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서 홀로서기 한 '말자쇼' 김영희가 관객을 사로잡는 세 가지 방법

KBS2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소통왕 말자 할매’가 드디어 새 프로그램을 파고 나왔다.
2023년 11월12일 ‘개그콘서트’의 부활과 함께 등장한 지 3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지난 19일 오후 10시에 첫 방송한 ‘말자쇼’는 한 시간 동안 ‘소통왕 말자 할매’의 스핀오프로 정규 프로그램이 됐다.
지난해 5월18일까지 ‘개그콘서트’에서 선보이던 ‘소통왕 말자 할매’는 유튜브 버전 공개 외에는 TV에 나오지 않던 휴지기를 지나 지난해 8월10일부터 다시 코너를 선보이고 있다. ‘말자쇼’가 방송된다고 해서 기존의 ‘소통왕 말자 할매’ 코너가 사라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김영희와 정범균은 일주일에 두 번의 녹화를 하게 됐다.
이렇게 한 코너가 원래 프로그램에서도 방송되고, 새롭게 스핀오프를 파고 나올 수 있는 이유는 코너가 가진 넓은 쓰임새 즉 ‘범용성’과 누구에게나 납득이 될 수 있는 ‘공감성’ 때문이다. 의외로 출연자 두 명의 단출한 구성에 순간적인 ‘순발력’을 통해 코너가 꾸려지기에 품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 장점도 있다.
‘소통왕 말자 할매’는 초반에는 ‘소통왕’을 강조한다고 해놓고 오히려 ‘불통’을 말하는 캐릭터쇼에 가까웠다. 말자 할매가 방청석을 다니면서 “크게 말하라고!!”를 외치고 다니는 콘셉트였지만, 서서히 관객들의 사연을 받아 이를 해결해주기 시작하면서 스탠드업 코미디의 일종인 ‘크라우드 워크(CROWD WORK)’ 공연이 됐다. 실제 ‘크라우드 워크’는 당일 관객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웃음을 주는 종류의 코미디다.

말자 할매는 무대에 등장하고 나서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곧바로 정범균이 들고 등장하는 포스트잇을 찬찬히 읽어내려간다. 그가 사연을 소화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사연을 읽어보고 딱히 해결이 필요 없거나, 무리한 요청 같으면 작성자를 구박하며 가벼운 웃음을 준다. 그리고 잘잘못을 가려달라는 사연이 들어오면 어느 한쪽의 편을 확실히 들어준다. 두 사람을 놓고 양비론, 양시론에 빠지지 않는다. 더욱 공감이 필요한 깊은 사연이 들어오면 자신의 사례를 들어준다.
이렇게 토크를 이어가다 소재가 적당히 없다 싶으면 출연자를 무대에 불러올리기도 하고, 옆에 멀뚱하니 있는 보조 MC 정범균을 공격한다. 19일 ‘말자쇼’는 이러한 세 가지 유형을 다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말자 할매는 남자가 없다는 여성 관객들에게 “같이 다니지 말라”고 단번에 훈수를 놓고 웃음을 주며, 딸이 서운하다는 엄마의 사연에는 딸을 대신 구박한다.
그리고 꿈이 없는 사연자를 위해서는 자신의 아르바이트 기억을 소환했다. 말자 할매의 사연이 즉 김영희의 사연이지만, 김영희의 사연의 골자는 스스로의 부족함과 덧없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못나서 일이 안 풀렸다는 사연을 풀어놓으면 관객은 자신을 다소 높게 올려놓고 안도한다. 여기서 말자 할매의 응원과 칭찬이 이어진다. 자신을 낮추고 청중을 높이는 화법을 통해 사연자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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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말자 할매의 화법은 김영희의 서사와도 연결돼 있다. 2010년 KBS 25기 공개로 데뷔한 김영희는 초반 억센 대구 사투리와 단단한 체구와 외모 때문에 주로 개그계에서 말하는 ‘못생긴 캐릭터’가 주어졌다. 여러 코너를 통해 우악스러운 여성의 특정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소비됐다. 그런 과정에서 필요 없는 오해가 늘어나고, 비판도 생겨 그 스스로가 막다른 길이 없는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그의 공연을 가서 보면 알 수 있듯, 지금의 남편인 야구선수 출신 윤승열씨를 만나 결혼하고 딸을 낳은 경험은 그에게 많은 것을 바꿔줬다. 남편은 순수하게 재미있기에 김영희를 사랑해줬고, 그가 아무런 부채의식 없이 행동할 수 있도록 무조건적인 지지를 해줬다. 이러한 그의 사고 변화는 그가 쓴 에세이집 ‘가끔은 조언보다 허언’에도 잘 나와 있다.

어쨌든 그 스스로가 시련을 겪었고, 죽었으면 좋았다 싶을 정도로 몰려봤기에 그는 그런 사연에 공감을 잘하는 편이다. 대중이나 관객 역시 그러한 김영희의 서사를 접했기에 그의 상황에 훨씬 잘 몰입한다. 말자 할매의 캐릭터는 김영희였기에 생성할 수 있었고 발전시킬 수 있었던 셈이다.
거기에 김영희는 사연을 보자마자 단 0.5초도 안 되는 시간, 앞서 밝힌 세 가지의 유형 중 하나로 카테고리화해 개그를 발진시키는 발군의 능력을 보여준다. 그의 그러한 능력 때문에 ‘말자쇼’의 대본은 인사, 말자 할매 소개를 제외하고는 텅텅 비어있다.
그 비어있는 부분은 관객이 채운다. 때로는 손을 들어 적극적으로 사연을 소개하고 자신이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치부를 드러내며, 한 편으로는 절박하게 도움을 요청한다. 김영희의 솔루션에 웃고 때로는 박수 치고 우는 관객들의 리액션은 ‘크라우드 워크’가 한국식으로 작동하면 어떤 파급력이 있는지 전해준다.
어쨌든 새로운 콘텐츠에 목마른 TV 플랫폼, 특히 새 물길이 필요한 KBS의 입장에서 ‘개그콘서트’의 코너 ‘소통왕 말자 할매’ 그리고 그 스핀오프인 ‘말자쇼’의 등장은 단비와도 같다. 그는 TV 플랫폼 외에도 전국순회공연을 다니며 공력을 더욱더 다지고 있다. 조만간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이 말자 할매에게 고민을 이야기하고, 마음을 맡길지도 모를 일이다.
‘말자쇼’의 발전 그리고 독립은 하나의 콘텐츠가 어떤 과정을 통해 대중의 취향으로 스며들 수 있으며, 공영방송의 콘텐츠가 예능성을 둘러쓰는 2026년 판 가장 좋은 사례로 훗날 기록될 듯하다.
신윤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