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 이성적인 순록에 더한 무해함
연상연하 로맨스로 안방극장 설렘지수 ↑

2002년, 대한민국 여심을 뒤흔든 드라마 대사가 있었다.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 MBC '로망스' 속 이 한마디는 연상연하 로맨스하면 지금까지 회자될 만큼 대표적인 명장면이다. 이 서사의 중심에는 말갛고 해사한 얼굴, 선한 눈웃음, 훤칠한 키로 사랑받은 1981년생 배우 김재원이 있었다. 그는 당시만 해도 낯설었던 '연하남'의 이미지를 대중의 뇌리에 선명하게 새기며 이른바 '국민 연하남'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20여 년이 흐른 지금, 동명의 2001년생 배우 김재원이 그 계보를 잇고 있다. 새로운 '국민 연하남'의 자리를 정조준한 그의 무대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 시즌3'다.
'유미의 세포들 시즌3'의 제작 소식과 함께 시즌1의 안보현, 시즌2의 박진영을 잇는 유미(김고은)의 세 번째 남자 신순록 역에 김재원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대중의 기대감은 단숨에 치솟았다. 무엇보다 비주얼이 완벽한 합격점이었다. 190cm의 큰 키에 단정한 슈트핏, 지적인 무드의 안경까지 더해진 김재원은 원작 웹툰 속 신순록이 그대로 걸어 나온 듯한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극 중 순록은 달콤한 얼굴과 달리 직설적인 화법을 지녔고, 일터에서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타인과 철저히 선을 긋는 인물이다. 김재원은 이 차갑고 이성적인 캐릭터에 자신만의 결을 덧입혀 연상연하 로맨스 특유의 설렘을 안방극장에 불어넣고 있다.

김재원의 진가가 발휘된 장면은 완벽해 보이던 순록의 틈이 무방비하게 드러났을 때다. 유미가 담당 피디 교체 건으로 단단히 오해를 하고 그에게 불만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던 장면에서다. 쏟아지는 유미의 분노 앞에서 순록의 세포들은 과부하로 활동을 멈춰버리고, 사고가 정지된 순록은 별다른 변명이나 대꾸 없이 그저 무해하게 씨익 웃어 보이고 만다. 얼빠진 듯하면서도 어딘가 짠하고 다정한 이 치명적인 미소는, 차갑게 날 서 있던 유미의 마음은 물론 화면 밖 시청자마저 단숨에 녹여버렸다.
그 짧은 미소 하나만으로도 김재원이 왜 지금 주목받는 배우인지를 충분히 보여준다. 데뷔 초 tvN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차승원의 아역으로 등장해 풋풋한 첫사랑의 얼굴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단막극 '열아홉 해달들'을 통해 위태로운 청춘의 초상을 그려내며 주연으로서의 싹을 틔웠다. 이후 JTBC '킹더랜드'의 듬직하고 직진하는 승무원 이로운 역으로 안방극장에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고, 넷플릭스 '하이라키'의 날 선 긴장감, JTBC '옥씨부인전'의 밀도 높은 사극 연기를 넘나들며 폭넓은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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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 초 공개된 '레이디 두아'에서는 호스트바 선수 지훤 역을 맡아 또 다른 얼굴을 꺼내 들었다. 사라킴(신혜선)에게 서서히 스며들고 이용당하다 결국 배신에 이르는 복잡다단한 심연을 섬세하게 조율하며 연기적 성장에 불을 붙였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은중과 상연' 등 굵직한 작품에 연이어 이름을 올리고, 최근 KBS2 '뮤직뱅크'의 MC 자리까지 꿰찬 그의 행보는 이제 대세를 향하고 있다.
연상연하 로맨스에서 남자 주인공이 짊어져야 할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세밀한 감정선과 케미스트리를 이끌고, 시청자에게 설렘의 당위성을 설득해야 하는 오롯한 책임이 따른다. 단막극을 제외하고 사실상 남자 주인공 1번으로 극을 이끄는 첫 드라마인 이번 작품은, 그렇기에 김재원에게 가능성 이상의 결과를 증명해야 하는 묵직한 분기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가 묵묵히 쌓아 올린 담백하고 단단한 연기의 궤적을 돌아보면, 이 시험대는 오히려 가장 완벽하게 준비된 타이밍처럼 보인다. 순록을 향한 반응만 봐도 이미 안방극장의 연애 세포는 그의 무해한 미소와 담백한 직진에 속수무책으로 깨어나고 있다. 이름이 같은 20년 전의 선배가 그랬듯, 김재원이 '유미의 세포들 시즌3'으로 올해를 온전히 자신의 시간으로 만들며 대세 주연 배우로 우뚝 설 수 있을지 그의 해사한 미소 뒤에 숨겨진 뜨거운 비상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