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김의성, 극한의 불쾌함으로 이끄는 압도적 몰입감

‘로비’ 김의성, 극한의 불쾌함으로 이끄는 압도적 몰입감

한수진 ize 기자
2025.04.02 13:31
'로비' 김의성 / 사진=(주)쇼박스
'로비' 김의성 / 사진=(주)쇼박스

배우 김의성은 불쾌함의 질감을 예술로 바꾸는 데 능한 배우다. 그는 단지 악한 인물을 연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인물이 왜 그런 방식으로 존재하는지를 살에 닿는 연기로 설득한다. 김의성표 악인은 단선적인 증오가 아닌 복잡하게 얽힌 자기기만, 열등감, 사회 구조 속에서 생긴 뒤틀린 야심과 욕망을 끌어안은 존재들이다. ‘부산행’의 용석은 생존 앞에서 드러나는 이기심과 공포를, ‘미스터 션샤인’의 이완익은 자신의 배신을 논리로 포장한 비루함을 보여줬다. 김의성은 이처럼 인간 내면의 추악하고 복잡한 결을 정교하게 표현하며 현실의 얼굴들을 소름 돋게 들이민다.

그런 그가 ‘나쁘다’는 말론 부족할 불쾌한 캐릭터로 극장가에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영화 ‘로비’(감독 하정우)다. 김의성은 ‘로비’ 언론시사회장에서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를 통틀어 가장 비호감”이라고까지 말했다. 웃으며 던진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김의성이 얼마나 낯설고 불편한 얼굴로 자신을 무너뜨렸는지가 담겨 있다.

‘로비’에서 김의성이 연기한 최실장은 부정부패의 실체를 육화(肉化)한 인물이다. 숨결이 있는 존재로 최실장을 형상화한 그는 말 한마디, 시선 하나는 물론이고, 골프채를 휘두를 때의 엉덩이 떨림마저 추악하기 그지없다. 혐오스러운데 눈을 뗄 수 없고 추악한데 기묘하게 현실적인 이 인물은, 김의성이기에 가능한 형상이다.

극 중 최실장은 유쾌한 경쟁 대신 음흉한 승부욕을 앞세운 골프 라운딩에서 비겁함과 추잡함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최실장은 골프를 좋아하는 실세 관료다. 거적때기 같은 청렴의 외피를 두른 채, 기꺼이 비리와 로비의 회오리 속에서 휩쓸리는 인물이다. 그를 더 끔찍하게 만드는 건 그가 단순히 시스템의 부속품이 아니라, 그 안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여자 골프 선수 진프로(강해림)를 향한 기이한 집착으로 비위가 상할 만큼 거북한 모습을 보여준다. 최실장은 진프로와 함께한 라운딩에서 끊임없이 말을 걸고, 불쾌한 눈빛을 던지고, 이상한 게임을 제안하며, 상대를 희롱하고 곤란하게 만드는 모든 방식의 폭력을 연기한다. 그 모습은 ‘개저씨’라는 단어로도 설명되지 않을 만큼 다층적이고 노골적이다.

'로비' 김의성 / 사진=(주)쇼박스
'로비' 김의성 / 사진=(주)쇼박스

더 놀라운 건, 이 모든 걸 김의성이 “의도적으로 멋져 보이려 애쓰는” 방식으로 연기했다는 점이다. 최실장의 끔찍함은 그 스스로가 자신의 왜곡된 욕망을 인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매력이라고 착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김의성은 그 자기기만의 결까지 완벽하게 체화하며 이 인물에 기괴한 현실감을 불어넣는다.

김의성이 불쾌한 인물을 연기할 때, 그 불쾌함은 단지 감정적 혐오가 아니라 우리가 외면해 온 사회의 이면을 직시하게 만드는 정교한 장치로 기능한다. ‘미스터 션샤인’에서의 이완식은 “내 조선을 갈기갈기 찢어서 팔아먹고 있을 것이니”라며 열사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부산행’의 용석은 부랑자를 가리키며 “너도 공부 안 하면 저 사람처럼 된다”고 말하며 아이에게 혐오를 주입했다. ‘로비’의 최실장은 야망과 차별이 아닌 왜곡된 욕망 그 자체를 구현함으로써 한 발 더 음지로 내려간다. 그리고 그것이 김의성의 필모그래피 안에서도 최실장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래서 그는 무섭고, 낯설고, 무엇보다 익숙하다. 그의 존재는 픽션 같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현실의 기시감으로 관객을 찌른다. 김의성은 이 낯설고도 익숙한 괴물을 연기로 되살려냈고, 그 존재감은 말 그대로 압도적이다. 불쾌할 만큼 자연스럽고, 현실적이라서 더 무서운 연기다. 그렇게 그는 단지 화면 속 허상의 인물이 아니라, 어느 날 누구에게라도 닥칠 수 있는 불쾌함의 얼굴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그것은 비록 길을 지나다 욕을 얻어먹을 만큼 쉬운 일은 아니지만, 김의성은 이를 표현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악'으로 표상되기를 주저하지 않는 그 너그러움으로 인해, 김의성은 밉지만 미더운 배우로 더 깊숙이 각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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