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비영어 쇼 1위
홍 감독이 말한 작품의 본질 "흥행보다 화두가 된 게 더 기뻐"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은 공개 전부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고 출발한 작품이다. 피해자를 대신해 가해자를 응징하는 사이다식 서사는 요즘 잘 먹히는 매력적인 소재였지만, 원작을 둘러싼 폭력성 논란과 표현 수위에 대한 우려가 따라붙었다. 학교 폭력, 교권 침해, 악성 민원, 촉법소년, 청소년 마약 등 민감한 교육 현실을 다루는 작품이기에 그 균형을 잡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연출을 맡은 홍종찬 감독은 '참교육'을 단순한 응징극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의 편에 서서 무너진 학교를 바로잡는 가상의 기관 교권보호국의 활약을 통해 통쾌한 재미를 주되, 그 안에 "좋은 어른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
'참교육'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비영어 쇼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다. 홍 감독은 작품을 향한 반응에 대해 "연출자로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정말 열심히 만들었는데, 그 진심을 알아봐 주신 것 같아 가장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선생님들이나 여러 시청층에서 작품을 보고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이 하나의 화두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는데, 그 부분이 이뤄진 것 같아요. 흥행도 흥행이지만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참교육'은 피해자의 편에 서서 학교를 바로잡는 교권보호국의 거침없는 활약을 그린다. 선 넘는 학생, 교육의 의무를 저버린 교사, 이기적인 극성 학부모로 인해 교육 현장이 무너져가는 가운데 교육부 장관 최강석(이성민)과 감독관 나화진(김무열)을 필두로 정부 기관 교권보호국이 창설된다.
"현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먼저 시청자의 공감을 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답답한 현실 안에서 교권국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통쾌하고 재미있었으면 했죠."

홍 감독은 '소년심판'에 이어 다시 한번 청소년과 교육 현장의 문제를 다루게 됐다. 다만 그는 '참교육'을 단순히 학교 안 아이들만의 이야기로 보지 않았다.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결국 가족과 학교, 사회 시스템의 문제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었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면 가족, 학교, 좀 더 확장된 큰 이야기가 있어요. 학원물이라고 해서 아이들만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소재라고 느꼈어요. 해보니까 그 안에 담긴 극적인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참교육'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결국 좋은 어른의 필요성이다. 홍 감독은 나화진에게 최강석이 있었듯, 임한림(진기주)에게는 나화진이라는 어른이 있었다고 봤다. 학교 안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고, 그 사이에 제도가 미처 닿지 못한 공백이 있다면 누군가는 피해자의 곁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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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에 가해자들이 있지만 피해자들에게 다가가 일으켜주는 게 교권국이죠. 드라마를 통해 그런 다양한 시선이 있었으면 했어요. 결국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힘든 아이에게 손 내밀어주는 좋은 어른이 필요하다는 거죠."
작품 속 교권국은 물리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나화진은 강한 주먹과 시원한 일침으로 선을 넘은 이들을 제압하고, 임한림 역시 거침없는 행동력으로 사건에 뛰어든다. 이 지점은 '참교육'이 공개 전부터 가장 큰 우려를 받았던 부분이기도 하다.
"당연히 현실에서는 폭력이 정당화되면 안 되죠. 작품 안에서는 폭력이라는 게 오락적인 판타지로 작용하는 거예요. 그런 측면으로 바라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현실에서는 당연히 폭력은 안 됩니다."

홍 감독은 작품 안의 '참교육'이 가해자를 향한 응징에만 머무르지 않기를 바랐다. 그는 "교권국에서 행하는 물리적인 모습이 있지만 그 과정에서 가해자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깨닫게 하고 책임지게 하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저희가 말하는 참교육은 이 아이가 얼마나 깨달았는지를 보여주는 데 있었다"고 설명했다.
에피소드 구성에서도 홍 감독은 자극보다 공감에 방점을 찍었다. 현실 뉴스에서 접할 수 있는 교육 현장의 사건들을 참고하되, 그대로 옮기는 데 머무르지 않고 드라마적 상상력을 더했다. 무엇보다 시청자가 피해자의 고통을 먼저 마주하고 그 뒤 교권국의 해결 과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회차마다 다른 사건과 정서를 배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실에서 학교와 관련해 다양한 뉴스가 반복되잖아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할 수는 없으니까 공감 포인트 안에서 이야기를 구상하려고 했어요. 물론 각색하면서 새로운 상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도 당연히 있고요. 에피소드를 구성할 때는 시청자 관점에서 가장 공감하고 따라올 수 있는 이야기를 고려했습니다."
홍 감독이 가장 공감이 갔던 에피소드로는 9회 '와이파이 셔틀'을 꼽았다. 홍 감독은 자신이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전혀 없었던 폭력의 형태였다고 했다. 어른의 시선에서는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일이지만, 당사자인 아이에게는 지옥 같은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와닿았다고 했다. 그는 "어찌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아이의 시선으로 들어갔을 때는 지옥 같은 일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가장 풀기 어려웠던 회차는 촉법소년을 다룬 6회였다. 나이가 어린 가해자를 내세운 에피소드였기에 통쾌함과 불편함 사이의 균형을 세심하게 조율해야 했다. 자칫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는 만큼 사건의 강도보다 인물의 감정과 책임의 문제를 어떻게 보여줄지가 중요했다. 홍 감독은 해당 회차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6부의 촉법소년 편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참교육하는 과정에서 통쾌함도 있어야 하지만 자극적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고민했죠. 현실에서는 벌어질 수 없는 이야기다 보니까 톤을 고심했어요. 촉법소년 역할을 해준 장요훈 배우가 연기력으로 나이를 커버해 줘서 고마웠습니다."

