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 진정성이 어설픔을 가려주는 정우의 '청춘찬가'

'짱구', 진정성이 어설픔을 가려주는 정우의 '청춘찬가'

정수진(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4.20 10:18

서툴러서 찬란했던 20대의 좌충우돌 성장기

영화 '짱구'는 배우 정우의 20대 시절을 담은 자전적 이야기로, 정우가 극본과 공동 연출을 맡아 감독으로 데뷔했다. 배우를 꿈꾸며 오디션에 계속 실패하고 연애도 쉽지 않은 20대 짱구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그렸다. 영화는 정우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정성 있는 감정 전달과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의 추억을 소환하는 재미를 주지만, 서사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아쉬움도 있다.
사진제공=㈜팬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팬엔터테인먼트

'비공식 천만영화’로 유명한 ‘바람’의 주인공이 무려 17년 만에 자신의 이름으로 돌아왔다. ‘짱구’. 배우 정우의 10대 시절을 풀어놓았던 ‘바람’의 후속작으로, 이번엔 20대 시절을 담은 자전적 이야기다. 심지어 정우는 극본은 물론 오성호 감독과 공동 연출을 맡으며 감독으로 데뷔까지 치렀다. 배우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연출하는 만큼, 아무래도 진한 진정성을 기대해보게 된다.

배우를 꿈꾸며 서울에서 자취하고 있는 20대 짱구(정우). 부족한 연기력 때문인지 특별한 강점이 없기 때문인지 100번 가까이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시는 중이다. 연애도 쉽지 않다. 부산에서 만난 민희(정수정)에게 첫눈에 반하고 어찌어찌 민희와 만나는데 성공하지만, 오히려 민희로 인해 자신의 지질한 현실을 더 크게 느끼는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그나마 서울에서 함께 자취하는 동생 깡냉이(조범규)와 부산에 내려가면 언제나 함께하는 친구 장재(신승호)가 있어 든든할 뿐. 그래도 짱구는 짱구다. ‘바람’의 치기 어린 10대를 지났어도, 앞날이 막막한 20대답게 여전히 철없고 지질하다.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지만, 넘어지면 털고 일어나고 쪽팔리면 더 크게 웃는다.

사진제공=(주)팬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주)팬엔터테인먼트

누구나 자신의 20대를 생각하면 ‘이불킥’ 할 흑역사가 존재할 것이다. ‘짱구’를 보는 느낌도 그와 다르지 않다. 배우를 꿈꾸며 오디션장을 전전하지만, 짱구가 오디션에서 펼쳐 보이는 연기는 ‘이불킥’ 그 자체. 그러나 또한 우리는 안다. 꿈을 향하던 20대 때의 우리가 얼마나 간절했는지. 꿈은 간절했으되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알 수 없어 얼마나 막막했는지. 꿈은 물론이요, 연애든 인간관계든 뭐 하나 시원하게 풀리지 않아서 얼마나 답답했는지. 배우를 꿈꾸며 무명시절을 견뎠던 정우의 ‘진빼이’ 이야기가 담긴지라 그와 같은 감정의 전달은 어느 정도 되는 편이다.

그러나 ‘짱구’가 ‘바람’보다 재미있느냐 묻는다면 글쎄. ‘뻘하게 터지는’ 장면들은 있다. 우선 숱한 오디션에서 짱구가 선보이는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의 ‘그때 그 시절 명대사’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요즘 애들도 알 정도로 ‘밈’화된 대사들인 데다, 정우와 동년배인 중장년층이라면 대사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따라할 명대사들이라 그야말로 추억은 방울방울인 느낌. 배경이 2010년대이라 그 시절 분위기 재현도 추억 소환에 한몫 한다. 어릴 적 한 번쯤은 해본

‘*23#’(발신번호 표시제한)에 슬그머니 웃고, DJ DOC가 울려 퍼지는 나이트클럽 신부터 둠칫둠칫 바운스를 타게 될지도.

사진제공=(주)팬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주)팬엔터테인먼트

생생한 부산 사투리로 화제를 모았던 ‘바람’에 이어 이번에도 차진 사투리의 향연과 함께 진한 부산의 정서가 펼쳐진다. 정우의 진두지휘 아래 부산 출신 현봉식, 대구 출신 조범규, 안동 출신 권소현이 모인 데다 신승호의 사투리 연기도 어색하지 않다. 부산인들의 소울푸드인 돼지국밥을 정면으로 포커싱하는 것은 물론, 광안대교 뷰가 시원한 위스키 바부터 노포 버스터미널, 서면 포장마차 거리, 부산극장 등 부산 명소들이 부산사나이들의 향수를 자극할 법하다.

그러나 ‘바람’보단 성장했지만 여전히 치기 어리기 때문일까. ‘짱구’는 학교 안 약육강식을 그려낸 ‘바람’보다 날것의 재미는 덜하고, 그렇다고 매끄러운 서사형 영화로 봐주기엔 설익은 느낌이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연결연결이 툭툭 끊어진다. 짱구의 일기장을 보는 것마냥 과장되지 않은 현실적인 느낌은 들지만, 이야기에 몰입되는 재미는 떨어진다. 특히 여주인공 민희와의 연애는 20대 짱구의 서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하며 애매하게 끝나버리며 감정을 이끌어내지 못해 아쉬움을 산다.

물론 영화 외적인 서사가 겹쳐지면서 진정성의 측면에서는 짠한 감동이 밀려오는 부분은 있다. 영화 속에 녹아든 오디션의 상황들은 대부분 정우가 직접 겪은 이야기들. 그 과정을 거쳐온 정우가 ‘바람’을 거쳐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스타가 되어 ‘쎄시봉’ ‘히말라야’ ‘재심’ ‘뜨거운 피’ 등 여러 작품에서 주연으로 활약하고, 드디어 자신을 있게 해준 작품의 후속작을 직접 연출하기에 이르는 성공 서사를 겹쳐보면 울컥한 울림이 있을 법도 하다. 정우의 첫 영화 오디션이 장항준 감독 작품이었다는데, 그 장항준 감독을 ‘짱구’에 소환한 서사까지 완벽하다.

어쨌거나 정우의 팬도, ‘바람’의 팬도 오래 기다렸다. 괜찮은 어른이 되겠다던 짱구의 20대 여정을 다룬 ‘짱구’는 오는 22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95분. 손호준, 황정음, 지승현 등 ‘바람’의 주역들은 출연하지 않지만, 눈에 띄는 반가운 얼굴은 있다.

정수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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