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빌런' 연예부 기자, 드라마 속 이미지는 바뀔까 [IZE 진단]

단골 '빌런' 연예부 기자, 드라마 속 이미지는 바뀔까 [IZE 진단]

신윤재(칼럼니스트) 기자
2025.10.30 09:46
'얄미운 사랑', 사진제공=tvN
'얄미운 사랑', 사진제공=tvN

깊어가는 늦가을, 안방극장에 ‘연예부 기자’가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두 편의 드라마가 막을 연다. 하나는 다음 달 3일부터 시작하는 JTBC 월화드라마 ‘얄미운 사랑’, 하나는 12월6일 첫 방송이 예정된 JTBC 토일드라마 ‘경도를 기다리며’다. ‘얄미운 사랑’은 이미 제작발표회까지 마치고 첫 방송을 기다리고 있고, ‘경도를 기다리며’는 서서히 작품의 정보가 새어 나오는 중이다.

연예부 기자처럼, 현재 대중문화 산업에서 선망과 무시를 동시에 받는 직업은 없을 듯하다. 연예부 기자도 기자인지라 기본적으로 받는 사회적 대우가 있다. 취재 현장에서 받는 대우도 대우지만, 사석에서 그 열기는 올라가는 편이다. 주위에서 사석에서 연예 업계에 있지 않은 사람들을 만났을 때, 자신의 직업을 연예부 기자라고 한 후 “누가 예뻐요” “이 사건은 어떻게 된 거예요”라는 기자회견 급의 질문을 받는 기자 지인의 사례는 흔히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반면에는 ‘기레기’ 그중에서도 ‘최하위 포식자’라는 멸시에 가까운 시선도 있다. 조회수와 특종을 위해서는 연예인이든 연예업계 종사자의 인권이나 권리는 안중에 없고, 피를 보고 몰려드는 승냥이 떼 또는 상어 떼처럼 자신만의 욕심을 채우는 사람들로 여겨진다. 실제 과거처럼 연예부 기자의 권력이 컸고 SNS가 발달하지 않았을 시대보다 정보의 평등이 이뤄진 지금, 이러한 시선은 더욱 크다.

어쨌든 대중문화 속 연예부 기자의 모습은 이러한 대중의 ‘고정화된 이미지’를 따라간다. 그래서 많은 드라마나 영화 속 연예부 기자의 이미지는 앞서 서술했던 ‘최하위 포식자’에 가깝다. 가장 근사한 예가 2008년 개봉했던 강형철 감독의 ‘과속스캔들’이다. 여기서는 배우 임승대가 연예부 기자 봉필중을 연기한다.

'경도를 기다리며', 사진제공= SLL, 아이엔, 글뫼
'경도를 기다리며', 사진제공= SLL, 아이엔, 글뫼

톱스타인 현수(차태현)가 사실은 숨겨놓은 딸 제인(박보영)이 있었고, 심지어 제인은 숨겨놓은 아들 기동(왕석현)이 있다는 줄거리의 영화에서 봉필중은 현수의 뒤를 치밀하게 캐면서 이들 3대를 괴롭힌다. 동의하지 않은 사진을 기사로 내고, 연예인을 조롱하며 최악의 특종을 내는 등 당시까지 뭉쳐있던 연예부 기자의 악랄함을 집대성했다.

이후까지도 이러한 이미지는 각종 작품에서 대동소이했다. 그러다 조금 그 모습이 꺾이기 시작한 것이 2009년 SBS 드라마 ‘스타일’부터였다. 2006년 할리우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유행했고, 이 영향을 받은 작품이었던 ‘스타일’에서 연예부 기자는 아니었지만, 패션과 연예계를 모두 다루는 잡지사 편집장이었던 박기자 역 김혜수는 “엣지있게!”라는 유행어를 내밀며 연예부 기자에 캐릭터성을 부여했다.

