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세계 돌며 ‘개그 한류’ 전파하는 무언 개그팀 ‘옹알스’…“개그를 예술작품으로 인식”

이 팀, 참 황당하고 무모하다. 빅데이터 기반의 시대에서 치밀한 계획 없이 앞뒤 보지 않고 달려가는 무모한 도전도 그렇고, 노력·끈기 같은 아날로그 해법만으로 성공의 원천을 찾는 ‘일방향 직진’도 그렇다.
조준우(38), 최기섭(37), 조수원(37), 채경선(36) 30대 열혈남아 4명이 모인 무언 개그팀 ‘옹알스’ 얘기다. 형형색색 깔맞춤 유아나 ‘초딩’ 복장에 ‘옹알’거리는 의성어로 개그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이들은 한국 무언 개그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하지만 시도만큼 쉽게 먹히지는 않았다. 2007년 KBS ‘개그콘서트’에서 6개월간 오프닝 무대를 장악하며 빛을 보기도 했으나 그것이 ‘옹알 개그’의 마지막이었다.
“준우 형은 공채 출신도 아닌 지망생이었을 뿐인데도 특채 개념으로 ‘개콘’에 출연했어요. 코너가 그만큼 신선했다는 얘기죠. 그런데 역시 ‘무언’으로 하다 보니, 갈수록 재미가 떨어졌어요.”
‘무모한 도전’의 연속…“고깃집 알바하며 겁없이 해외 무대로”
‘개콘’에서 하차한 뒤 선배 따라간 MBC에서 이들이 던진 승부수는 ‘몸개그’. 조준우·조수원·채경선 3명이 코너에서 살기 위해 선택한 것은 외발자전거를 이용한 몸개그였다.
이를 위해 멤버 모두 산으로 가 6개월간 자전거 연습에 몰두했다. 코너가 만들어지고 첫회가 방송되자, 담당 PD가 물었다. “다음 회에 뭘 보여줄거지?” 자전거 타기를 다음 회에 또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산에서 피땀 흘리며 한 무모한 도전은 그렇게 단 1회로 막을 내렸다.
“다시 대학로로 돌아갔죠. 그때 그런 깨달음을 얻었어요. 연습해서 하는 코미디는 방송과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죠. 우리가 계속 공연을 하려면 관객이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도 느꼈고요.”
그러다 우연히 접한 장애인 봉사활동 콘서트에서 새로운 희망을 얻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 모두 말도 못 알아듣고 누워서 공연을 보는데, 마술에 저글링, ‘옹알’거리는 몸개그를 펼치자 열화와 같은 박수가 쏟아진 것이다.
이때 무모한 도전은 다시 시작됐다. 조준우가 이 공연 이후 “외국인 대상으로 해보자”고 꼬드겼다. ‘무언극’이 통할 수 있는 관객층을 확대하자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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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2009년에 사전답사 차원에서 공연 축제로 유명한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무작정 갔어요. 가 보니, 일본 코미디언들이 거기서 이미 공연을 하고 있더라고요. 우리가 볼 땐 별로 안 웃기는데 외국인들이 박수 치며 즐기길래, 자신감을 얻었어요.”
그때 SBS 공채 개그맨인 최기섭을 영입해 4인조로 체제를 정비하고 2010년 애든버러 페스티벌을 목표로 일을 벌였다. 대관비 1500만 원과 비행기 삯 등을 벌기 위해 멤버 모두 고깃집 '알바'에 뛰어들었고, 마이너스 통장에 공연 수익금을 합쳤다.
“안 터지면 고치고 또 고쳐”…전세계에 '개그 한류' 전파
“애든버러에 가니 ‘한국에도 코미디가 있어?’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더라고요. 첫날 공연 5분 전에 무대 뒤를 보니 관객 4명이 앉아있었죠. 5분 뒤 50명 가까이 우르르 몰렸는데, ‘옹알’ 개그는 생각만큼 안 터졌어요.”(조수원)
“안 터지는 부분을 매일 다듬고 고쳤어요. 첫 매진이 되고 기립박수가 나올 때,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실히 알았어요.”(조준우)
‘말장난’에 흥분하는 한국보다 신선한 ‘무언극’에 열중하는 외국 관객 덕분에 옹알스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코미디언’으로 기억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이 거쳐 간 나라만 런던을 시작으로 브라질, 캐나다, 중국, 스페인, 이탈리아, 호주, 브루나이 등 14개국이다.
“무언극에는 연기자의 진심이 담겨있어요. 음식으로 치면 풍미 가득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조수원)
“외국은 일반적으로 스탠드업 코미디가 많지만, 그걸 보고 기립박수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기립박수는 ‘미친 듯이 만들어낸 노력’에 대한 대가라는 인식이 강하거든요. ‘저걸 하려고 몇 년을 연습했을까’ 같은 감동의 흔적이 묻어나야 하죠.”(최기섭)
“단순히 웃기고 끝나는 코미디가 아니라, 예술로 인정해주는 느낌이랄까요. 게다가 우리 개그를 특정 세대가 아닌 아이에서 노인까지 볼 수 있는 코미디로 봐 주시거든요.”(채경선)
이들은 “말이 넘쳐나는 시대에 말없이 웃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새삼 느끼고 있다”며 “찰리 채플린을 다시 공부하기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했다.

하는 일마다 ‘머피의 법칙’…“안 될수록 포부 크게 가져”
무모한 도전으로 이뤄낸 성공 뒤엔 말 못할 ‘머피의 법칙’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공연이 매진되는 쾌거를 이뤘지만 메르스로 모두 취소되는가 하면, 2014년 호주 멜버른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디렉터스 초이스상을 받고도 ‘세월호 참사’로 자랑 한번 하지 못했다.
2011년 애든버러 공연 마치고 일본 공연을 어렵게 따냈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졌고 그해 청와대 초청공연으로 들떠 있을 땐, 공연 전날 김정일 위원장 사망으로 물거품이 됐다.
어떤 악재가 터져도 이들의 태도는 견고하다. “우리의 목표는 전 세계를 돌며 지구인을 웃기는 거예요. 처음엔 라스베이거스 진출이 목표였지만, 이젠 안 될수록 더 넓게 보자는 주의로 바뀌었어요. 하하.”
오는 3월 8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국립극장에서 오랜만에 국내 공연을 펼치는 옹알스는 “우리나라 대표 극장에 선다는 것 자체가 설렌다”며 “이번에 어떤 ‘머피의 법칙’이 생길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여전히 의연해질 것”이라고 웃었다.
상처와 시련이 깊을수록 긍정 마인드도 불쑥 샘솟는 것일까. 개그팀이 한 번도 도전하지 않았던 세종문화회관은 그들의 다음 ‘공략지’다.
대표든 직원이든 월급은 “같아”…수익보다 콘텐츠 가치가 중요
현재 옹알스는 두 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위의 4명이 대표팀이자 사장이고, 다른 4명이 상비팀이다. 특이한 건 사장이나 직원이나 월급은 모두 같다는 것이다. “우리 팀은 수익을 나누는 개념이 아니라, 모인 수익을 8명이 똑같이 나누는 구조예요. 연차가 높다고 많이 받지 않죠. 공연하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무모한 도전’이 때론 ‘위대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이 상대적으로 외면한 이들의 성공 퍼즐이 이제 곧 완성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