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잘못된 만남이 빚은 참사
"어떻게 일으킨 회사인데 사기꾼 한명 때문에 망가져서야 되겠습니까."
지난 15일 500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남광토건 이희헌 사장이 검찰에 구속됐다. 이 사장이 검찰에 체포된 직후 기자가 남광토건 본사를 찾았을 때 직원들은 비통함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남광토건은 외환위기 당시 어려운 상황을 모두 극복하고 건설업계에서 가장 먼저 워크아웃에서 졸업, 견실한 재무구조를 자랑하던 회사였다. 때문에 지난해 M&A 시장에 나왔을 때도 눈독을 들이는 기업들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외로 골든에셋플래닝이라는 생소한 업체가 남광토건을 인수했다. 대형 건설사가 새 주인이 되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 것을 우려해 소규모 부동산개발회사를 인수 업체로 정한 것이다.
남광토건 직원들의 희망은 바로 물거품이 됐다. 직원들의 기대와 달리 상당 규모의 구조조정이 실시됐고 외부 인물들이 영입됐다. 무엇보다 매입자금의 10%만 가지고 회사 경영권을 확보한 이 사장은 매입자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빼돌렸다. 구조조정을 피하려다 기업사냥꾼을 만나 치명적인 위기를 맞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M&A 관련 법규 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1년에 400억~500억원대 순이익을 내는 업체를 400억원 주고 산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입찰참여 기준을 강화해 더 이상 M&A 업체가 기업사냥꾼이나 해지펀드의 먹잇감이 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18일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쌍용건설을 비롯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등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들이 M&A시장에 나온다. M&A를 앞 둔 업체들은 이번 남광토건 사건을 본보기 삼아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새 주인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구잡이식으로 이뤄지는 국내 M&A시장에서 '제2의 남광토건'이 나오지 않으리라 아무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