이후에는 마찬가지로 ‘생활인’일 수밖에 없는 연예부 기자들의 애환을 다룬 작품도 조금씩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2015년 개봉한 정기훈 감독의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가 대표적이다. 정재영, 박보영 주연이었던 작품은 실제 연예부 기자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여기서 연예부 기자들은, 물론 밥을 얻어먹고 보복성 기사를 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윗선의 지시에 떠밀렸거나 매체의 폐간을 막기 위해서 등 나름의 합리화를 하려 애썼다.

박보영이 연기한 도라희 캐릭터는 막 연예부 기자에 들어온 사회 초년생이 나름의 시행착오를 겪은 후 나름 ‘1인분’은 하는 사회의 한 부분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다뤘다. 빌런 또는 초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던 연예부 기자의 모습에 각각의 캐릭터를 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얄미운 사랑' 임지연, 사진제공=tvN
'얄미운 사랑' 임지연, 사진제공=tvN

지금 공개를 앞둔 두 작품도 비슷하다. ‘얄미운 사랑’은 초심을 잃은 톱스타와 정의구현에 목을 매는 연예부 기자의 로맨스에 대한 이야기다.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톱스타의 반열에 오른 이정재의 차기작이다. 임현준 역을 맡은 이정재의 상대역은 ‘더 글로리’ ‘옥씨부인전’ 등으로 안방극장 대세로 떠오른 임지연이다. 그는 정치부 에이스에서 불의의 사고로 연예부로 좌천된 위정신을 연기한다.

‘경도를 기다리며’는 로맨스물에 가깝다. 두 번의 연애를 하고 헤어진 주인공 이경도(박서준)와 서지우(원지안)가 불륜 스캔들을 보도한 기자와 스캔들 주인공으로 이혼한 아내로 재회해 벌이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이경도는 동운일보 연예부 차장이다. 연예부 기자가 등장해 로맨스까지 나누는 설정은 거의 처음 보는 듯하다.

연예부 기자는 대중매체 등을 통해 보이는 화려한 연예계의 이미지 그리고 그 안의 정보를 모두 알고 있다는 이미지 때문에 관심을 받는다. 연예인과 친분이 있고, 실제 그 친분을 과시하는 사람도 있고 명성이든 악명이든 떨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기에 드라마 제작자 입장에서는 극적인 상황을 가장 잘 그려낼 수 있는 직업군 중 하나다.

이미 기자로서 정치부나 사회부 기자의 활약상을 다룬 작품들은 많이 공개됐고, 아직 생활인으로서의 반면이 보이지 않은 곳이 연예부다. 그렇기에 지금 공개를 기다리는 작품들은 나름 정의에 목말랐고, 공감이 가능하며(얄미운 사랑), 심지어 쓸쓸한 직장인의 이미지와 사랑을 기다리는 로맨티스트의 이미지(경도를 기다리며)를 갖게 됐다.

'경도를 기다리며' 박서준, 사진제공=SLL, 아이엔, 글뫼
'경도를 기다리며' 박서준, 사진제공=SLL, 아이엔, 글뫼

물론 정치부에서 좌천돼야 갈 수 있는 게 연예부이고, 연예계 갖은 비리의 온상에 연예부가 있다는 인식은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작품의 등장은 이전까지 연예부 기자를 무조건 ‘악마화’하던 시선에서 조금씩 그들의 직장인, 생활인으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 조금의 차이다.

왜 대중은 그렇게 연예부 기자를 부러워하면서도 싫어할까. 이유는 곳곳에 널려있다. 이미 각종 포털이나 SNS에 널린 ‘낚시용’ 기사들이 그 증거다. 한 편에서는 자정을 외치면서도, 또 한 편에서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달콤한’ 조회수의 유혹으로 낚싯대를 거둘 수 없는 것이 연예부 기자 세계의 숙명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여러 부류나 의도의 사람이 있는 법. 늦가을 두 로맨스는 그런 의미에서 연예부 기자를 보는 드라마의 조금은 변화된 시선을 감지하게 한다.

‘기레기’의 로맨스는 또 드라마 판도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일단 이정재, 임지연, 박서준 등의 ‘빅네임’들이 참가했다는 점에서, 방송사들의 실험은 과연 유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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