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고삐풀린 '분양권 야시장' 백태

[현장르포] 고삐풀린 '분양권 야시장' 백태

김수홍 MTN 기자
2009.05.21 18:21

오랜 침체 속, 서서히 회복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 그러나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틈을 타 분양권 불법 전매 등의 투기 행위 또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데요.

겨우 살아나고 있는 시장에 이러한 투기세력들이 다시 찬물을 끼얹는 건 아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김수홍 기자가 불야성을 방불케 하는 분양권 야시장 현장의 실태를 집중 취재했습니다.

21일 자정. 인천 송도신도시 내 견본주택 주차장 앞.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 3백 명의 분양권 중개업자, 이른바 떴다방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한밤중에 문도 안 연 견본주택에 이들이 모인 이윤 뭘까?

이 아파트의 당첨자 발표는 자정부터 시작됩니다.

아침까지 기다릴 것도 없습니다.

ARS로 당첨자가 확인되는 즉시 1분, 1초도 지나지 않아 거래를 시작하는 분양권 야시장입니다.

[녹취] 분양권 중개업자

"여기는 그냥 놀이터예요. 거의 전국적인 떴다방들이 다 와있네요."

이 아파트는 지난 13일 5백2가구 청약에 무려 3만 명이 몰렸습니다.

최고 경쟁률 285대 1로 하루 만에 분양을 마쳤습니다.

청약 전부터 이미 떴다방 업자들은 5천만 원에서 1억 3천만 원의 웃돈을 예고했습니다.

3만 명의 청약자 중엔 이런 단기차익을 노린 투자 또는 투기세력이 절반이 넘을 걸로 업계에선 보고 있습니다.

이날 야시장에선 예고대로 5천만원에서 1억원씩 웃돈이 붙어 업자들 손에 분양권이 돌았습니다.

모처럼 호황을 맞은 업자들에겐 축제의 장입니다.

[녹취] 분양권 중개업자

"지금 뭐 40평대는 9천에서 1억원 대. 30평대는 7~8천만원 정도...(근데 매도인들은 지금 다 잘거 아녜요?) 어유 안 자고 기다리는 사람 지금 많아요 허허허 당첨되지 않았을까 해갖고

지난 14일엔 서울 종로 한복판에서 야시장이 섰습니다.

이날 장에 오른 물건은 최고 23대 1에 분양된 서울 신당동 재건축 아파틉니다.

분양권을 팔 사람을 확보해둔 업자와 살 사람을 확보해둔 업자끼리 이렇게 만나서 바로바로 동호수를 찍고 분양권을 돌립니다.

[싱크] 분양권 중개업자

"2층 보고 가세요! 2층!" "203호? 얼마? 가격이 문제지"

분양권 야시장의 재등장은 거의 3년여 만입니다.

인천 청라, 송도, 서울의 재건축, 재개발 아파트가 주 타깃입니다.

업자들은 분양권을 사서 더 비싼 값에 팔기도 하고, 아예 청약통장을 사들여 직접 청약하기도 합니다.

실제 송도신도시 분양 전 청약통장을 3천만 원씩 주고 사들이는 통장불법매매가 다시 고개를 들기도 했습니다.

[녹취] 청약통장 매매업자

한 3천만원 가까이 나올거예요. (입금은 어느 시점에 되는 거지요?) 바로 통장 팔면서요 (근데 분양을 받아서 분양권을 파는게 나을지...) 분양을 받아서 하면면 좋은데요. 동호수가 잘 걸려야 되는 거니까요.

통장명의를 사고파는 것은 물론이고, 계약 전 분양권 거래도 불법입니다.

송도나 청라지구 등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는 중대형은 계약일로부터 1년, 중소형은 3년이 지나야 전매가 가능합니다.

미리 불법거래를 한 뒤 나중에 합법적으로 명의이전이 가능한 시점이 되면 그 때가서 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꾸미는 복등기 수법이 동원됩니다.

[녹취] 분양권 중개업자

"(전매제한은 중소형 3년 중대형 1년이죠? 1년짜리가 거래하기 낫겠네요?) 그죠. 그래서 큰 걸(중대형 평형을) 많이 찾는 거예요. 사실.

과거 투기행태가 경기침체 속에서도 다시 나타나는 건, 정부의 대폭적인 규제 완화,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증가가 원인입니다.

최장 10년씩 전매가 제한됐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분양권 거래는 업자들도 하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인터뷰] 함영진 /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실장

"분양시장 규제가 상당히 완화됐습니다. 재당첨 금지 규제가 풀렸고요. 전매제한도 수도권이 1~5년으로 줄었기 때문에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효과가 단기투자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급기야 부동산 시장을 관리 감독해야 할 국토해양부도 지자체에 위법 행위를 관리해달라는 공문을 보내고, 20일엔 송도에서 현장 점검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실태 점검일 뿐 단속이나 지도 감독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각종 부동산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국지적인 현상일 뿐이란 게 정부의 시각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김수홍입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