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협박으로 갈등 해결…여주 강단 표현하는 위태로운 방식
10회 시청률 1.8% 자체 최저…남은 네 회에 필요한 공감의 회복

상대의 바람으로 생긴 상처를 치유하려면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할까. 다른 남자와 키스했던 이미도(안은진)는 남궁호(서강준)에게도 다른 여자를 만나라고 한다. 자신이 준 상처를 없애려는 선택인데, 결국 그의 곁에 누운 다른 여자를 보며 굳어진다. KBS 2TV '너 말고 다른 연애'가 10회까지 끌고 온 관계의 실험이다. '현실 공감 리얼 멜로'라는 소개에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오래 사랑한 사람이 다른 상대에게 흔들릴 수 있다. 익숙함을 사랑으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며 이별을 유예하거나 잠시 떨어져 지내는 연인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선택의 존재 여부보다 그 선택에 이르는 감정과 이후의 책임을 얼마나 설득하느냐다. 이 작품은 관계의 균열을 충분히 들여다보기도 전에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상처를 해결하려 하니 '현실 공감 리얼 멜로'라는 표방을 갸웃하게 만든다.
이 드라마가 여주인공 이미도의 거침없는 성격을 다루는 방식은 더 위태롭다. 10회에서 이미도는 자신의 다른 연애 상대인 한태승(이주안)을 모욕하는 변호사를 막아서며 "나는 1분 후에 너를 성추행할 거야"라고 말하고, 바지와 속옷을 벗기겠다고 위협한다.

상대가 자리를 떠나며 갈등은 정리되고 이미도는 한태승을 지켜낸 사람이 된다. 성적 위협이 상황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쓰인 것이다. 인물의 강단을 보여주려 성적 수치심을 도구로 삼은 선택은 당당함보다 폭력적인 태도를 부각한다. 앞서 낯선 이의 머리에 술을 붓고 한태승 차에 벽돌을 던지던 행동에 이어 극이 이미도의 과격함을 매력으로 제시하는 방식부터 돌아볼 대목이다.
문제는 이런 행동 뒤에 이미도가 무엇을 감당하는지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극은 그가 왜 화가 났고 얼마나 괴로웠는지는 거듭 설명하지만, 그 감정으로 타인에게 끼친 상처를 돌아보는 과정에는 인색하다. 연애에서도 비슷한 방식이 반복된다. 한태승과 키스하고 그 사실을 숨긴 선택을 수습하기도 전에 남궁호에게는 말할 수 없었던 두려움과 외로움이 앞세워진다. 이미도를 이해해야 할 사정은 늘어나는데 그가 책임져야 할 선택은 흐려지고, 관계를 회복할 몫은 다시 남궁호의 이해와 희생 쪽으로 기운다.
남궁호가 이미도에게 다른 남자를 만나보라고 제안하는 장면이 그 불균형을 보여준다. 자신이 지켜주려던 꿈이 연인에게는 부담이었고, 그 속마음을 한태승이 먼저 알아봤다는 사실은 그를 무너뜨린다. 두 사람이 무엇을 사랑이라 믿었고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 들여다볼 대목이었다. 그러나 극은 서로에게 말하지 못했던 감정을 풀어내기보다 이미도가 다시 웃기를 바라는 남궁호의 절박함으로 한달짜리 다른 연애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끌어낸다. 한쪽의 애절한 마음이 또 한 번의 희생으로 정리되는 셈이다.

여기에 두 사람의 얽히고설킨 사연까지 더해지니 이야기는 갈수록 무거워진다. 이미도의 아버지는 어린 남궁호를 구하다 숨졌고, 이미도는 그 죄책감 때문에 그의 곁을 떠날 수 없다. 남궁호에게는 아들의 신장까지 받고도 뻔뻔한 요구를 이어가는 친모가 있다. 오래된 연애의 익숙함과 권태를 들여다보던 이야기에 죽음과 죄책감, 가족의 사연까지 쌓이면서 두 사람의 마음을 따라가기보다 복잡한 사연을 정리하는 데 더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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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도의 태도도 공감을 어렵게 한다. 자신이 상처를 준 상황에서도 남궁호의 배려에 담긴 속뜻을 따지고 뻣뻣하게 맞서는 모습은 관계를 더 답답하게 만든다.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이 있어도 이내 자신의 괴로움이 앞서니 마음을 붙이기 쉽지 않다. 인물들은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지켜보는 쪽에는 설렘보다 답답함과 의아함이 짙어진다. '현실 공감 리얼 멜로'가 약속한 공감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묻게 된다.
10회 전국 시청률은 1.8%로 자체 최저를 기록했다. 남은 네 회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를 더 꼬기보다 다시 응원할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 10년의 사랑을 설명하는 사연은 이미 충분히 많아졌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사랑을 계속 지켜보고 싶게 만드는 공감이다. 끝까지 인물들의 선택에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면 시청자가 택할 것은 '너 말고 다른 드라마'일 테고, 시청률 흐름을 보면 이미 그쪽으로 기운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