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아메리칸 패밀리', 너무 다른 세 관점+ 반전의 연속 "누구 말이 진실?"

'굿 아메리칸 패밀리', 너무 다른 세 관점+ 반전의 연속 "누구 말이 진실?"

정명화(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5.04.22 16:01
사진=예고편 영상 캡처
사진=예고편 영상 캡처

2010년 미국의 한 부부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우크라이나 태생의 왜소증 소녀를 입양한다. 자폐증인 아들을 천재로 키워낸 부부가 꿈꾸던 완벽한 가족이 드디어 완성되는 듯 하던 순간, 아이에게서 이상한 징후가 속속 나타나며 가정에 균열이 생긴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굿 아메리칸 패밀리(Good American Family)’는 이들 부부와 이들이 입양한 소녀의 이야기를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익히 알려진 공포영화 ‘오펀:천사의 비밀’ 소재를 총 8편의 에피소드에 담아 등장인물 각각의 시각에서 그려내고 있다.

‘오펀’에서 섬뜩한 사이코패스로 등장한 ‘에스더’보다 더 섬세하고 설득력 있는 서사를 만들어내며 사건의 전후를 알고 있는 이들에게조차 흥미진진한 시간을 선사한다. 현재 국내에 공개된 6화의 에피소드 중 초반은 아이를 입양한 베넷 부부 중 아내인 크리스틴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명망있는 사회사업가이자 자폐 아들을 명문대 물리학과에 조기 입학시킨 엄마, 두 명의 아들을 입양해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수퍼맘 ‘크리스틴’. 아들의 이름을 딴 센터를 오픈하고 각종 미디어의 주목을 받으며 책 출간까지 앞둔 그녀는 완벽한 가정, 완벽한 엄마의 표본으로 추앙받고 있다. 비인가 입양기관에서 척추 관련 희귀병을 앓고 있는 7살 나탈리아까지 입양하며 흠 없는 행복한 가정을 꿈꾼다. 그러나 나탈리아의 난폭하고 이중적인 모습과 거짓말이 하나씩 드러나며 삶의 균형이 무너진다.

사진=예고편 영상 캡처
사진=예고편 영상 캡처

남편 마이클의 시점에서 다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내 크리스틴과 유독 사이가 좋지 않은 나탈리아를 무조건적인 애정으로 보듬던 그는 다니던 직장을 잃고 나탈리아와 둘만의 비밀까지 만든다. 그러나 이중인격자이자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만 치중하던 크리스틴은 점점 더 마이클과 나탈리아를 궁지로 몰아가고, 오랜시간 함께했던 부부의 애정전선에도 금이 간다.

이어지는 후반부는 나탈리아가 주장하는 시점이다. 의사로부터 나탈리아가 소녀가 아니라는 진단을 받아낸 부부는 곧이어 변호사를 고용해 나탈리아의 나이를 22살로 정정하는 판결을 받아낸다. 따로 방을 얻어주고 이제 독립적인 성인으로 살아가라는 말을 남기고 나탈리아를 집에서 쫒아낸 부부. 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나탈리아는 굶주림과 공포 속에 이웃집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그녀를 도와준 다정한 이웃할머니조차 오해로 인해 나탈리아를 비난하고, 다시 거처를 옮기게 된다. 그곳에서 아동 위탁시설을 운영하는 ‘신시아’와 만나 따뜻한 가족의 구성원이 되어가는 행복을 느낀다.

‘굿 아메리칸 패밀리’는 나탈리아의 정체를 둘러싼 의혹과 가족의 붕괴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크리스틴은 나탈리아의 이상 행동을 목격하지만, 마이클은 이를 믿지 않는다. 나탈리아는 때로는 순수한 아이처럼, 때로는 불가해한 존재로 묘사되며, 이는 보는 이로하여금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등장인물 각자의 주관적인 주장과 시점에서 그려지는 이 작품은 조용하게 조여오는 긴장감과 스릴, 반전과 심리묘사가 실화라는 약점을 상쇄시킨다.

단순한 입양 서사를 넘어, 가족의 정의, 도덕적 책임, 법의 맹점 등을 일견 평범해 보이는 미국 가정의 허상을 세밀하게 탐구한다. 입양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사회가 전제한 신뢰와 선의가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도덕적 딜레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진=예고편 영상 캡처
사진=예고편 영상 캡처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를 섣부른 판단은 하지말라는 듯 서로 다른 시점의 에피소드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자 2편까지 제작된 영화의 소재임에도 낯선 스토리처럼 흥미롭게 그려진다.

이 시리즈의 소재인 실제 사건은 충격적인 이야기와 치열한 법정 공방, 뒤바뀐 진실로 미국사회를 흔들었다. 2003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나탈리아 그레이스는 2008년 미국 가정에 입양됐다 파양당하고 다시 2010년 미국의 바넷 부부에게 입양된다. 그러나 부부는 나탈리아가 실제로는 성인 여성이라고 주장하며, 법적 나이를 1989년생으로 변경하고, 결국 아파트에 혼자 방치한 채 나머지 가족들과 캐나다로 이주, 아동 유기 혐의로 체포됐다. 법원은 부부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몇년 후 판결은 뒤집혀 나탈리아가 승소하며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굿 아메리칸 패밀리'는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실체를 되묻는 작품이다. 진실과 거짓, 보호와 배척 사이에서 단순하지 않은, 가족이라는 완전무결한 울타리의 붕괴를 그린다. 작품은 단순히 “아이처럼 보이는 그녀는 진짜 몇 살인가?”라는 말초적 호기심에서 출발하지만, 더욱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아이의 정체보다 더 무서운 건, 그를 둘러싼 어른들의 믿음, 의심, 책임 회피, 그리고 사회 제도의 허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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