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하나의 ‘김부장’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소지섭이 타이틀롤을 맡은 SBS 금토극 ‘김부장’(극본 남대중, 연출 이승영)이다. 제목에서부터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JTBC ‘김부장 이야기’(‘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를 연상하게 한다.
'김부장’도 ‘김부장 이야기’처럼 시청률이 심상치 않다. 닐슨코리아 기준, 27일 1회엔 9.5%, 28일 2회엔 15.7%를 기록했다. 1회 만에 무려 6.2%포인트가 뛰어오른 셈이다. 15.7%는 올해 방송된 드라마 중 최고다. 종전 최고는 MBC의 ‘21세기 대군부인’(13.8%)이었다.
지난해 ‘김부장 이야기’의 최고 시청률은 7.6%. ‘김부장’의 1회보다는 낮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방송 내내 큰 화제를 모았다. 평범한 샐러리맨의 대명사인 김부장(류승룡)을 주인공으로, 회사에서 잘 나가던 김부장이 내리막 길을 걷다가 결국 아웃되고, 퇴사 후 부동산 투자에 실패한 뒤에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져 4050세대 샐러리맨들의 공감을 샀다. ‘평범함’을 소재로 가장 ‘비범한’ 이야기를 전한 것이다.

‘김부장’도 처음엔 평범하기 그지없는 샐러리맨 같았다. 검은 양복에 뿔테 안경을 쓴, 남들이 보면 그냥 ‘안경 쓴 중년 아저씨’였다. 그에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 민지가 있다. 엄마 없이 홀로 키운 민지는 그에게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다. 그런 민지가 학교 폭력에 휘말린다. 가해자로 몰려 ‘학폭 위원회’가 열린다. 피해자인 척하는 상대 학생은 그 지역 유력 사업가의 딸이다. 민지는 자신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사과를 해야 하냐"며 억울해하지만, 김부장은 시비를 따질 필요도 없이 피해자 학생의 학부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한다. 불필요한 시비를 피하고 그저 딸과 무탈하게 조용히 살겠다는 의지가 배어 있다. 그렇게 학폭 사건은 김부장의 사과로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민지가 돌연 실종되면서부터 일이 커지기 시작한다. 딸이 피해자 측 아이들에게 납치되어 변을 당한 것으로 판단한 김부장은 뿔테 안경을 집어 던지고 핏빛 선연한 복수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김부장의 정체가 공개되는데, 그는 평범한 샐러리맨이 아니었다. 북한을 드나들며 이중간첩 노릇을 하던 최고의 블랙 요원이었다.
소지섭의 ‘김부장’은 초반부터 비장미가 흘러넘친다. 평범한 샐러리맨 분위기는 잠시, 이내 무시무시한 과거를 드러낸 뒤 딸을 건드린 상대는 누구라도 용서하지 않는다. ‘김부장 이야기’의 김부장과 이름만 같을 뿐, 웃음기나 짠함은 완전히 배제했다. 그는 영화 ‘테이큰’의 리암 니슨이고, ‘존 윅’의 키애누 리브스이며,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질주한다.
소지섭은 액션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다. ‘영화는 영화다’(2008), ‘회사원’(2012), 넷플릭스 ‘광장’(2025) 등에서 ‘절대지존’의 액션가이 캐릭터를 연기했다. ‘회사원’에서는 겉으론 회사원처럼 평범해 보이지만 실은 누구보다 냉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살인청부업자를 맡았다. 그러나 점차 사람의 정에 눈 뜨고, 정의와 불의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조직과 대결하게 되는 인물이다. ‘광장’도 비슷한 톤이다.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자르고 조직을 떠났던 주인공이 동생의 죽음으로 11년 만에 돌아와 복수한다. 수영선수 겸 모델 출신인 소지섭은 넓은 어깨, 긴 팔과 다리를 이용해 동작이 큰 액션을 보여준다. 총이든, 칼이든, 맨몸이든 도구에 상관없이 시원시원한 폭발력을 발산한다. 이때 뭔가 슬픔에 빠진 듯한 표정 연기는 액션의 질감을 더욱 스타일리시하게 만든다. ‘김부장’에서의 액션이 다소 과장돼 있고, 간혹 손을 오그라들게 하는 대사가 튀어 나오지만 소지섭의 통쾌한 액션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한번 보면 중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소지섭의 친구들로 나오는 최대훈과 윤경호의 활약에도 기대가 모인다. 1회에선 고깃집 격투 신이 눈길을 끌었다. 김부장이 오랜 친구인 태권도 관장 성한수(최대훈)와 해병대 출신 박진철(윤경호)을 만나 소주를 나누다가 옆 테이블의 동네 불량배들과 다툼에 휘말리는 장면. 윤경호는 엄청난 맷집과 박치기 파워로 불량배들을 단숨에 제압한다. 마치 드라마 ‘참교육’에서 김무열이 빌런들을 맨손으로 초토화시키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시원하고 후련하다. 조만간 최대훈의 활약도 기대된다. 그는 발차기 파워가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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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 이야기’가 진짜 우리집 옆에 사는 아저씨, 직장에서 흔히 마주치는 상사 같은 김부장을 그려 호평받았다면, ‘김부장’은 평범한 김부장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고난도 액션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듯하다. 하지만 소지섭도, 윤경호도 결국은 류승룡처럼 한 가정의 가장이고, ‘딸 바보’ ‘아들 바보’라는 점에서 공감대를 자극한다. 소지섭이 액션과 만나면 절반은 성공하는 것 같다.
이설(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