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주말 드라마 ‘언젠가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의 12일 첫 방은 우여곡절의 결과다.
지난해 5월 방송 예정으로 제작 완료한 드라마였지만 의정 갈등과 관련된 전공의 파업 사태로 방송이 기한 없이 연기됐다. 전공의 파업으로 벌어진 의료대란으로 인해 전공의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다.
여전히 전공의 사직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방송은 다시 잡혔다. 의정 갈등이 대통령 탄핵 등으로 인해 수습 국면에 돌입하면서 이슈의 첨예함이 덜해졌고, 드라마 제작사와 방송사의 사정상 무한정 미루기도 쉽지 않을 일이다.
’언슬전'은 두 시즌 모두 큰 성공을 거둔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의 스핀오프 작품이라 제작 단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슬의생‘은 송도 율제병원의 전문의들 이야기였다면 ’언슬전‘은 종로 율제병원의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차들에 대한 스토리로 세계관이 연결돼 있다. 13일 ’언슬전‘ 2회에는 ’슬의생‘의 안은진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구도는 ’슬의생‘을 즐긴 시청자들이 ’언슬전‘에 호감과 기대를 갖고 접근하게 만든다. 높았던 화제성도 물려받으니 ’언슬전‘은 새로운 시청자 유입에도 유리하다. 게다가 ’언슬전‘은 출연 배우에 대한 관심도도 남다르다.
주연을 맡은 고윤정은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 신시아는 영화 ’마녀 Part2. The Other One’으로 혜성처럼 등장해 차기작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남자 주연인 강유석도 최근 큰 이슈가 된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아이유 동생으로 등장, 대중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신인들이지만 지명도가 상당해 드라마 화제성을 높이는 이례적인 경우다.
공개된 1, 2회를 보면 작품 자체의 재미도 기대해볼 만한 분위기다. ‘슬의생’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전문의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이었다면 ‘언슬전’은 제대로 된 의사가 되기 위해 애쓰는 사회초년생들의 성장 스토리다. 둘 다 대중들이 공감하기 좋은 보편적 스토리텔링이다.
‘언슬전’은 이런 직업적 미성숙 캐릭터들을 때로는 유쾌하게, 또 때로는 애정 어린 시각으로 다룬다. 의사가 천직인지에 대한 확신도 여물지 않은 상태에서 실력을 키우려 애쓰지만 실수를 연발하고 주변의 반응은 내 마음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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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쌓은 얄팍한 지식은 변수 많은 현실 적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상사는 혼만 내고 동료는 바쁜 상황에 짐이 되기 일쑤다. 오해받고 억울한 상황도 빈번하다. 밥도 잠도 일로 인해 포기하는 경우도 벌어진다.
하지만 어려워도 견뎌내다 보면 업무 능력의 부족함 속에서도 작은 기적 같은 성취를 함께 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직업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자라나고, 생계 벌이 수단이 아니라 자아실현으로서의 천직이 완성돼간다.
‘언슬전’은 이런 직업적 성장 과정에 대한 드라마적 빌드업을 매끄럽게 해나간다. 주인공들의 성장을 이끌 빌런들은 교수, 선배, 환자 등 다채롭게 배치돼 있다. 이들은 일적 성장만이 아니라 인간적 성숙까지 도우면서 성장 드라마의 재미를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언슬전’은 ‘음답하라...’와 ‘슬기로운...’ 시리즈를 연이어 성공시켜 온 신원호 감독, 이우정 작가 대신 이민호 감독과 김송희 작가가 나선 작품이다. 하지만 신 감독과 이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하면서 드라마적 재미를 빌드업하는 톤앤매너를 앞선 히트작과 큰 차이 없이 유지하고 있어 ‘언슬전’도 좋은 평가를 이어갈 가능성이 엿보인다.

하지만 ‘언슬전’의 최종 성공을 확신하기는 쉽지 않다. 전공의 파업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드라마 방송 기간에도 진행 중인 의정 갈등 수습 과정에서 전공의들 복귀 조건이 어떤 것인지에 따라 부정적 여론이 심화될 수도 있다.
현실 전공의들의 모습이 작품 속 전공의에 대한 몰입과 공감을 방해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언슬전’의 성공 여부가 작품 자체 완성도나 재미와 상관없을 수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전공의 파업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별 상관없이 ‘언슬전’의 시청률이 승승장구할 수도 있다. 현실과 분리해 창작물을 즐기는 경우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궁금해진다. 드라마가 재미있으면 현실의 잡음을 넘어설 수 있을까. ‘언슬전’이 계속 재미를 확실히 보여준다면 최종 성적은 드라마와 현실 관계에 대한 한 사례로 남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