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제대 후 '언더커버 하이스쿨'로 성공적인 복귀식

일단 초반 착지는 성공적이다. 전통적인 척도인 ‘시청률’과 요즘의 척도인 ‘화제성’에서 모두 나쁘지 않다. 특히 경쟁작에 비해 시청률은 약간 낮았지만, 화제성에서는 역전에 성공했다. 정말 ‘치즈 인 더 트랩’ 이후 다시 그의 이름을 기억할 작품이 나오는 일이 성공할지도 모른다. 배우 서강준의 3년3개월 만의 귀환이다.
서강준이 주연으로 출연한 MBC 드라마 ‘언더커버 하이스쿨’이 안방에 연착륙했다. 지난 21일 첫 방송 된 MBC 금토드라마 ‘언더커버 하이스쿨’은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기준 집계에서 1회 5.6%, 2회 6.6%를 기록했다. 꼭 같은 날 첫 방송을 시작한 SBS ‘보물섬’의 1회 6.1%, 2회 8.1%에 비해 다소 모자랐다.
하지만 화제성에서는 ‘언더커버 하이스쿨’이 앞섰다. 지난 24일 K콘텐츠 경쟁력 조사 업체 굿데이터코퍼레이션 공식 플랫폼 펀덱스 집계에서 ‘언더커버 하이스쿨’은 2월 3주차 TV-OTT 드라마 화제성에서 1위에 올랐다. 이 작품에서 정해성 역을 연기한 서강준이 TV-OTT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1위를 기록했다. ‘보물섬’은 같은 순위 2위, 배우 박형식 역시 출연자 화제성 2위로 뒤를 따랐다.
‘언더커버 하이스쿨’은 장르의 전시장, 장르의 백화점 같은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잠입수사를 기반으로 하기에 형사물이나 스릴러의 코드가 있지만, 의외로 출연 캐릭터들의 허당미가 돋보여 코미디의 분위기가 있고 또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여주인공과 자신에 도취한 남자 주인공의 로맨스물이기도 하다. 1, 2회 초반에는 ‘다리가 없는 소녀’의 전설을 이야기하면서 호러, 공포 코드도 입었다.

이 모든 장르의 전시가 가능한 이유는 배우 서강준이 캐릭터의 백화점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강준의 대표작품을 ‘치즈 인 더 트랩’ 정도로 기억하지만, 그는 데뷔 이후 1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왔다. 그런 요소요소가 세월을 따라 잘 숙성된 다음 정해성이라는 캐릭터로 발현되고 있다.
정해성은 국가정보원(국정원) 국내 4팀의 에이스 요원으로 타고난 판단력과 추진력, 액션을 위한 체력과 근성을 가졌다. 하지만 초반 작전 중 실수로 중요한 문화재를 훼손하는 바람에 징계의 위기에 처한다. 결국 국내파트 국장 김형배(이서환)의 제안으로 고종황제가 남긴 대규모의 금괴가 밀반출되는 일을 막기 위해 명문사립 병문고에 잠입한다.
드라마는 이 금괴의 향방을 추적하고 이를 빼돌린 병문재단의 비리를 찾는 추적 스릴러와 학교에 잠입한 정해성이 내부의 부조리를 서서히 깨부수며 영웅으로 거듭나는 활극 스타일의 학원물이 축을 이룬다. 결국 두 흐름의 합은 병문재단 그리고 그 이사장 서명주(김신록)로 모여 있으며, 정해성이 그와 안팎으로 대치하는 그림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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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입대해 2023년 전역한 서강준은 지난해를 오롯이 ‘언더커버 하이스쿨’에 바쳤다. 3년3개월 동안 차분히 몸을 만든 그의 모습은 현직 요원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단단하다. 그리고 초반 카체이싱과 총격장면, 각종 액션을 능수능란하게 수행한다. 여기 아버지와 얽힌 비밀로 인한 진지한 이미지, 31살의 정보요원이 고등학생이 돼 ‘빵셔틀’로 전락하는 모습에서는 코믹함을 자아낸다. 실로 ‘언더커버 하이스쿨’은 서강준의 다채로운 이미지 때문에 굴러간다.

2013년 배우 그룹 서프라이즈로 데뷔할 당시 서강준의 이미지는 묘하게 정해성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강태오, 공명, 유일, 이태환과 함께한 데뷔작 ‘방과 후 복불복’에서 샛노란 머리로 터프함을 강조하는 서강준 역할로 출연했다. KBS2 ‘굿닥터’에서도 불량학생으로 특별출연하는 등 초반 서강준의 모습은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이었다.
변곡점은 빠르게 찾아왔다. 바로 데뷔한 해 방송된 MBC 단막극 ‘하늘재 살인사건’에서 정윤하 역을 연기하며 대선배인 문소리와 멜로 호흡을 맞췄기 때문이다. ‘앙큼한 돌싱녀’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도 단정하고 다정한 인물을 거푸 연기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서강준의 이미지가 조금씩 구축되기 시작한다.
물론 그 정점은 모두가 알다시피 2016년 ‘치즈 인 더 트랩’이었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에서 그는 서브남주 백인호로 안타까운 짝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얻었다. ‘딴따라’ ‘안투라지’ 등을 통해 조금씩 변주를 택했지만 ‘치즈 인 더 트랩’의 이미지는 오랜시간 그를 떠나지 않았다. 결국 서강준의 배우 생활 1막은 빠르게 날아오른 만큼 숙제도 남기며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겪는 입대.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로 TV 드라마의 마지막을 장식한 그는 미리 찍어놓은 디즈니플러스 ‘그리드’를 끝으로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그동안 서프라이즈 출신들의 입지도 많이 변했다. 우선 그와 함께 터프한 이미지로 배우 경력에 발을 내디뎠던 강태오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지고지순한 이준호 역으로 인기를 얻었고, 공명 역시 영화 ‘극한직업’의 흥행과 드라마 ‘멜로가 체질’ ‘홍천기’ 등을 통해 부쩍 성장했다.
비록 같이 활동할 당시 이루지 못했던 전원 주연의 꿈을 서로 소속사가 나눠진 이후 달성하게 됐지만, 그래도 기쁜 일이었다. 막내 이태환 역시 ‘서른, 아홉’ ‘DNA 러버’로 가능성을 보여 힘을 보탰다. 이제 서강준의 서프라이즈는 ‘서프라이즈의 서강준’이라고 불려도 어색하지 않게 됐다. 어쩌면 이번 ‘언더커버 하이스쿨’은 그 흐름에 더욱 방점을 찍을 행보일지도 모른다.

실제 정해성 캐릭터와 똑같은 나이의 서강준. 배우, 특히 남자배우로서 군 복무와 이 뒤에 맞이하는 30대는 유독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지 모른다. 그 역시 3년3개월 동안 자신을 대중에게서 숨겼고, 작품 선정 역시 신중했으며 지난해를 오롯이 ‘언더커버 하이스쿨’에 쏟았다. 그렇지만 공개된 그 일부의 결과물을 두고도 그는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부쩍 커버린 모습을 보였다.
세상을 모두 놀라게 하겠다던 ‘서프라이즈’를 외치던 갓 스무 살의 청년. 그는 많은 시간이 지나 너끈히 한 작품을 지탱할 수 있는 리더이자 주춧돌이 됐다. 모두가 시간이 지나 이렇게 성장한다면 남자배우로서 30대는 맞이할 만한 것 같다. 하지만 그 밑에는 서강준의 알 수 없는 각고의 노력이 있었을 테다. 진짜 서강준으로 세상이 놀랄 일은 지금부터인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