배우들에 대한 신뢰도 작품을 지탱한 중요한 축이었다. 김무열은 '참교육'의 중심인 나화진을 맡아 액션과 감정, 코미디를 모두 소화했다. 홍 감독은 김무열이 가진 폭넓은 연기 역량을 나화진이라는 캐릭터에 가장 적합한 이유로 꼽았다. 특히 에피소드마다 많은 신인 배우가 등장하는 상황에서 김무열이 상대 배우들을 존중하고 받아준 점도 고마웠다고 했다.
"나화진은 감정도 있고 아픔도 있고, 액션도 해야 하고, 앙상블 안에서는 라이트하게 코미디도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예요. 김무열이라는 배우가 가진 역량이라면 이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에피소드별로 신인 배우가 많이 나오는데 김무열 배우가 한 명 한 명 존중해주면서 잘 받아줬어요. 그래서 신인 배우들도 작품 안에서 빛이 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진기주가 맡은 임한림은 나화진과는 또 다른 에너지로 교권국에 활력을 불어넣는 인물이다. 특전사 출신이라는 설정과 돌진형 성격, 코미디와 액션을 오가는 톤까지 배우에게 요구되는 폭이 넓었다. 홍 감독은 진기주가 캐릭터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부딪힌 점에 깊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진기주 배우가 임한림이라는 군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어요. 여배우가 자기가 예쁘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망가지는 것을 감수한다는 것도 고마웠고요. 현장에서도 신인 배우들과 시선을 맞춰줬고 처음 톤을 어떻게 잡을지 서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진기주 배우 표현한 임한림은 100% 마음에 듭니다."
학생 역 캐스팅 역시 긴 시간과 공을 들인 작업이었다. '참교육'은 매회 새로운 학교와 사건을 다루는 만큼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학생 배우들의 존재감이 중요했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설득력을 갖지 못하면 교권국의 개입 역시 힘을 얻기 어렵다. 홍 감독은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촬영 도중까지 약 5~6개월 동안 오디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오디션은 프리 단계부터 촬영하면서도 5~6개월 정도 봤고, 1000명 정도를 만났어요. 회차별로 신인 배우들이 주인공처럼 기능했기 때문에 개성도 있어야 하고 앙상블도 맞아야 했어요.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몇 차례씩 오디션을 봤죠. 나이 같은 조건보다는 무엇보다 캐릭터에 적합한지를 봤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배우로는 1회에서 학교 폭력 피해자 김경민을 연기한 이찬용을 언급했다. 경민은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피해자의 처지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이 인물이 설득력을 얻어야 '참교육'의 첫 출발도 힘을 받을 수 있었다. 홍 감독은 "경민이라는 인물을 정말 잘 표현해 줬고 되게 안쓰러웠다. 그 감정선을 잘 표현해 줘야 했는데 이찬용 배우가 잘해줬다"고 말했다.
제작 전후로 따라붙은 논란에 대해서도 홍 감독은 비교적 담담하게 답했다. 원작을 둘러싼 논쟁, 김남길의 발언 등은 '참교육'이 공개 전부터 마주해야 했던 현실이었다. 그러나 홍 감독은 작품의 본질을 알고 있었기에 흔들리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또 캐스팅 과정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특정 배우를 원망하는 마음은 없다고 밝혔다.
"작품의 본질은 저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캐스팅은 통상적인 작품 제작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이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김남길 배우를 원망하는 건 없습니다. 서로 응원하고 있고, 좋은 작품에서 만나길 기대하고 있어요."
홍 감독은 '소년심판'을 함께 찍었던 김혜수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언급하며 김무열에 대한 주변 반응도 전했다. 그는 "김혜수 선배가 '김무열은 멋진 배우인데 이 작품에 잘 쓰셔서 잘 되는 게 정말 좋고 응원한다'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시즌2 가능성에 대해서는 "연출자로서는 정말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좋은 어른이란 주변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관계없는 타인에게도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 같아요. 내 자식만 돌보는 것이 아니라 나와 상관없는 아이가 힘들어하면 관심을 두고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요. 현실의 문제를 저희가 해결할 수는 없지만 작품 안에서 이런 어른을 잘 담아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시선에서 여러 의견이 교환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