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주말극 ‘태풍상사’(극본 장현, 연출 이나정)가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준호가 있다. 극중 이름 ‘강태풍’에 꼭 어울리는 태풍급 인기의 핵심이 바로 이준호다.
‘태풍상사’는 1997년 IMF 구제금융 시절, 부도 직전의 무역상사를 이어받은 청년 사장의 고군분투기. 낭만과 절망이 교차했던 시대를 안방극장으로 다시 불러내며 시청자들에게 아련한 향수와 진한 여운을 전하고 있다. 그 안에서 이준호는 남다른 감각과 진정성으로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고 있다.
2008년 아이돌 그룹 2PM으로 데뷔해 춤과 노래로 무대를 누빈 이준호는 영화 ‘감시자들’(2013)을 통해 연기에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이어 ‘김과장’(2017)으로 안방극장에서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뒤 놀라울 만큼 빠르게 성장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특히 이번 작품까지 3연속 흥행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시청률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2021)에서는 사려 깊은 군주이자 애틋한 멜로의 주인공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킹더랜드’(2023)에서는 세련된 재벌 2세가 되어 유쾌한 로맨스로 흥행을 이어갔다. 그런 그가 이번 ‘태풍상사’에서는 시대의 공기까지 생생하게 전하는 입체적인 연기로 ‘배우 이준호’의 진가를 제대로 증명하고 있다. 흥청망청 유흥을 즐기던 X세대 오렌지족이었다가 아버지의 죽음으로 하루아침에 삶의 방향이 뒤바뀐 청춘의 이야기를 섬세한 연기로 표현하며 극강의 몰입을 일으키고 있다.

당장 첫 회 ‘압스트리트 보이즈’ 군무로 나이트클럽을 평정하는 모습 등 이준호는 곳곳에서 90년대의 감성을 되살리며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브릿지 염색을 한 헤어스타일, 직접 사비를 들여 구입했다는 의상 등 다양한 디테일로 그 시절의 청춘을 완벽하게 복원했다. 아이돌 시절부터 몸에 밴 무대 감각과 시대를 읽어내는 남다른 센스가 ‘태풍상사’의 현실감을 살리고 시청자의 몰입을 끌어내는 원동력이 됐다.
또한 이준호는 특유의 눈빛 연기로 주인공이 겪는 풍랑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고 있다. 자유롭기만 했던 청춘이 아버지의 무너진 사업체를 떠맡으며 느끼는 책임의 무게는 형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무게감이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건 이준호의 진실한 눈빛 때문이다. 안간힘을 쓰지만, 자꾸만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 속에서 이준호가 변주하는 눈빛 연기가 시청자들을 감정의 태풍으로 이끄는 것이다. 청춘의 눈빛을 반짝이다가 돌연 깊은 상실의 눈빛을 표현하고, 현실의 벽 앞에서 절박함과 간절함이 깃든 눈빛을 보이는 이준호를 향해 “이준호의 눈빛이 서사”라는 찬사가 쏟아진다.
게다가 오피스 성장 드라마를 표방한 ‘태풍상사’지만, 이준호는 존재만으로도 로맨스의 가능성이 기대될 만큼 로맨스 남주로서의 폭발력도 엿보이며 팬심을 들뜨게 하고 있다. 첫 회 햇살이 내리쬐는 지하철 창가에서 까무룩 조는 강태풍의 모습은 90년대를 풍미한 순정만화 속 남자주인공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이었다. 당연히 여주인공 오미선(김민하)을 비롯해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흠칫 놀라게 했다. 물론, 그 이후 숱하게 등장한 이준호의 순수한 미소에도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독자들의 PICK!

이렇듯 이준호가 태풍의 핵이 되어준 덕분에 ‘태풍상사’는 중장년층부터 MZ세대까지 아우르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회사라고 하면 일단 냉소적이고, 일보다는 ‘워라밸’을 더 중시하는 MZ세대가 회사에 몸 바쳐 일하던 시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는 이준호의 힘에 있다. 회사에 목숨을 건다는 게 어떤 건지는 몰라도 진심 어린 마음으로 일을 대하고 성장하는 청춘의 모습으로 그들에게 친숙한 이준호가 서 있는 것이다. MZ세대들이 그 진심에 호응하고 있다.
중장년층에게 회사는 생존의 무대이자, 자신을 증명하는 공간이었기에 ‘태풍상사’는 단순한 직장 이야기가 아니라 그곳에서 일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서사로 다가온다. 여기서 강태풍으로 변신한 이준호는 치열했던 청춘의 한 챕터로 단숨에 뛰어들게 하는 매개체로서 더없이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중장년 팬들은 강태풍이 마치 그 시절 자신들과 함께했던 친구라도 되는 듯 그에게 마음을 한껏 쏟고 있다.
결국 ‘태풍상사’의 인기 드라이브는 이준호의 존재감에 시작된다. 이준호는 과거의 청춘을 연기하면서 현재의 감정으로 우리 모두를 가슴 뛰게 하고 있다. 고군분투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내는 강태풍을 지켜보며 전율을 느끼게 하고 있다. “꽃은 지는 게 아니라, 열매를 맺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이기고 있는 것”이라는 아버지(성동일)의 말을 되새기는 강태풍을 보며, 저마다 자신의 꽃을 피우고 열매 맺기 위해 애쓰는 스스로를 먹먹한 마음으로 응원하게 된다. 세대를 관통하는 그 먹먹한 울림이야말로, 이준호가 만들어내는 진짜 태풍의 힘이다.
조성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