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추석 연휴, 안방극장의 가장 큰 화제는 조용필의 광복 80주년 기념공연도, 아이돌들이 쏟아져나온 ‘아육대’도, 다양한 특선영화도 아니었다. 바로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예능 출연이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지난 6일 오후 방송된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해)에 출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예능 출연은 지난 6월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혼자 등장한 것도 아니었고 김혜경 여사와 함께였다. 두 사람은 ‘K-팝’이나 ‘K-드라마’만큼 ‘K-푸드’ 역시도 널리 홍보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시래기와 한우, 더덕, 무를 소재로 한 다양한 요리를 의뢰했다.
대통령 부부의 당선 이후 최초 예능 출연이라는 프리미엄에 이 대통령 예능 출연을 둘러싼 갖은 구설에 그 화제성은 최고조로 올랐다. 7일 집계한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 코리아의 집계에서 ‘냉부해’의 본방송 시청률은 전국 가구기준으로 8.9%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첫 방송이 된 ‘냉부해’ 두 시즌을 통틀어 역대 최고기록이다. 이전 기록은 2015년 8월 가수 지드래곤과 태양의 출연 회차가 기록한 7.4%였다.
의도한 부분이 아니었겠지만, 이러한 화제성의 바탕에는 이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적 역학 구도가 작용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은 지난달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시스템이 마비된 상태에서 예능 출연을 강행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게다가 이 대통령의 출연 분량은 애초 방송이 5일로 잡혀있었지만,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장애 담당을 하던 공무원이 지난 3일 투신 사망한 사건도 있어 애도의 분위기로 방송이 하루 밀리기도 했다.

이러한 정치권의 공방은 고소, 고발전이 이어지면서 격화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이 대통령의 예능 출연을 문제 삼았다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고발됐으며, 주 의원은 대통령실과 여당 대변인에 대해 형사 고소 의사를 밝혔다. 정치인의 예능 출연이 정치 쟁점화가 되고, 다시 그 쟁점이 정쟁의 소재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정치의 구태가 계속 이어진 셈이다.
대한민국의 정치인 특히 대통령의 예능 출연은 이미지가 중요한 정치인으로서는 상당히 고난도의 전략으로서 택해지곤 했다. 실제 많은 정치인들이 대통령의 가도에 나가면서 예능을 통해 그동안의 딱딱하거나 무섭거나 투사의 이미지를 벗고 친근한 이미지를 입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예능에 출연했고, 현직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첫해이던 2003년 MBC ‘느낌표’에 나와 청소년용 책을 추천했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예능에 출연하지 않았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도 비상대책위원장이던 시절만 예능에 출연한 경력이 있다.
독자들의 PICK!
출연과 동시에 지지자던 아니던 공통의 관심을 얻곤 하던 대통령의 예능 출연은 진영 간의 이념싸움이 극단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하던 2010년대 후반부터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1년 대선 후보 시절 SBS ‘집사부일체’에서 ‘계란말이를 해주는 남편’의 이미지를 입었고, 당선인 신분으로 나온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출연의 적절성을 놓고 큰 논란이 일었다.
당시 ‘유퀴즈 온 더 블럭’의 분위기와 MC 유재석의 행동 등으로 미뤄 제작진이 압박을 받지 않았느냐는 추측이 나돌기 시작했고, 제작진은 이에 “우리들의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로 꺾지 말아 달라”는 글을 자막으로 내보내 항변하기도 했다. 이렇듯 늘 정치인, 특히 그 정점에 서 있는 대통령의 예능 출연은 수많은 논란을 불렀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정치인 시절부터 예능의 수혜를 받은 대표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성남시장이던 2017년 당시 SBS ‘동상이몽’에 고정으로 출연해 김혜경 여사와의 평범한 부부생활을 공개하는 파격 행보를 걸었다. 2021년 대선 전에는 ‘집사부일체’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 역시 인권변호사라는 다소 딱딱한 이미지가 있었지만, 예능 출연을 통해 이미지를 순화하고 전국구 인지도를 올리는 데 도움을 받았다.
결국 이번 논란은 이 대통령이 스스로 의도한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적절하지 못했던 출연 타이밍 그리고 그 후속 대응 때문에 잡음이 일어난 케이스다. 하지만 실제 녹화가 화재 사건이 있은 후 이틀밖에 지나지 않은 28일 이뤄졌고, 이에 대해서는 정무적인 판단이 가능한 시점이었으므로 예능 출연이 반드시 그 시점에 필요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으로 지나치게 정치적 해석을 넣어 새로운 ‘박근혜 7시간 논란’ 등의 루머를 양산하는 야권의 행태 역시 지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평범한 인물이라면 크게 문제가 없었을 여러 결정들이 국가의 수반이자 결정권자인 대통령이기에 물려 들어오는 그런 문제와 화제가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라면 이후 어떤 대통령이 정무적인 결정으로 예능에 나오더라도 호불호가 양분될 가능성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그 내용은 어땠을까.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경우는 당선인으로서 자신을 내세우기 위한 출연의 성격이었다. 그리고 당선된 직후 프리미엄을 예능을 통해 극대화하려는 전략도 깔려 있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경우에는 해외로도 방송되는 ‘냉부해’의 특징을 이용해 해외에 한국의 식재료를 알리려는 취지가 숨어있었다. 시기 역시 취임 직후가 아닌 4개월 정도 이후 추석 연휴를 틈탔다.
결국 예능보다는 국정에서의 성과가 앞서야 예능에서의 출연 역시 빛날 수밖에 없다. 통상 섭외가 먼저 이뤄지고 제반 준비가 갖춰지는 게 몇 주 전이라는 걸 고려했을 때, 이 대통령의 논란은 그의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지금 벌어진 국가적 사태에 대한 해결이 잘 이뤄지느냐 여부에 따라 예능 출연의 공과(功過)는 다르게 매겨질 수 있다. 따라서 이 판단 역시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겠다는 게 모두의 공통적인 판단이 되면 좋겠다.
신윤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