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지 이영지 미미 안유진의 변치 않는 미친 케미가 승부수

어색함 속에 첫인사를 나누던 ‘뿅뿅 지구 오락실’ 출연진들의 첫 만남을 기억한다. 서로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마주 앉은 이은지 미미 이영지 안유진은 금세 오디오가 빌 틈 없는 입담으로 거리를 좁혔고, 랜덤플레이 댄스도 거침없이 소화하며 제작진마저 당황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누구보다 익숙한 조합이지만, 당시만 해도 이 네 사람의 만남은 나영석 PD에게도 하나의 모험이었다.
그 무렵 나영석 PD를 향한 평가는 엇갈렸다. ‘신서유기’를 비롯해 오랫동안 함께한 출연진들과 안정적인 호흡을 이어가는 대신, 늘 비슷한 조합과 익숙한 포맷을 반복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신서유기’ 출연진들은 나영석 PD(이하 나PD)와 여러 프로그램에서 호흡을 맞춘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그런 점에서 ‘뿅뿅 지구 오락실’(이하 ‘지락실’)은 분명한 도전이었다. 나PD와 처음 호흡을 맞추는 네 명의 여성 출연진, 당시만 해도 TV보다 유튜브와 온라인 콘텐츠에서 먼저 존재감을 키운 젊은 세대를 전면에 내세운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락실’ 역시 완전히 새로운 포맷으로 승부한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여행과 게임, 제작진과 출연진의 대결이라는 큰 틀은 지금껏 나PD가 여러 차례 선보여온 방식이었다. 달라진 것은 사람이었다. 제작진은 가장 익숙한 포맷 안에 가장 낯선 출연진을 넣었고, 그 선택은 예상보다 훨씬 큰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노화한 제작진’과 ‘MZ세대 출연진’이 만들어내는 엇박자는 오히려 ‘지락실’만의 개성이 됐고, 프로그램은 어느덧 두 번째 스핀오프까지 탄생시킬 만큼 단단한 예능 IP로 성장했다.
지난달 31일 첫 방송된 tvN ‘우주떡집’은 2023년 방송된 ‘지락실 시즌2’에서 시작됐다. 당시 이은지 미미 이영지 안유진은 숙적 토롱이와의 방 탈출 대결에서 패하며 떡집 아르바이트를 약속했다. 대부분의 예능이었다면 한 회성 웃음으로 끝났을 설정이다. 하지만 ‘지락실’ 제작진은 이를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긴 시간이 흐른 뒤 그 벌칙을 하나의 독립 프로그램으로 확장하며 ‘지락실’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이어 붙였다.

첫 번째 스핀오프 ‘지락이들의 뛰뛰빵빵’이 운전면허가 없는 멤버들의 면허 시험 도전부터 국내 여행까지를 담았다면, 이번 ‘우주떡집’은 떡집 운영이라는 새로운 환경으로 무대를 옮긴다. 얼핏 보면 ‘윤식당’ ‘서진이네’ 같은 식당 예능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로 프로그램이 집중하는 대상은 요리 실력보다 네 사람의 관계성이다. 권성준 셰프를 심사위원으로 초청한 메인 셰프 선발전 역시 최고의 음식을 만들기 위한 경쟁이라기보다 각자의 성향과 역할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기 위한 과정에 가깝다.
창의성을 앞세운 이은지, 의외의 승부욕을 보여준 미미, 묵묵히 중심을 잡는 안유진, 그리고 메인 셰프로 낙점된 이영지까지 ‘지락실’에서 쌓아온 관계는 새로운 공간에서도 자연스럽게 각자의 자리를 찾아간다. 특히 이영지는 떡볶이집 사장 콘셉트에 맞춰 화려한 의상과 앞치마를 직접 준비하고, 한 달 가까이 떡볶이를 연구했으며, 메인 셰프로 발탁된 이후에는 목표 매출 1억 원을 내걸고 프레젠테이션까지 준비하는 열정을 보여준다. 웃음을 만드는 캐릭터를 넘어 프로그램을 향한 진심까지 드러나면서 ‘우주떡집’의 중심축 역할을 해낸다.

솔직히 ’우주떡집‘은 새롭지 않다. 여행을 떠나든, 운전을 배우든, 떡집을 운영하든 무대만 달라졌을 뿐, 제작진이 믿는 것은 여전히 네 사람의 관계성이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우주떡집’의 가장 큰 강점이기도 하다. 이미 ‘지락실’은 새로운 포맷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시청자를 사로잡아야 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어떤 환경에 놓여도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 탄탄한 한 팀이 됐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지락실’을 사랑하는 건 게임이나 여행지, 화려한 음식이 아니라 네 사람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호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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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나PD는 늘 보던 얼굴, 늘 보던 포맷을 반복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락실’은 그 틀을 깨기 위한 도전이었고, 그 도전은 이제 하나의 세계관으로 성장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주떡집’은 단순한 스핀오프가 아니다. 벌칙 하나를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확장한 기획의 재치보다 더 인상적인 건, 어떤 공간과 포맷에서도 변함없이 살아남는 관계성이다. 어색한 첫인사를 나눴던 네 사람은 이제 떡집에서도, 또 다른 무대에서도 시청자들이 기꺼이 따라가고 싶은 팀이 됐다.
조이음(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