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부터 장재현까지 밀어주는 '호프', 응원과 지지의 선 [IZE 진단]

봉준호부터 장재현까지 밀어주는 '호프', 응원과 지지의 선 [IZE 진단]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7.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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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로모션 행사의 한계....참조사항일 뿐 판단은 관객의 몫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가 개봉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인 가운데 봉준호, 이창동, 장재현 등 유명 감독들의 지원사격이 이어졌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의 역동적인 액션과 촬영 기법을 칭찬했고, 이창동 감독은 오락 영화로서의 극점을 언급했으며, 장재현 감독은 화면과 사운드의 압도감을 강조했다. 이러한 감독들의 지지는 한국 영화 최대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의 흥행을 돕고 위축된 영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나홍진(왼쪽)과 장재현,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나홍진(왼쪽)과 장재현,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가 그 제목처럼 극장가의 희망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관람객들의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다지만 흥행 전선에는 직접적 타격을 주지 않는 모양새다. 22일까지 250만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 후 닷새 만에 200만 고지를 밟은 것은 올해 개봉작을 통틀어 ‘군체’와 함께 최고 성적이다.

충무로에서는 "든든한 후원군들이 지원사격을 해준 영향도 컸다"고 말한다. 누구일까? 봉준호, 이창동, 장재현 등 대한민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들이다. 이 때문에 지나친 ‘내 식구 챙기기’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감독들은 나름의 ‘선’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봉 감독은 지난 15일 개봉일에 맞춰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호프’ 관객과의 대화(GV)를 열고 나 감독과 얘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봉 감독은 "‘내가 도대체 뭘 본 거지’라는 즐거운 영화적 충격과 흥분감을 가라앉히고 많은 것을 물어보고 싶다"면서 "굉장히 놀라운 영화적 모험이다. 패기와 광기가 폭발하는 영화, 시네마의 진풍경을 보여주셔서 진심으로 동료 영화인으로서 감사드리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사진=예고편 영상 캡처
사진=예고편 영상 캡처

이어 봉 감독은 "정말 놀라운 쾌감과 폭주의 롤러코스터"라며 "끊어질 듯 절대 끊어지지 않는 호흡에 박진감 넘치는 음악, 홍경표 촬영 감독님의 땅 위로 낮게 날아다니는 듯한 놀라운 카메라 워크(움직임)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봉 감독은 ‘호프’를 이야기하며 서사보다는 역동적인 액션과 촬영 기법, 음악에 초점을 맞추고 칭찬했다. 이는 대중이 느끼는 지점과 비슷하다. ‘호프’에 대한 불호의 중심에는 "서사가 약하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가?"라는 문장이 있다. 봉 감독은 그런 부분보다는 ‘호프’의 강점에 초점을 맞추며 대화를 이어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창동 감독은 어떨까? 이 감독은 "‘호프’는 영화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긴장감, 서스펜스, 타격감, 속도감 등 모든 요소를 한계치 이상으로 보여주는 영화"라며 "말 그대로 미친 영화"라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호프’는 오락 영화의 극점에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높은 경지인 정점, 그 이상인 극점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부연했다.

이 감독의 짚는 핵심은 ‘오락’이다. 그동안 나 감독은 오락 영화를 만든 적이 없다. ‘추격자’부터 ‘황해’, ‘곡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넣고, 복선을 깔아 관객들을 ‘분석놀이’로 끌고 갔다. 하지만 ‘호프’는 시작부터 ‘액션 장르’로 분류될 오락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 감독 역시 이런 감독의 의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관련된 부분에 대한 칭찬에 중점을 둔 셈이다.

다음은 장재현 감독이다. 그는 "밤 신(scene)이 없다는 걸 두 번째 볼 때 알아차렸다. 돌비 시네마에서 볼 땐 화면과 사운드에 완전 압도됐는데, 일반관에서 보니까 오히려 놓쳤던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 사실상 이 영화를 여러 번 보라고 권했다. 아울러 CG 및 VFX 논란이 나오는 것에 대해, 세트가 아닌 자연광이 비치는 현실 아래에 외계인을 노출시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역시 서사보다는 이 영화의 화면과 음악, 촬영 방법 등에 초점을 맞추며 나 감독의 연출 의도가 정확히 반영된 작품이라는 의견이었다.

사진=예고편 영상 캡처 
사진=예고편 영상 캡처 

나홍진 감독 역시 이를 인정한다. 그는 "서사라는 살을 내주고, 디테일이라는 뼈를 얻으려 했다. 텍스트는 간단한 한줄이다. ‘한 경찰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를 쫓아다니다가 그놈과 추격전을 벌인다’ 이 문장 하나로 한 시간을 이어가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한 줄은 분명 ‘호프’의 주제의식을 충분히 담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던 관객들이 바라던 지점과는 괴리가 있을 뿐이다.

물론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호프’의 장점과 나 감독의 의도에 초점을 맞춘 해석만 내놓는 것에 대해 눈총을 줄 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사가 약하고 설명이 불친절하다는 것까지 보호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한 번쯤은 이를 꼬집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올 만하다. 그러나 이 자리들은 영화 홍보 차원에서 마련된 프로모션 이벤트였다. 각 감독들은 "서사도 충분하다"는 식의 감싸기를 배제함으로써 정도를 지킨 셈이다.

여기에는 단순히 감독들 간의 친분을 넘어 영화 산업 전체에 대한 위기의식에 동참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호프’는 총제작비만 560억 원 가량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역대 한국 영화 최대 규모다. 이 영화마저 실패한다면 충무로로 흘러드는 투자금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팬데믹 이후 쪼그라든 시장이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그동안 한국 영화의 클리셰를 깬 과감한 도전이라 할 수 있는 ‘호프’의 흥행을 위해 감독들이 일제히 한목소리를 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영화를 볼지 말지 여부는 관객이 판단할 몫이다. 유명감독의 말도 평론가의 말도, 이미 영화를 본 관객의 감상평도 그저 참조 사항일 따름이다.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를 본다는 건 모험일 수 있다. 그러나 '호프'는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분명히 있는 모험이다. 이제까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다. 'SF 영화' '나홍진 특유의 영화적 은유' 등 온갖 고정관념을 싹 다 버리고 뇌를 비운 채 엄청난 속도와 리듬에 몸을 맡기게 된다면 "내가 뭘 본 거지?"라는 탄성이 나올 만한 가슴 떨리는 156분을 보낼 수 있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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