생활의 또 다른 갈림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