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계약서엔 6억, 차액은 수표로"...신축 빌라 '다운계약' 판친다

단독 "계약서엔 6억, 차액은 수표로"...신축 빌라 '다운계약' 판친다

김희정 기자
2026.07.2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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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대책'의 허점, '분양가 6억' 기준 다운계약 부추겨
땅값·건축비 올라 용산·강남 등 6억이하 신축빌라 실종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와 전월세 거래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반면, 연립·다세대(빌라) 거래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일부 지역에선 빌라 분양가격을 낮춰서 계약서를 쓰는 다운계약이 성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와 전월세 거래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반면, 연립·다세대(빌라) 거래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일부 지역에선 빌라 분양가격을 낮춰서 계약서를 쓰는 다운계약이 성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6억원이 넘는 8000만원은 1000만원씩 수표를 끊어서 따로 주시면 돼요. 계약서에는 (분양가격) 6억원으로 갑니다."

서울 용산 서빙고에서 빌라를 분양하고 있는 A중개업소 현장. 전용면적 16.5㎡가 채 안되는 원룸 빌라의 분양가격이 6억원 후반대를 넘어섰다. 치솟은 땅값과 건축비로 이 작은 빌라 한 채의 분양가격이 경기도 국민평형(전용면적 85㎡) 아파트 한 채 가격을 훌쩍 넘어선 것.

분양가가 치솟자 '1·10' 대책의 혜택 요건에 거래가격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다운계약'까지 성행한다. 신축 빌라 분양업자와 일부 공인중개사가 손잡고 계약서상 금액을 낮출 것을 제안하는 수법이다. 실거래가 통계를 왜곡하고 선의의 매수자를 범법자로 내모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서빙고동에서 신축 빌라를 분양 중인 A공인중개소는 빌라 개발업체와 함께 분양가 6억8000만원짜리 빌라를 6억원에 계약서를 쓰되, 차액 8000만원은 1000만원짜리 수표 8장으로 중도금 지급시 따로 지급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실거래가 6억8000만원짜리를 1주택자가 정직하게 사면 조정대상지역 2주택 중과로 취득세만 5400만원(8%) 안팎이다. 여기에 지방교육세 0.4%까지 더하면 취득하는데 드는 세금만 5712만원이다. 반면 서류상 6억원으로 낮춰 소형주택 혜택을 받으면 취득세가 748만원으로(지방교육세 포함 1.1%) 줄어든다. 취득세만 5000만원 가량 차이가 나니 "8000만원은 수표로 따로"라는 제안이 매수자를 낚는 미끼가 된다.

서울 용산구 용산2가동 해방촌 거리/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
서울 용산구 용산2가동 해방촌 거리/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

신속통합기획 연번을 받고 초기 재개발을 추진 중인 용산 해방촌 일대에서도 다운계약이 성행하고 있다. 신흥시장 인근 B공인중개소도 일대 신축 원룸 빌라를 6억원이 넘는 가격에 소개하면서, 6억원이 넘는 차액은 5만원권 현금으로 따로 결제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역시 매수자가 1.10 대책 적용 대상인 6억원에 맞춰 계약하게끔 '다운계약서'를 써주겠다는 얘기다.

1·10 대책은 2024년 1월 1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으로, 비아파트(빌라·오피스텔) 시장 붕괴에 대응해 신축 소형주택(전용 60㎡ 이하, 수도권 6억원 이하)을 살 때 취득세 등 산정시 주택 수에서 해당 주택을 제외해 세부담을 낮춰준게 골자다.

25개 전 자치구가 조정대상지역인 서울은 1.10 대책의 세제 혜택이 없을 경우 기존 거주주택 한 채에 빌라 한 채만 추가로 취득해도 취득세가 중과돼 매수가의 8%에 달한다. 여기에 지방교육세 0.4%가 붙고 전용면적 85㎡을 초과할 경우 농어촌특별세 0.6%가 더해져 실제 취득세 부담이 최대 9.0%가 된다.

문제는 서울에서는 우후죽순으로 초기 재개발 추진이 성행하고 있어 신규 빌라를 지을 토지를 찾기가 어려운데다 공사비마저 치솟아 분양가가 1.10 대책 기준선인 6억원을 넘는 빌라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세제 혜택을 미끼로 매수자를 끌어들이려는 분양업자들이 초과분을 계약서 밖에서 현금이나 수표로 따로 받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다운계약의 피해는 고스란히 매수자에게 돌아간다. 허위 신고가 적발되면 매수자도 취득가액의 최대 10%에 달하는 과태료를 물어야 하고 부정하게 받은 취득세 감면은 가산세와 함께 추징된다. 계약서상 취득가액이 낮게 잡힌 탓에 향후 매도 시 양도소득세 부담도 커진다.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빌라 밀집 지역이 내려다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빌라로 매수 수요가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매매수급지수는 109.0을 기록했다. 임대차 3법 시행 여파로 전세난이 확산했던 2021년 9월(113.3) 이후 4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사진=뉴시스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빌라 밀집 지역이 내려다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빌라로 매수 수요가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매매수급지수는 109.0을 기록했다. 임대차 3법 시행 여파로 전세난이 확산했던 2021년 9월(113.3) 이후 4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사진=뉴시스

시장 전체의 왜곡도 불가피하다. 낮춰 신고된 가격이 실거래가 통계에 잡히면서 시세 착시를 일으키고, 이를 근거로 한 후속 거래와 은행권의 대출 심사, 정책 판단까지 연쇄적으로 뒤틀리기 때문이다. 서민 주거 사다리 복원을 위해 설계된 1.10 정책 혜택의 6억원 문턱이 오히려 편법 거래의 유인으로 변질됐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6억원 언저리 신축 빌라일수록 '서류상 가격만 맞추면 세금이 줄어든다'는 식의 유혹이 많다"며 "분양업체 직원이 중개사처럼 행세하거나, 재개발 추진 주체가 이해관계를 숨긴 채 중개에 관여하는 경우도 있어 계약 전 명함과 중개사무소 등록 여부, (재개발) 권리산정기준일과 건축물대장상 사용승인일을 반드시 대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가운데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자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서울 연립·다세대(빌라) 거래량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올해 1~5월 서울 연립·다세대 매매 거래량은 1만927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3215건)보다 45.8% 급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매매수급지수도 109.0에 달했다. 임대차 3법 시행 여파로 전세난이 확산했던 2021년 9월(113.3) 이후 4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신축 빌라 분양 현장에 대한 당국의 전수 점검과 무등록 중개행위 단속 강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운계약 요구를 받은 매수자는 국토교통부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 신고센터나 관할 구청에 신고할 수 있으며, 신고 시 과태료 감면 등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제도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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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토리팀 김희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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