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책사업에서 볼 수 없는 사령탑과 주인

[기고]국책사업에서 볼 수 없는 사령탑과 주인

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09.02.23 07:07

세계 각국이 경제 침체와 실물 경제 회복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정부 재정 투자가 가장 크게 늘어나는 부문 중 하나가 건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간접시설(SOC)의 축적률이 세계경제협력기구 평균값의 과반수에 머물고 있어 정부로선 부족한 시설 투자를 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 국내에는 이미 초대형 국책사업들이 진행되고 있거나 진행될 예정이다.

건설에 대한 재정 투자 확대와는 별개로 정부는 개별 공사에 대해 계약 건별 공사비 삭감 정책을 강화시키고 있다. 최저가낙찰방식도 정부의 공사비 삭감에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국책사업의 현실을 보면 건설공사비는 낙찰을 통해 감소하는데 반해, 투자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엇박자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국책사업의 주인과 개별 공사 계약의 주인이 다른 우리나라 만의 특성 때문이다. 즉 국책사업의 주인은 없고 개별 공사의 주인만 보인다는 뜻이다.

국책사업의 총 사업비는 투자비 성격이고 개별 공사는 계약을 통해 이뤄지는 공사비 성격이다. 투자비가 목돈이라면 공사비는 목돈을 용도별도 세분화시킨 푼돈에 해당한다.

건설사업에서 목돈을 관리해야 하는 게 사령관에 해당하는 사업책임자(PM)이며 푼돈을 관리하는 책임자가 현장소장이다. 재정사업에서 푼돈을 삭감하는데 주력하면서도 정작 목돈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데 대해선 대책이 보이지 않는 것도 주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국책사업의 주인에 해당하는 사령탑과 주인을 찾아보자. 사업의 규모가 클수록 정부의 여러 부처가 관여된다. 이 경우 통상적으로 총리실에 00위원회를 설치한다. 총리실 00위원회는 별도의 자문위원회를 둔다. 그리고 당해 사업 추진을 위해 한시적 성격의 00기획단 혹은 00사업단을 만든다.

문제는 기획단 혹은 사업단이 관여하는 부지가 넓기 때문에 정부의 여러 부처로 관할 소유권이 나눠져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원회 내지 사업단 조직은 공공기관의 관련 부처 소속 인원을 차출하게 된다. 총리실 산하에 있는 각종 위원회는 상주보다 필요에 따라 부정기적으로 회의를 갖는 데 더 무게를 둔다. 기획 및 관리 역할보다 조정 역할이 중심이다.

건설사업은 전쟁터와 같다. 전쟁과 차이가 있다면 상대가 시간과 투자비, 품질이 된다는 점이다. 전쟁에는 반드시 장수가 있다. 장수는 전략과 전술에 대해 최종 선택권한과 책임이 있다. 사업에도 전략에 해당하는 사업관리계획이 있고 이를 총괄하는 책임조직 혹은 사업책임자가 있다.

따라서 사업진행 현황을 상시 분석하는 회의 장소를 군사용어인 워룸(war room)를 쓴다. 전시 작전 상황실과 다름없다. 전쟁에 반드시 사령관이 필요하듯 건설사업에도 사령탑과 주인인 사령관이 필요하다.

선진국 건설사업장에는 반드시 사령탑과 주인에게 책임과 권한이 주어져 있다. 국내에는 사령탑과 주인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 사업은 진행되는데 권한과 책임을 가진 지휘자 및 조직을 볼 수 없다.

사령탑과 주인이 없는 사이 공사비 삭감 전투는 벌어지는데 총 투자비 저감 전쟁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 작은 돈은 아끼려 들면서도 정작 큰돈의 주인을 지명하지 않는 게 국내 대규모 국책사업의 관리 현실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