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싹 도는 '쇼미더머니12', 잘 돌아왔다 [예능 뜯어보기]

도파민 싹 도는 '쇼미더머니12', 잘 돌아왔다 [예능 뜯어보기]

한수진 ize 기자
2026.01.16 09:17
[기사 본문]
'쇼미더머니12' 방송화면 / 사진=Mnet, 티빙
'쇼미더머니12' 방송화면 / 사진=Mnet, 티빙

갈증이 컸던 건 시청자와 당사자들 모두였다. Mnet '쇼미더머니12' 1회는 그 사실을 꽤 정직하게 확인시켰다. 4년의 공백기 동안 프로그램은 "한물갔다"는 냉소와 "그래도 '쇼미더머니'는 '쇼미더머니'"라는 기대를 동시에 떠안았다. 그리고 첫 회는 그 사이에서 뻔한 부활 서사를 과장하기보다 왜 이 판이 다시 열려야 했는지를 보여줬다. 새 얼굴, 새 목소리, 새 세대. 지코가 말한 "다양성이 주는 프레시함"과 그레이의 "새로운 얼굴 새로운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코멘트는 시즌12의 다짐처럼 들렸다.

시즌12의 첫인상은 새로움의 물량이었다. 로얄44, TNX 은휘, 김기표, 원팩트 태그, 영파씨 정선혜, 치오치카노, 루시갱, 200 등 신예들의 이름이 한 회차 안에서 쉼 없이 흘러나왔다. 여기에 버추얼 아이돌 스킨즈 권이랑이 부스까지 갖추고 등장했다. 크러쉬가 말한 "다양한 풀에서 되게 많은 색깔을 표현할 수 있는 장"은 실제로 펼쳐졌다. 1회는 본선의 드라마를 예고하기보다 참가자 풀 자체가 시즌의 태도라는 걸 보여주는 프롤로그였다.

익숙한 얼굴도 빼곡했다. 제네더질라, 폴 블랑코, 쿤디판다, 언텔, 잠비노, 트웰브, 마이크로닷, 애쉬비, 트레이비, 플리키뱅, 크루셜스타, 권오선, 밀리 등 '네임드'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중요한 건 이들이 등장했다고 해서 쇼가 곧장 '고인물 잔치'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름값이 자동 합격을 보장하지 않았고, 목걸이는 경력이 아니라 지금의 랩에 반응했다. 1회에서 프로그램이 한발 앞서 보여준 건 이 최소한의 원칙이었다. '쇼미더머니'가 다시 설득력을 얻으려면 결국 이 원칙 위에서만 가능하다.

'쇼미더머니12' 방송화면 / 사진=Mnet, 티빙
'쇼미더머니12' 방송화면 / 사진=Mnet, 티빙

그러나 '쇼미더머니'의 엔진은 실력만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시즌12 첫 회는 여전히 특유의 쇼적인 재미를 정확히 배치했다. 폴 블랑코를 패러디한 여성 참가자 폴 플랑카, 아나운서 콘셉트의 여성 래퍼, 각종 인기 크리에이터들의 등장, 오팔세대 어르신 참가자까지. 첫 회는 힙합의 무대이면서 동시에 대중 예능이기도 한 이 프로그램의 이중성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눈에 띈 건 어린 참가자들의 밀도였다. 초등학생 참가자가 유독 많았고 그 존재만으로도 현장의 공기가 달라졌다. "합격하고 싶어 하지만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라는 순수한 가사는 웃음을 만들었고, 지코 앞에서 가사를 잊어 울음을 터뜨린 장면은 귀여움 이상의 몽글몽글한 감정을 끌어냈다. 지코가 "울 때마다 계속 다시 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라고 말하던 모습에선 도전, 실패, 다시 도전이라는 보편의 감정이 묻어났다.

