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설 이후 침체… "내년쯤 호전될 것" 전망도

"앞으로 6개월이 베트남 부동산 시장의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시 소재 대우건설 베트남 지사(대하 비즈니스센터 오피스타워 10층)에서 만난 김상우 지사장의 말이다. 그는 "내년 2/4분기쯤이면 베트남 부동산 시장이 반등할 것인지, 아니면 더욱 침체될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관망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4개월 전 외환위기설이 휩쓸고 간 베트남.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시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였다.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은 3.3㎡당 평균 1000만원 수준으로 올해 초 고점 대비 20~30% 내렸다. 하노이시 곳곳에 아파트 등 고층 건물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분양이 제대로 될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 지사장은 "지난 5월 베트남 외환위기설이 나오기 전만 해도 하노이시에서 사업을 추진했던 국내 시행사들이 많았다"며 "외환위기설로 금융시장이 위축되고 돈이 묶이니까 시행사들 발길도 끊기고 부동산 시장도 침체됐다"고 말했다.

베트남 부동산 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금리다. 지난 5월만 해도 12%였던 베트남 기준금리는 현재 14%까지 오른 상태. 지난해 1월 WTO에 가입한 베트남의 경제가 짧은 시간에 성장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심해졌고,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
이러다 보니 실제 시중은행 대출 금리는 최고 25%까지 상승, 주로 대출로 이뤄지는 부동산 투자가 급격히 위축됐다. 10년 전 우리나라 외환위기 시절 금융·부동산 시장과 비슷했다.
코트라 하노이 무역관 박동욱 차장은 "외환위기설 이후 베트남 부동산 시장이 확실히 침체됐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경제의 건전성 회복을 위한 조정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베트남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대책이 점차 효력을 발휘하면 내년부터 부동산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베트남에서는 외국인들이 아파트를 구입할 수 없다. 지금까지 외국인은 임대만 가능했지만, 내년 1월부터 외국인(해외 법인 지사장 및 해외 법인명의)들도 아파트를 살 수 있도록 법이 바뀐다. 박 차장이 내년부터 이곳 부동산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베트남 호치민과 하노이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은 금호건설, 대우건설, 벽산건설, GS건설, 경남기업, 엠코 등으로 지난 2006~2007년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도 대부분 올해 이후 이곳 부동산 시장이 호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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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됐지만 고급 부동산 시장은 양호한 편이다. 하노이 중심가 고급 오피스텔의 월 임대료는 ㎡당 37~52달러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수요는 꾸준하다. 외국계 기업들이 베트남에 계속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서 고급 오피스텔 공급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또 하노이 도심 인근 신도시(미딩지구)에서 70층 높이 빌딩 1동과 48층 높이 아파트 2개 동을 짓고 있는 경남기업은 최근 이 아파트 1차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총 990가구 중 1차분 320가구가 모두 분양됐다. 3.3㎡당 평균 1000만원인 높은 분양가에도 베트남 사람들이 몰렸다.
경남기업 하종석 베트남 지사장은 "외환위기설로 베트남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았던 지난 8월 1차 분양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며 "돈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돈 쓸 곳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