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시청률...더 많은 도파민 분비 필요해

MBC 일요 예능 ‘놀러코스터’는 기시감 있는 예능이다.
대개의 예능이 유행하는 포맷을 돌려쓰는 경향이 있으니 어디서 이미 본 듯 비슷비슷하지만 ‘놀러코스터’는 유사한 프로그램이 독보적으로 떠오르는 레퍼런스의 뚜렷함 때문에 기시감이 확실하다. 20여 년 전 MBC ‘일밤’에서 전 세계 특별한 어트랙션(유원지 놀이기구)을 탐방한 ‘상상원정대’가 그 프로그램이다.
‘놀러코스터’는 제목에서 프로그램의 방향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노홍철 고경표 빠니보틀 최강욱이 출연해 노홍철의 꿈인 60세 이후 자신 만의 놀이동산 만들기를 위해 다양한 국내외 테마파크의 어트랙션을 체험한다는 내용이다.

‘상상원정대’는 김태호 PD가 ‘무한도전’을 맡기 전 조연출로 참여한 프로그램으로, 세계 최고의 상상력을 발굴해 그 속의 과학 원리를 체험하면서 시청자들의 상상력과 눈높이를 높여주겠다는 취지였으나 그냥 신기한 놀이기구들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유튜브가 활성화되지 않아 해외 신기한 문물 정보가 적었던 시절이라 소개되는 어트랙션들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만했다. 첫 회 미국 라스베가스의 350m 타워 위에서 어질어질하게 운영되는 놀이기구들의 스릴은 잔잔한(?) 어트랙션이 주를 이루던 한국 놀이동산을 다니던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이후 등장한 세계 각국의 어트랙션들도 눈길을 끌었다. 시청률이 아주 높지는 않았고 찾아다닐 어트랙션이 무한정 공급될 수 없다 보니 반 년 만에 종영했지만 방송이 될 때마다 당시 대중 관심사의 주요 지표였던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휩쓰는 파급력이 있었다.

뜨거운 반응은 놀이기구 자체에 대해서가 아니었다. 그 놀이기구를 타며 고통스러워하는 윤정수 이윤석 정형돈의 모습이 큰 웃음을 이끌었다. 셋 모두 이윤석을 필두로 이런저런 부실, 약골의 이미지가 있었던 터라 타기 전 두려움과 타는 순간 일그러지고 넋 나간 이들의 표정은 강력하게 눈길을 끌었다.
가학이었다. 당시 TV 예능은 출연자를 괴롭혀서 나오는 리액션을 즐기는 가학이 중요한 예능 장치 중 하나였다. 가학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트랙션만 한 것이 없었다. 시청자들은 즐겼지만 시민단체 등에서 프로그램을 문제 삼았다. 이후 방송가에 PC주의가 대두되면서 차별, 비하 등과 함께 가학도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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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코스터’는 ‘상상원정대’를 떠올리게 만들 만큼 근간이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크게 다른 차이도 존재한다. 가학이 없다. ‘놀러코스터’ 멤버들은 어트랙션의 스릴에 고통을 느끼지 않고 즐긴다. 가끔 최강욱이 힘들어 하는 기구가 있는데 이 경우 아예 타지를 않고 지나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의 흡입력은 놀이기구의 신기함 자체와, 멤버들이 즐기는 모습에 대한 시청자의 공감에 의존한다. 이 역시 흥미롭기는 하지만 가학성에 비해서는 확실히 흡입력이 밍밍하다. 방송 중, 방송 후 TV 프로그램에 대해 신속한 반응이 나오는 커뮤니티들 반응을 보면 크게 화제가 되고 있지는 못하다.

제작진도 이를 예상한 듯 프로그램에 다른 매력 포인트를 채우려고 노력한다. 어트랙션을 탈 때 근처 풍경의 아름다움을 함께 보여준다. 현지 장보기와 요리 먹방, 그리고 굿즈 구매와 보디 페인팅 등 다양한 볼거리를 배치했다.
극 외향성인 노홍철과 극 내향인인 최강욱을 양극으로 서로 성향이 다른 멤버들이 함께 지낼 때 벌어지는 해프닝과 점점 친분을 다져가는 과정도 등장한다. 나열한 볼거리들을 되돌아보면 모두 일반적인 여행 프로그램의 즐길 거리들이다.
가학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찔한 놀이기구 타는 장면에서는 시청자도 멤버들에 동화돼 도파민이 좀 분비되는 듯하다. 하지만 먹방이나 쇼핑 등 일반 여행 프로그램의 재밋거리로 전환됐을 때는 앞선 도파민 경험 때문인지 예능적으로 느슨해지는 느낌이 더 심해진다.
‘놀러코스터’는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이 2.1%로 시작해 2회 1.8%, 3회 1.7% 정도를 기록 중이다.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해야겠지만 일단 반향이 뜨겁지는 못하다. 사실 ‘놀러코스터’는 대단한 도전에 나선 느낌이다. 가학 없는 놀이공원 예능의 성공은 난이도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시도를 하는 만큼 어떻게든 길을 찾기 바라는 마음이다. 여행 예능이, 흔하지 않은 테마인 어트랙션을 활용해 새로운 변주를 개척한다면 예능계와 시청자들에게 모두 좋은 일이니까.
최영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