프로듀서진의 조합도 첫 회의 온도를 결정했다. 무엇보다 허키 시바세키&제이통 팀은 '쇼미더머니' 심사가 처음이었다. 어색해하며 "카메라를 몇 개 줄였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낯가림은 예상 밖의 재미를 만들었다. 강한 인상과 달리 심사는 '순한맛'이었다. 제이통은 "사실은 부드러운 남자라 곤란한 지점이 많다"고 말하며 자신의 캐릭터를 스스로 뒤집었다. 독한 한마디로 참가자를 소비하는 방식에 기대지 않아도 충분히 긴장과 흥미를 만들었다.

이 첫 회에서 가장 명확하게 서사가 붙은 참가자는 마이크로닷이었다. 부모의 빚투 논란 이후 활동을 중단했던 그는 아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든 벌어야 해서" 4년 동안 고깃집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밝혔다. 음악이 관계가 틀어졌던 시간을 버티게 했고, 다시 무대 위로 올라오게 했다는 고백은 이 프로그램이 가장 즐겨 쓰는 재도전 서사의 전형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마이크로닷은 그 전형을 동정이 아니라 랩으로 통과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가사에 투영해 돌파했고, 결국 그레이에게 목걸이를 받았다.

'쇼미더머니12' 방송화면 / 사진=Mnet, 티빙
'쇼미더머니12' 방송화면 / 사진=Mnet, 티빙

랩으로 충격을 준 순간은 김하온에게서 나왔다. '고등래퍼2' 우승 이후 첫 '쇼미더머니' 출연이다. 그는 과거의 착하고 어린 모습이 아니라 지금의 자신으로 봐달라는 마음을 분명히 했다. 래핑은 압도적이었고, 크러쉬가 "(목걸이를) 안 줄 수가 없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무게가 있었다. 그럼에도 김하온이 "진짜 떨렸다"고 말한 순간이 중요했다. 확신에 찬 랩과 달리 그 뒤에는 긴장이 존재했다. 강한 벌스만이 아니라 그 벌스를 뱉기 전의 떨림까지 담아내며 래퍼의 흥미로운 서사를 만들었다.

물론 1회는 예선전이다. 포맷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하긴 어렵다. 여전히 목걸이를 걸고, 합격과 탈락이 빠르게 오간다. 다만 시즌12가 이전과 다른 결로 시작한 건 분명하다. 익숙한 얼굴 사이로 확실히 새로운 얼굴이 대거 유입됐고, 그 유입이 억지스러운 새로운 척이 아니라 실제 참가자 풀의 변화로 체감됐다. 신예와 네임드, 어린이와 어르신, 버추얼과 크리에이터까지. 시즌12는 지금 힙합이 누구의 전유물도 아니라는 것을 프로그램적으로 증명하는 중이다.

이 지점에서 시즌12의 첫 회는 '쇼미더머니'의 본질을 다시 끌어올린다. 이 프로그램은 힙합을 가장 대중적인 언어로 번역해 온 쇼다. 동시에 그 대중성은 힙합을 멋없게 만들었다는 비판과 늘 함께 왔다. 시즌12는 그 오랜 논쟁을 정면으로 뒤집기보다 우회로를 택한다. "목말라했을 것 같다"는 그레이의 말처럼, 지금 중요한 건 멋의 과시가 아니라 새로운 목소리의 공급이다. 첫 회는 힙합이 다시 멋있어지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참가자들의 폭으로 답했다.

결국 '쇼미더머니12' 1회가 보여준 건 완성된 부활이 아니라 부활의 가능성이다. 아직 모든 참가자가 목걸이를 받은 것도 아니고, 우승 후보들이 전부 첫 회부터 압도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이 판은 다시 열렸고, 그 판에 들어온 사람들의 얼굴이 이전보다 넓어졌다는 사실이다. 갈증은 컸고, 그 갈증을 해소하는 첫 단계는 더 많은 목소리를 불러들이는 일이었다. 시즌12의 첫 회는 그 기본을 해냈다. 이제 남은 건 이 다양성이 소모에서 그치지 않고 끝까지 음악으로 설득될 수 있느냐다. 첫 화의 출발감은 '쇼미더머니'가 다시 이야기될 이유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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