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브라질의 한 쇼핑몰에서 사람들이 모여 '폭싹 속았수다'를 함께 시청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었다. 한국 팬들은 "이게 공감이 되다니 신기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제주도 해녀의 이야기,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구구절절한 가족의 삶이 이렇게 대서양을 건너 브라질 사람들의 마음을 이렇게 울릴 수 있다니.
‘폭싹 속았수다’의 영어 타이틀은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다. 귤 한 조각의 달콤한 과즙처럼 ,삶의 가장 소박한 순간들이 가장 강렬한 감동을 선사했다. 그동안 K드라마의 대표적 키워드들이었던 긴장과 자극, 좀비, 유혈 폭력 대신 잔잔한 일상과 계절과 인생의 순환, 지독한 인간적 갈등 대신 끈끈한 연대와 회복력으로 세계인의 눈길을 끌어 모았기에, 이 드라마는 한국 콘텐츠의 세계화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할만하다
중국팬 “왜 우리는 이런 걸 만들수 없을까?”
전세계의 리뷰와 코멘트들을 보면 그동안 K콘텐츠에 쏟아졌던 환호와는 결이 다르게 자신의 이야기들을 고백하듯 내놓는 모습이다. 종전과는 반응이 달라 뿌듯해지는 순간이다. 중국에서는 정식 방영하지도 않았지만 환구시보 등 주요 언론들이 긍정적 리뷰 기사를 썼고 영화 드라마 리뷰 사이트 더우반에서는 9만여개의 별점과 리뷰가 달렸다. 중국의 리뷰어 '사막의 꽃'은 "왜 우리는 이런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없을까? 관객을 억지로 울리지도 않고 선정성도 없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삶, 꾸준히 흘러가는 나날들만이 있을 뿐이다." 이 간결한 평가는 '폭싹 속았수다'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낸다. 별다른 사건 없이, 그저 삶이라는 파도에 몸을 맡긴 인물들의 이야기.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우리의 어머니를, 할머니를 발견한다.
레딧 이용자 agentperiod는 "이건 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부모가 처음 부모가 되는 삶의 부침을 담은 전기영화 같았다. 내 나이대 사람들에게는, 부모님이 하는 겉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일들이 실은 그들이 하루를 살아가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드라마였다"고 말했다.

여성의 삶, 세대를 잇는 서사
특히 전세계의 리뷰어들은 이 드라마에서 다뤄진 여성 서사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염혜란과 문소리등이 연기한 어머니들의 이야기는 얼핏 가부장제에 자신의 꿈을 묻어야만 했던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글로벌 시청자들은 해녀로 살아간 어머니 광례, 시인이 되고 싶었으나 가정을 선택한 애순, 그리고 자신의 꿈을 좇아 성공한 금명까지 세 세대에 걸친 여성들의 서사속에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조금씩 확장되는 여성의 자아와 자유에 더 주목했다.
중국의 한 시청자는 “바다에 갇힌 어머니,그녀는 차라리 소나 말처럼 일하고 싶어한다. 부엌과 집안일에 갇혀버린 제주도의 여인. 그는 다시는 시인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딸을 키워냈다. 이것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서도 계속해서 자신의 인생 내내 독립적 삶을 위해 싸운 여러 세대 여성들의 노력의 결과다. 이런 감동은 정말 오랜만”이라며 격찬했다. 또다른 리뷰어 Rrrray는 자신의 경험을 투영하며 "20살 때 어머니를 같은 방식으로 비난했던 걸 기억한다. 나는 엄마가 여성주의적 의식이 없고, 식탁에 앉아 식사도 할 수 없고, 결혼을 인생의 전부로 여기는 데 화가 났다. 하지만 사실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중에 나는 페미니즘이 단지 주인공인 여성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점차 깨달았다. 밤낮으로 주방에서 바쁜 여성은 결코 페미니즘의 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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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매체 타임 매거진 역시 이 시리즈가 여성들이 가진 꿈과 욕망이 세대를 거치며 어떻게 조금씩 실현되어 가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 점에 주목했다. 평론가 케이티 버트는 "사회적 진보가 세대를 거쳐 어렵게 얻어진 것임을 보여주는 예로, 애순과 금명의 직업적 성공이 자리 잡고 있다"고 평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대학에도 가지 못했던 애순은 60대와 70대에 시를 발표하기 시작하고, 남편이 죽은 후에는 제주 요양원 거주자들에게 읽고 쓰고 시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한다.
금명은 교육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 가족 덕분에 성공적인 초기 테크 기업가가 된다. 그녀는 어머니처럼 사회적 계층과 지리적 요인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교육을 접근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온라인 강의 사업을 시작한다.

보편성과 특수성의 조화
'폭싹 속았수다'가 세계적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제주도라는 특수한 공간과 한국의 근현대사라는 특정 시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누구나 자신의 가족과 보낸 시간, 인연 등을 떠올리게 하는 보편적 감정과 경험을 담았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의 시청자 Noman S는 "제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감정적인 여정이었다. 특히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아픔을 다시 느끼게 했다."라고 표현했다. 그는 "놀랍게도 이 드라마는 파키스탄 문화와 비슷하다. 가족 유대, 희생, 사랑, 그리고 투쟁 - 이 모든 요소들은 우리 삶과 깊은 연관이 있어, 이 시리즈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한 리뷰어는 "TV 시리즈에 나오는 한국 여성들은 실제로 대대로 가족, 형제, 자매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해온 동아시아 여성을 대표한다. 그런 관용이 없다면 인생에 대한 희망은 사실상 없다"며 문화적 공통점을 발견했다.
인도의 NDTV는 "깊은 감동을 주는 K-드라마 경험을 찾는 시청자들에게 더 친밀하면서도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일상속에서의 투쟁이 특별한 상황속에서보다 더 많은 용기를 요구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드라마.하루하루 누군가의 옆에 머무르기로 선택하는 것이 그 자체로 영웅적인 역할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새로운 K-드라마의 지평
"이 드라마는 내게 삶을 더 사랑하게 만들었다""시간을 초월한 걸작""이것은 단순히 쇼가 아니라 경험이다. 과거에 대한 러브레터이자 우리 자신의 삶을 비추는 거울" 격찬들 속에서 으쓱해지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깨닫는다. 대단히 특별하거나 강렬하지 않아도 좀더 자신있게 우리의 역사, 우리의 가족, 우리의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좀더 과감하게 세밀하게 펼쳐 놓아도 될 것 같다는 것. 그렇게 해도 이제 전세계인들에게 공감의 울림을 줄 수 있을 정도로 K드라마가 단단해졌다는 자신감을 ‘폭싹 속았수다’는 가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