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코' 박용우, 30년차에도 이유있는 우상향 [인터뷰]

'메인코' 박용우, 30년차에도 이유있는 우상향 [인터뷰]

이덕행 기자
2026.02.01 10:25

중앙정보부 황국평 국장 역으로 특별출연
작은 비중에도 미친 존재감 발산

배우 박용우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중앙정보부 국장 황국평 역으로 특별출연하여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가발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으며, 비열함과 악독함 속에 숨겨진 연약함을 포착하려 노력했다. 박용우는 연기 30년 차에 접어들며 연기의 본질은 사랑과 두려움을 통한 감정의 탐구라고 강조했다.
/사진=프레인T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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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용우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연출 우민호, 극본 박은교·박준석, 이하 '메인코')에 특별출연했다. 그러나 존재감만은 여느 배우들 못지않았다. 간단한 역할에 디테일을 부여해 생동감을 불어넣은 박용우. "나는 로버트 드 니로가 아니었다"고 손을 저었지만, 30년의 우상향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지난 2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메인코' 박용우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극 중 박용우는 권력과 욕망의 중심에 선 중앙정보부 국장 황국평을 연기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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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황 국장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가발 설정은 자칫 평범할 수 있었던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결정적인 장치였다. 박용우에게 이 설정은 단순한 분장이 아닌, 인물의 서사를 완성하는 열쇠로 다가왔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는 역할의 매력보다는 감독님, 배우분들과 함께하는 것에 의미를 뒀어요. 대본상으로는 뻔한 누군가의 상사처럼 느껴졌거든요. 사정이 있어서 대본 리딩에 참여를 못했는데, 감독님이 촬영에 들어가기 전 중국집에서 만나 조심스럽게 가발 이야기를 꺼내셨어요. 거절할 줄 알았나 보더라고요. 그런데 듣자마자 너무 좋았어요. 평면적인 상사에서 그 사람만의 사연이 보이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것 같아 흔쾌히 하겠다고 했죠. 덕분에 캐릭터만의 독특한 색깔을 입히고 새롭게 상상할 수 있었어요."

가발이라는 소재는 현장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드는 아이스브레이킹 역할까지 톡톡히 해냈다.

"가발 설정을 하고 배우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라 어색할 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그 소재 덕분에 다들 편안하게 웃으며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게 됐어요. 그날 분위기가 좋아서 바로 회식까지 했죠. 디테일한 설정은 현장에서 감독님과 소통하며 만들었는데, 그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고 호흡이 잘 맞았어요."

/사진=프레인T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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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적으로는 가발과 빗이라는 설정으로 캐릭터를 보였다면, 내적으로는 비열함과 악독함뿐만 아니라 이면에 자리잡은 '연약함'을 포착하려 애썼다.

"황 국장은 비열하고 못된 인물이지만, 저는 그 안에 선함과 악함, 강함과 연약함을 교묘하게 섞고 싶었어요. 어느 순간부터의 제 가치관이기도 한데, 사람이 '선하다', '악하다' 보다는 올곧고 강한 면과 연약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무리수를 두거나 선을 넘는 행동은 결국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 즉 연약함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지점이 매력적이죠."

박용우가 포착한 황 국장의 연약함은 바로 욕심이었다. 박용우는 출세하고 싶고 성공하고 싶은 탐욕은 황 국장을 포함해 '메인코'의 모든 인물들이 가지고 있었다며 곧 드라마의 주제와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저는 장건영 검사조차도 탐욕스러운 사람으로 봤어요. 정의라고 이야기하지만요. 이 드라마 속 모든 인물은 뒤틀려 있는데, 시대가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느꼈어요."

평소에도 주변 사람들과 '사랑과 두려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는 박용우. 그런 그에게 결국 모든 감정은 사랑이었고,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 역시 사랑이었다.

"사랑과 두려움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존재할 수밖에 없고, 존재해야 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편향적인 종교적 발언일 수 있지만, 사실 저는 세상의 감정은 사랑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 사랑을 깨닫기 위한 반대급부로 두려움이라는 환상을 심어주신 것이고요. 예술의 모든 주제는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고, 핵심 갈등은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해요. '메이드 인 코리아'가 다루는 주제 역시 모든 사람이 출세하고 사랑받고 싶어서 탐욕을 부르게 되는 이야기라고 봐요."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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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우는 올해로 연기 30년 차에 접어들었다. 연기가 마냥 즐거울 것만 같은 베테랑 배우지만, 그는 꽤 오랫동안 연기를 힘겨워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사실 꽤 오랫동안 연기가 재미없었어요. 속으로는 제가 로버트 드 니로 이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제 연기는 그에 미치지 못하니 싫었던 거죠. 그런데 '연기가 싫어'라고 스스로 질문을 하면 연기를 좋아하더라고요. 제가 천재형 배우가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욕심을 내려놓으니 비로소 편안해졌어요. 내 마음처럼 안 되더라도 '올해보다 내년에 더 잘하면 좋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재미있어졌어요."

이는 대중의 환호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박용우는 타인의 시선보다 스스로의 떳떳함이 중요하다며, 타인의 시선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예전에 각광받았던 작품과 역할이 있는데 저는 창피했어요. 마지막에 후시 녹음을 하면서 역할이 매력적으로 바뀌었거든요. 남들은 박수를 쳐주는데 저는 양심을 속일 수 없어서 괴롭더라고요.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도 제 기준에서 좋은 연기는 아니었어요. 반대로 잘했는데 반응이 없어서 억울할 때도 있고요. 그래도 어느 순간 가치관이 바뀐 것 같아요. 반응이 없어도 제가 떳떳하면 행복해요. 물론, 배우는 관객과 시청자의 선택을 받아야하지만, 그쪽으로 매몰되면 연기를 할 때의 행복감을 잃어버릴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경계하면서 연기자로서 동력을 얻어가고 있어요."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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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강렬한 인상을 보여준 황 국장은 결국 극의 전개를 위해 퇴장하게 된다. 박용우는 "다 좋은데 분량이 아쉽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시즌2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다 좋은데 분량이 아쉬웠어요. 며칠 전에 감독님과 통화했는데 빈말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잘 나올 줄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 만나면 좀 더 길게 하자고 했어요. 그래도 시즌2가 나오면 시즌1와 시즌2를 한 번에 보는 분들도 계실 거잖아요. 그러니 죽은게 죽은게 아닌거죠."

인터뷰 말미, 그는 자신을 주식 시장의 '장기 성장주'에 비유했다. 당장의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우상향한 박용우는 분명한 장기 성장주였다.

"사람에게 가장 행복한 일은 자기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연기를 통해 계속 성장하고 싶어요. 굳이 종목으로 따지자면 저는 '구조적 장기 성장주'예요.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건 구조적 장기성장주는 올라갈 수 밖에 없어요. 저는 묵묵히 그 일을 계속 하고 있을 따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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