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센터' '트리거'서 사명감 넘치는 전문가들로 열연

우리는 이런 또라이를 원했다! 투철한 사명감으로 종횡무진하는 두 또라이가 팬들의 심박수를 한껏 높이고 있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의 주지훈과 디즈니+ ‘트리거’의 김혜수다. 쾌조의 활약으로 현장을 압도하는 두 캐릭터는 우리가 고대했던 영웅들이다. 뛰어난 실력에 두둑한 배포까지 있는 이들은 험난한 현실에서 본업에 충실하려다 보니 카리스마 넘치다 못해 급기야 또라이가 된 이 시대의 히어로들이다.
지난 24일 전편 공개로 설 연휴 안방극장을 들썩이게 만든 8부작 ‘중증외상센터’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천재 외과의사 백강혁(주지훈)의 원맨쇼로 시청자들의 속을 뻥 뚫어준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직접 헬기를 타고 날아가 환자 수송과 동시에 응급수술까지 하는 등 분초를 다투며 환자를 구하는 백강혁은 천재라는 수식어로밖에는 그의 탁월한 실력을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러나 그의 독보적인 의술에 더해 그에게 더더욱 환호하게 되는 이유는 백강혁 특유의 화끈한 매력 때문이다. 환자를 살리면 살릴수록 적자가 불어나 병원에 막대한 손실을 일으킨다며 중증외상팀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병원장과 기조실장, 하물며 장관에게도 할 말 다 하고, 때로는 막말도 거침없이 내뱉으며 배짱을 부리는 백강혁은 통쾌한 사이다 그 자체다.
그렇기에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겠다고 열악한 시스템과 싸우는 백강혁을 두고 육두문자를 쓴다고 경우 없다며 나무랄 시청자는 없다. 극중 병원 내에서는 “어휴~ 저 또라이!” 하고 혀를 차는지 모르지만, 팬들은 다르다. 오히려 그 반대로 “잘한다, 잘한다” 하며 추임새를 넣는 편일 것이다. 예의와 절차는 밥 말아 드신 듯해도 환자와 생명에 선택과 집중을 확실히 하는 백강혁을 이해하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지난 15일 첫선을 보이고 이제 막 반환점을 돈 12부작 ‘트리거’는 이 사회에서 뿌리 뽑아야 할 악질들을 까발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스타 방송쟁이 오소룡의 원맨쇼로 역시 안방팬들의 갑갑한 마음을 풀어준다. 신뢰도 1위 탐사보도 프로 ‘트리거’의 팀장이자 MC인 오소룡은 불도저처럼 취재하고 천재적인 감각으로 방송을 만들어 여론을 움직이는 모습으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패러글라이딩으로 현장에 잠입하고 총으로 위협을 당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등 방송을 위해서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밀고 나가는 오소룡의 대범함은 경찰이나 검찰도 잡지 못하는 나쁜 놈들의 현장을 카메라에 박제해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투철한 사명감에 기반한다. 안되는 것도 되게 하려니 독기도 보이고 똘끼도 보인다. 윽박도 질렀다가 유들유들 어르고 달래기도 하며 태세 전환도 남다르다. 베테랑 방송인다운 직관적인 판단력과 순발력, 굳건한 강단과 근성 등으로 팔방진을 치고 현장을 주무르는 모습은 기가 막힌다.
사실 방송사, 더 크게는 사회라는 시스템에서 보면 오소룡 역시 말 많은 또라이다. 그러나 순리대로, 절차대로면 어림도 없는 일들을 밀어붙여 돌파구를 찾아내는 오소룡의 활약은 절박한 누군가에게 간절한 희망의 빛이 되어주는 것이어서 그 방법이 틀렸다고 말하기 힘들다. 차라리 멋지다고 응원하고 지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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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본업에 충실한 백강혁과 오소룡의 활약에 박수를 보내다 보면 그들이 또라이인 게 새삼 고맙기까지 하다. 남들처럼 보통의 길을 걸었다면 쉬이 지치고 나가떨어졌을 것이라 어림짐작하게 되기 때문이다. 중증외상팀은 의사와 간호사들 사이에서도 기피되는 곳이어서 다른 과에서는 명함도 못 내미는 5년차 간호사가 베테랑 대접을 받고, ‘트리거’에서는 첫회부터 팀을 떠나는 PD의 일화가 다뤄지는 등 사명감이 있어도 버티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사실이 드라마에서도 다뤄졌다. 게다가 수익에 급급한 윗선에는 돈 못 버는 중증외상팀이나 광고 없는 탐사보도팀은 애물단지다. 그 속에서 백강혁이나 오소룡이 본업에 충실하려면 또라이가 될 수밖에 없었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나 더 고마운 건 이들이 사명감에 사로잡혀 숙연하게 무게만 잡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백강혁이나 오소룡이나 누구 하나 뒤질 새라 재치 있고 위트 넘친다. 아무리 반박 불가의 명분이라도 너무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 같은 톤이라면 질릴 수밖에 없는데, 이들은 유쾌한 톤앤매너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유머와 여유가 곁들여진 이들의 언변은 이들의 뛰어난 역량과 또라이 기질을 더욱 미화하며 주변인물들이며 시청자들까지 그들을 추종하게 만든다. 이들이 뿜어내는 여유로운 에너지가 지친 마음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잃지 않게 하는 힘이 되고, 힘차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게 하는 활력이 된다.

심지어 이들은 미남미녀인데다 멋있다. 결국 ‘트리거’와 ‘중증외상센터’는 강력한 ‘존멋’ 또라이가 세상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판타지 히어로물이다.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2024년을 보내고 2025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마음으로 으라차차 일어서게 하기에 이보다 더 훌륭한 캐릭터들이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