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우리도 이제 '불법'이란 꼬리표를 떼고 법 울타리 안에서 일할 수 있게 됐네요."
전국 6000여 고시원 사업자들의 모임인 한국고시원협회 황규석 회장은 회원들에게 감격을 표했다. 협회 홈페이지에는 회원들의 축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지난 7일 바닥면적 1000㎡ 미만의 고시원을 제2종 근린생활시설(1000㎡ 이상은 숙박시설)로 인정한 '건축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동안 건축법상 용도분류에 고시원이란 분류가 없었다. 한마디로 법에도 명시되지 않은 '유령'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사실상 고시원이 주거기능을 해 왔음에도 이제서야 '호적'을 얻게 됐다"며 "이번 법개정은 2004년 협회 창립후 5년간의 노력 끝에 얻어낸 결과여서 더욱 값지다"고 말했다.
고시원은 환란이후 '무늬만' 고시원일 뿐 사실상 벌이가 시원찮은 직장인이나 고학생들의 마지막 남은 '보금자리' 역할을 해왔다. 월세 20만~50만원만 내면 거액의 보증금 없이도 도심에서 작은 쉼터를 마련할 수 있어서다.
전국의 고시원 거주자 수는 25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어느새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하나의 주거공간 형태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여기에 원룸텔, 리빙텔, 고시텔 등으로 형태의 진화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명확한 법 기준이 없어 수년간 극심한 혼란을 겪어야 했다는 게 고시원 업계사람들의 푸념이다. 한 고시원 사업자는 "용도 규정이 없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화재·방화사건 등이 다수 발생해 고시원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관련 부처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법 개정을 미루고 관할 지자체마다 법해석이 달라 어려움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불법 공간'에 살아야하는 거주자들도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협회 측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면서 "앞으로 건축법상 고시원 사업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개선시켜나가고 소방법상 일부 불합리한 규제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고시원 업계의 '1순위' 숙원은 이뤄졌다. 우선 고시원이 음지를 벗어나 더욱 인기있는 도심내 소형 주거공간으로서 거듭나기 위해선 안전관리 등 업계의 철저한 자구 노력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어렵게 만들어낸 법 기준을 철저히 이행하는 것은 기본이다.