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거민과 경찰 등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4구역 철거현장 참사'.
재개발, 재건축 등 도시및주거환경정비사업에서 공공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서울시의 '정비사업 절차 혁신안'.
서울시가 최근 내놓은 '정비사업 절차 혁신안'은 용산 참사를 계기로 정비사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맥상을 돌아보며 시공사, 정비업체, 조합간 유착으로 만들어진 '검은 커넥션'을 끊고 투명한 정비사업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번 혁신안은 민간에 맡겨졌던 도시및주거환경정비제도를 40년 만에 공공 주도로 전환하는 대대적인 개편이다. 그래서인지 혁신안에 대한 반응도 이해당사자별로 각양각색이다.
조합 집행부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와 지분이 상대적으로 작아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조합원, 지분이 전혀 없는 상가조합원 등은 투명한 정비사업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시의 혁신안을 반기고 있다.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정비사업의 고유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주체인 조합은 시가 개발이익의 과도한 분담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자율적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정비사업의 공동시행사 역할을 하고 있는 건설업체들은 시가 인허가권을 무기로 정비사업을 독점하려는 것은 자유경쟁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벌일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에 일감을 주기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공공의 역할을 강화한 것처럼 SH공사의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이번 혁신안을 내놓았다는 볼 맨 소리도 나오고 있다.
입법 당사자인 국토해양부는 시의 혁신안을 전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정비사업을 전국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시의 혁신안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재개발재건축은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1차적 목적 외에 돈을 벌 수 있는 투자대상이자, 가장 손쉬운 재산증식 수단이다.
시의 해법대로 정비사업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지분이 작은 조합원과 '용산참사'의 당사자인 상가조합원과 같이 약자를 보호하면서, 혼탁해진 재개발재건축시장의 복마전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다만 그 해법은 조합의 최소한의 이익을 보장하고, 공정경쟁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이어야 공감대를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