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노정의를 좋아하면 치러야 하는 죽음의 대가 [드라마 쪼개보기]

‘마녀’ 노정의를 좋아하면 치러야 하는 죽음의 대가 [드라마 쪼개보기]

한수진 ize 기자
2025.02.27 09:31
'마녀' 스틸 컷 / 사진=쇼박스,미스터 로맨스
'마녀' 스틸 컷 / 사진=쇼박스,미스터 로맨스

강풀 작가는 최근 디즈니+의 시리즈 ‘조명가게’, ‘무빙’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도록 만들었다. 열일하는 덕에 세상에 나온 강풀 작가의 이야기는 꽤나 많다. 대다수가 웹툰이고, 상당수가 영화화됐다. 이중 ‘조명가게’와 ‘무빙’은 웹툰으로 먼저 선보이고 드라마 각본으로도 집필했다. 강풀 작가는 이 두 작품으로 디즈니+에 유례없는 진기록을 남겼다.

강풀 작가의 작품은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그걸 풀어내는 방식은 단순하지 않다. ‘조명가게’와 ‘무빙’에서도 비현실적 요소를 다루면서 현실적인 감정선과 조금은 드라마틱한 인간미를 버무렸다. 스토리텔러로서의 강풀 작가가 지닌 감성적인 접근은 뚱뚱한 소년이 하늘을 날게 하는 특유의 상상력과 만나 보는 이들의 마음에 온정의 날개를 달아준다.

지금 말하려는 채널A 토일드라마 ‘마녀’는 비록 ‘무빙’이나 ‘조명가게’처럼 강풀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는 아니지만, 그의 웹툰을 원작 삼았다. 때문에 강풀 작가가 지닌 특유의 감성은 드라마 ‘마녀’에도 잘 뿌리 박혔다. 굉장히 이색적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상적이고, 그 극적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놀라울 만큼 온기를 발휘하는 드라마다.

'마녀' 스틸 컷 / 사진=쇼박스,미스터 로맨스
'마녀' 스틸 컷 / 사진=쇼박스,미스터 로맨스

그리고 ‘마녀’의 서사는 이 한마디로 설명된다. 이 소녀를 좋아하면 죽는다. 미정(노정의)에게는 ‘죽음의 법칙’이 따라다닌다.

‘마녀’ 여주인공 미정의 주위에는 항상 이상한 사건사고가 일어난다. 조용히 있어도 눈에 띌 만큼 예뻐서 그에게 다가가는 이들이 끊이질 않지만, 그를 좋아하는 남자들은 모두 죽거나 다친다. 미정을 깊이 짝사랑하다 고백한 두 명의 남학생은 죽었고, 그에게 필기 노트나 음료수를 건네며 은근히 마음을 전한 남학생들은 크게 다쳤다. 흉흉한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사람들은 미정에게 마녀라는 낙인을 찍었다. 지긋지긋한 불행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미정은 고향 태백을 도망 나와 연고 없는 서울에서 자발적으로 고립된다.

미정의 세상에 생명체란 옥상에 심어놓은 푸릇푸릇한 채소들과 자신과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어쩌다 친해진 허은실(장희령)뿐이다.

'마녀' 스틸 컷 / 사진=쇼박스,미스터 로맨스
'마녀' 스틸 컷 / 사진=쇼박스,미스터 로맨스

이 드라마가 특별한 건 그런 미정을 오랫동안 지켜봐 온 동진(박진영)의 존재다. 동진은 미정과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고, 같은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미정을 멀리서 지켜봐 왔고, 미정을 멀리서 지켜왔다. 미정이 운동장 벤치에서 홀로 도시락을 먹을 때, 그 벤치에 남몰래 그늘막을 설치해 준 게 동진이었다. 동진은 미정의 앞에 나서는 법이 없었지만, 그의 ‘죽음의 법칙’을 깨트리기 위해 대학에서 통계학까지 전공했다. 미정은 동진의 존재도 모르지만, 동진의 인생 숙제는 미정의 ‘마녀의 법칙’을 깨는 거였다.

‘마녀’는 동진을 마냥 한 남자의 순애보로만 소비하지 않는다. 미정뿐만 아니라 고통 속에 있는 타인을 그냥 지나치지 않은 선의의 존재로 그려진다. 현실에는 미정과 같은 마녀들이 존재한다. 우연과 소문이 엉켜 심어진 남의 불행을, 단순한 편견과 두려움이 만들어낸 허상을, 사회는 너무 쉽게 낙인으로 고착시킨다. 동진은 그런 낙인과 편견이 어떻게 개인을 고립시키고 삶을 뒤틀어 놓는지를 이해하고 조력하는 인물이다.

'마녀' 스틸 컷 / 사진=쇼박스,미스터 로맨스
'마녀' 스틸 컷 / 사진=쇼박스,미스터 로맨스

때문에 동진의 선의는 미정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미정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그래서 그는 무작정 미정에게 다가가 변화시키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녀가 세상과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조용히 다리를 놓는다. 마치 그늘막을 몰래 설치했던 것처럼,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그의 세계에 서서히 스며든다. ‘마녀’에서 동진의 존재는 사회가 만들어낸 허상을 깨뜨리려는 행동하는 양심이다.

‘마녀’의 이 모든 서사는 세심한 장면 연결과 함께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 드라마는 이를 감정으로만 호소하지 않아 더 미더움을 가진다. 미정이 스스로를 ‘마녀’라 여기게 된 과정을 치밀하게 보여주고, 동진이 그 법칙을 깨뜨리기 위해 선택한 방식도 논리적인 설득력을 가진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는 단순히 미정의 불행을 연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역시 사회적 편견을 재생산하는 존재는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결국 ‘마녀’는 한 소녀의 저주 같은 삶을 그리지만, 그 본질은 저주를 믿게 만든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리고 그 거울 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헤아림과 관용, 그리고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한 한 사람의 용기가 가진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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